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mage
  • 최근 댓글
  • 산마늘을 따다

    2007.05.03 02:22

    석찬일 조회 수:3086 추천:34





    2007년 4월 23일

    킬에서 오후 3시가 좀 넘어서 빌레펠트로 출발한 우리는 오후 8시가 넘어서 빌레펠트에 도착했다.
    안 그래도 힘이 좋지않은 우리 차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서 무리하지 않고 여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 태운씨가 사는 집은 지난 번에 왔을 때와는 다른 집이었다.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태운씨도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빌레펠트에 왔을 때에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시내 한복판에서 만나서 집까지 갔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바로 집으로 찾아갔다.
    얼마 전 내 품으로 다시 돌아온 PDA 내팔(MyPal) 덕분이었다.
    이 멋진 PDA는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어서 샀는데, 기대한 만큼 역시나 아주 잘 작동해 주었다.

    아내 왈, PDA 사고 난 후 처음으로 제대로 사용해봤다나...
    하긴 그동안 계속해서 꼭 필요할 때마다 공장에 가서 AS 받고 있었으니...
    이젠 정말 내 품에서 잘 지내며 적시적소에서 그 능력을 맘껏 펼쳐주길 바랄 뿐이다.

    부선씨가 준비한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맘껏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나 태운씨의 텃밭 가꾸기 이야기가 단연 화제였다.
    텃밭을 잘 가꾸기위하여 열심으로 노력하여 살도 빠지고 몸도 건강해지며, 더불어 얼마 있으면 텃밭에서 수확한 야채까지 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1석3조의 멋진 작품이었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잠을 안 자고 놀던 샤론이와 시온이를 재우고 난 후로도 이야기는 계속 되어졌다.
    12시가 넘어서 1시가 다 되어갈 때쯤 모두 다음날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2007년 4월 24일

    나는 아침 8시가 되기 좀 전에 일어나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어젯밤에는 Sparkasse 은행 주차장에 주차했는데, 아침부터 은행손님이 오므로 그 곳에서 차를 빼어서 근처에 있는  PLUS 슈퍼마켓 주차장으로 차를 옮기기 위해서였다.
    (PLUS 주차장은 저녁에는 문을 닫으며 아침에 다시 문을 연다)

    간단하게 빵과 쨈, 치즈 등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산마늘을 따러 가기로 했다.
    태운씨가 아는 산에 산마늘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차에는 우리 가족과 부선씨, 그리고 시온이가 타고, 태운씨는 트람(시내전차)을 타고 갔다.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않은 곳이었는데, 아주 한적하며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은 산이 있었다.
    우리가 그곳에서 산마늘을 따는 동안 그 곳을 산책하는 아저씨 한 명과 개 한 마리를 만났을 뿐, 매우 한적한 곳이었다.

    (산마늘은 한국에서는 울릉도와 중남부 지역의 깊은 산에서 나는 백합과에 속하는 나물로 일명 맹이. 명이.산산.각총.명이나물 등으로 불린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놓고서 산을 조금 올라가니 산마늘이 퍼져있는 곳이 나왔다.
    모두들 흩어져서 미리 준비해 온 비닐봉지에 산마늘을 봉지가득히 땄다.

    샤론이와 시온이는 나물은 안 따고 산마늘의 꽃을 모으며 재미있게 놀았다.
    산의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자연과 함께한, 어찌보면 한편의 자연훼손 현장이었다.
    우리가 나름대로 많이 땄다고 해도 나중에 산을 내려오면서 보니, 땄는 표시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있었다.
    나물을 딸 때에는 잘 몰랐는데, 차를 타고나서 보니 손에서 정말 마늘 냄새 같은 것이 강하게 풍겼다.

    그날 오후에는 산에서 따온 산마늘로 부침을 해서 먹어보았다.
    맛에 대한 감각이 무디기로 소문난 내 잎에는 마치 부추전을 먹는 느낌이었다.
    어쨌거나 한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귀한 나물을 독일 땅, 킬에서 3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빌레펠트에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치 소설책에서 일어나는 우연처럼 재미있게 느껴졌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