2011 Norway-6 안개 그리고 아쉬움 2
2011.08.15 14:14
2011년 7월 28일 오후
안개를 파헤치면서 우리는 이 날의 최종 목적지인 케락 바위 등산로 출발점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그 곳으로 가는 길이 꼬불꼬불하여 위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멋져보이는 길인데 이 곳 역시 안개 속에 푹 파묻혀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주차장에 도착하면 조금이라도 맑아지기를 바랬습니다.
[사진설명] 2008년 맑은 날에 찍은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
하지만...
주차장에 있는 카페에 도착했을 때에는 안개가 더 심해져서 정말 몇 미터 앞이 잘 안 보이는 정도까지 안개가 짙어졌습니다.
안개가 많이 꼈는데도 주차장은 차들로 거의 꽉 차있었습니다.
'설마 이렇게 안개가 많이 꼈는데 등산을 하나? 길 찾기도 어렵고 등산하기에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
우리는 일단 빈 자리를 찾아서 주차한 다음 카페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카페는 온통 안개에 쌓여서 뿌옇게 보였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이 아래에 보이는 것이 유명하고도 아름다운 리세피요르드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이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고 가는 것이 이 날의 메인 이벤트였는데...
피요르드는 커녕 몇 미터 앞도 안 보이다니...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아쉬운데로 우리는 카페 난간을 한 바퀴 둘러 보았다.
비록 안개 때문에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왠지 신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진설명] 2008년에 찍은 카페 난간에서 바라본 리세피요르드
날씨가 맑았더라면 이런 풍경을 감상하실 수 있었을텐데...
안개 때문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딱히 이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 보다는 점점 심해지는 안개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 위험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안개로 자욱한 카페 난간을 한바퀴 돌아보신 후 기분 좋게 춤을 추시는 아버님과 웃으시면서 바라보시는 어머님의 모습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우리는 Kjerag 등산로 안내판을 발견했습니다.
3년 전에 왔을 때에는 낡은 안내판이 걸려 있었는데... 너무 낡아서 새로 바꿨나봅니다.
2008년에 찍은 그 당시의 Kjerag 안내판
샤론이가 나뭇가지로 가린 부분에는 "어린이가 등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벌써 3년 전에 등산한 샤론이는 그 부분을 가리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 안내문구를 자세히 읽어보지 않고 등산을 했었는데,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사진에 찍힌 내용을 읽어보니 이 등산코스는 어린이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
위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안내판 지붕과 글 사이에 여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걸어 내려오는 모습이 조금 보입니다.
이 분이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인지 등산을 시도하다가 안개 때문에 포기하고 내려오는 사람인지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습니다.
날씨가 맑았다면 부모님과 함께 한 100미터 정도라도 등산로에 가서 카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일단 내가 등산로에 올라가서 카페를 바라보니 안개가 너무 심해서 카페 건물은 전혀 안 보였습니다.
대신 2008년에 하산하는 길에 찍은 카페 사진을 한 장 올려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개가 더 짙어져서 우리는 돌아가는 길이 더 위험해 질 것 같아서 집으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안개와 아쉬움을 뒤에 남긴 채...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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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2011.08.17 05:20
저때의 심정 이해가 갑니다. 2년전 사촌여동생 결혼식이 플로리다 키라고 라는 섬에서 있었습니다. 육지에서 섬으로 갈때 바다위 다리에서 보는 경치가 일품이라고 해서 정말 기대하고 갔는데 플로리다 공항에 무슨 일이 생기는 바람에 밤에 도착을 했고 또 돌아 올때는 앞이 캄캄한 새벽에 돌아오는 바람에 그 아름답다는 바다위 풍경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냐고 물어 보는데 대답을 못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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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찬일
2011.08.17 11:42
이 날의 메인 이벤트가 안개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안개가 낌으로 사라졌죠. ^^;;;
하지만 안개 낀 그 곳을 바라보면서 3년전에 우리가 그 곳을 등산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풍경은 상상속에서 더 아름답게 자리하기를 빕니다./
예전에 야경이 아름다와서 사진을 찍을 때 플래쉬를 터트려서 찍으면 뒤는 까맣게 나오고 앞의 사람만 밝게 나와서 뒤가 전혀 안 보인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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