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mage
  • 최근 댓글
  • 합창 지휘자의 비평

    2005.10.15 02:16

    석찬일 조회 수:1177 추천:15

    어제 10월 14일 저녁에는 10월 16일 이번 시즌에 다시 무대에 올라가는 플라테(Platee) 리허설이 있었다.
    이 작품은 작곡가 '라모'의 작품으로 바로크 오페라이다.
    지난 시즌 6월에 두세번 정도 연주한 후, 휴가가 시작되어 이번 시즌에 계속해서 연주하게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지휘는 바로크 오페라에 정통한 지휘자를 초청해서 하는데, 지난 시즌 무대에 올리기 전부터 이 지휘자의 실력(?)에 많은 사람들이 물음표를 던졌다.
    이 지휘자가 하는 말들은 바로크 음악의 표현에 중요한 점이 많았으나, 정작 본인은 그렇게 지휘하지 않았으며, 게다가 지휘가 명확하지 않아 솔리스트와 합창은 말할 것도 없고,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 지휘자는 연주할 때마다 템포(빠르기)가 달라진다. 지난 번 연습할 때에는 좀 느리게 연주한 부분은 갑자기 빨리 지휘하고, 빨리 연습한 부분은 늦게 지휘하는 등, 그 변화무쌍함에 모두들 초긴장 상태였다.
    그래서 지휘자, 오케스트라, 가수들이 각각 연주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으니, 모두들 불안한 가운데 연주를 한 것이다.

    이번 시즌 킬 오페라 합창단 지휘자로 부임한 David Maiwald 씨는 지난 시즌 이 지휘자가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솔리스트에게 어떻게 연습 시키고 연주했는지 못 봤었으나, 며칠 전 합창실에 온 그 지휘자가 합창단 앞에서 지휘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다.
    그 합창실에서의 연습이 끝난 후, 그는 한 동료에게 말했다.
    "도대체 여러분들이 어떻게 이 지휘에 맞춰서 연주를 하는지 모르겠소."

    어제 리허설이 끝난 후, 연출자와 안무자로부터의 비평을 통하여 어떤 부분에서 더 수정해야 할 지를 들은 후, 합창 지휘자의 비평이 시작됐다.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지휘자로부터 여러분들이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갈팡질팡 하구요.
    그래서 말인데, (극 중의 한 부분을 설명하며) 이 부분에서는 지휘자를 보지 말고 노래하세요.
    그 앞부분을 부르는 솔리스트가 정확한 템포로 노래하니, 그냥 지휘자 보지 말고 그냥 가 솔리스트 노래에 맞춰서 부르세요.
    그리고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와 잘 안 맞을 때에는, 소리를 한 단계 줄여서 조금 작게 노래하세요.
    이는 바로크 음악의 스타일에도 맞고, 그렇게 하다 보면 박자를 맞춰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합창 지휘자의 직설적인 비평을 들은 합창 단원들의 마음은 그 동안 연습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듯 했다.


    역시나 다른 사람 앞에서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인가 보다.
    그 객원지휘자도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지휘할 텐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쁜 모습만 보이니 말이다.
    혹시 나는 내가 위치하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한번 돌아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5 플라테 지휘자 바뀌다 석찬일 2006.02.14 1284
    174 Agnus Dei - Sergey Rotach & Chan Il Seok file 석찬일 2005.12.31 3700
    173 함부르크에서 온 전화 석찬일 2005.12.22 1185
    172 창밖을 보라 율동하기 [1] file 석찬일 2005.12.20 9460
    171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file 석찬일 2005.12.07 1542
    170 Die Ehre Gottes aus der Natur file 석찬일 2005.12.02 2907
    169 라 조콘다 연주 후 [2] file 석찬일 2005.11.28 1024
    168 세네지 선생님과 함께 file 석찬일 2005.11.28 910
    167 오텔로 선생님 file 석찬일 2005.11.28 948
    166 대학 동기들 file 석찬일 2005.11.28 853
    165 제3회 독창회 file 석찬일 2005.11.28 890
    164 제2회 독창회 file 석찬일 2005.11.28 910
    163 4중창단 - 스웨덴 file 석찬일 2005.11.27 917
    162 4중창단 file 석찬일 2005.11.27 890
    161 경북대 밀라노 동문음악회 file 석찬일 2005.11.27 968
    160 제1회 독창회 file 석찬일 2005.11.27 866
    159 돈 파스콸레 file 석찬일 2005.11.27 1028
    158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file 석찬일 2005.11.27 1195
    157 Sweet Charity - sema file 석찬일 2005.11.18 1153
    156 Sweet Charity - KN file 석찬일 2005.11.14 173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