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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침과 함께 한 신년 음악회

    2009.01.02 02:33

    석찬일 조회 수:1001 추천:8

    ||0||02009년 1월 1일

    새해가 시작됨을 축하하는 의미로 가지는 신년 음악회.
    올 해도 이 곳 킬에서는 어김없이 슐로스에서 열렸다.
    연주 곡목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
    베토벤의 역작이라 불리는 합창교향곡은 얼마전까지 베토벤 바이러스를 봐서 그런지 괜히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올 해는 특별히 킬 오페라 합창단, 킬 시립 합창단, 그리고 청소년 합창단이 함께 모여서 연주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난 1-2주 동안 기침 때문에 목소리도 잘 안 나왔는데, 12월 31일 리허설 때에는 특별히 노래는 잘 부르지 못했으나 큰 무리없이 잘 마쳤다.

    평상시처럼 연주가 시작되기 30분 전에 연주장소에 모인 합창단원들은 옷을 갈아입고 편안한 마음으로 입장을 준비하였다.
    나는 혹시라도 연주 중에 기침이 날까 걱정이 되어서 차에서 가지고 내리려고 했던 사탕을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아.... 그 놈의 건망증...'
    차에서 내릴 때까지 만지작 만지작 거리던 사탕 봉지를 결국은 차에 두고 내린 것이었다.

    나는 동료 안제이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사탕 있니?"
    "응, 두 개있어, 하나는 내꺼, 하나는 너 줄꺼!"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참 따뜻해진 순간이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면서 안제이가 건네주는 사탕을 받았다.

    이윽고 연주는 시작되었다.
    좀 불편하게도 합창단원들은 모두 1악장이 시작되기 전에 입장해서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국에서 연주할 때에는 2악장까지 연주한 뒤 휴식시간을 가지면 그 때 입장했었는데...' 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2악장이 마치자 밖에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솔리스트가 입장했다.
    솔리스트는 4명 밖에 되지않아 음악회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이윽고 3악장이 시작되었다.
    조용한 음악이 분위기를 타며 홀을 채워나갈 때, 갑자니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왼쪽 성대가 갑자가 말라서 기침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조금 참아보다가 결국은 큰 기침을 해 보았으나 기침은 그치지 않았다.

    나는 준비해뒀던 사탕을 먹었다.
    하지만 기침은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은 참아가면서, 몇 번은 좀 큰 소리로 2분쯤을 기침했나 보다.
    두 줄 앞에 앉아있던 캐티(Cathy)가 다른 사람을 통하여 사탕을 내게 건네주었다.

    캐티가 준 사탕은 침을 좀 더 많이 나게 해 주었으나 기침은 쉽사리 가라안지 않았다.
    이렇게 다시 1-2분을 더 기침하다 보니 이번에는 내 왼쪽 편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내게 또 사탕을 건네주었다.

    이미 입속에 사탕이 두 개 들어있던 나는 그 사탕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다.
    아직까지도 음악은 계속해서 잔잔한 부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의 기침은 끊이지 않았다.

    다시 1-2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천천히 기침이 뜸해지더니 더 이상 기침이 나오지 않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

    그 후로는 입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시 목 안이 건조해서져서 기침이 날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드디어 4악장이 시작되었다.
    솔리스트가 노래를 시작하며 합창단이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나는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불렀다.

    드디어 연주가 끝났다.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연주가 끝난 듯했다.

    이렇게 힘들게 새해 첫 연주를 마쳤으니 이제 다음 연주부터는 좀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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