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각 보호기구 착용하다
2011.01.18 11:08
작년 11월 정도에 오페라단 합창실에서 소음 측정을 한 적이 있다.
어찌보면 그리 넓지 않는 합창실에서 37명의 단원들이 목이 터져라고 노래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청각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정도인지 아닌지를 알아내기 위한 측정이었다.
이 측정을 하기위하여 온 분들은 전문 측정기기를 이용하여 여러 군데에서 소음정도를 측정하였다.
측정 결과는 이러한 상태에서 계속 연습한다면 나중에는 잘 못 듣게 될 수도 있다는 판정으로 나왔다.
그 후 이론적으로 왜 청각이 손상되며 어떻게 해야 귀를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의도 한시간 정도 들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면서 들은 강의였는데, 솔직히 잘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소음에 노출되어도 되는 시간은 그 소음이 클 수록 (데시벨이 높을 수록) 짧아진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몸은 자연치유력이 있으므로 일정한 크기의 소음을 어느 정도까지는 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회복되는데, 회복이 되기 전에 그러한 크기의 소음을 또 듣게 되면 더 이상 치유되지 못하고 조금씩 청각을 잃어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나는 오페라단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에는 오페라단에서 지정하는 의료기업체에 가서 청각 보호기구를 자신의 귀에 맞게 제작하여서 착용하라는 것이었다.
제작비용은 모두 오페라단에서 지불한다는 내용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 업체는 KIND(킨트)라는 전문 의료기 업체로 보청기와 청각 보호기구를 제작하는 업체로 이미 많은 산업근로자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그 곳에서 제작한 청각 보호기구를 사용하고 있다.
나는 그 곳에서 내 귀모양에 맞도록 귀에 들어가는 부분의 틀을 만들었다.
올 해 초에 해당업체로부터 그 틀이 완성되었다며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그 곳에 가는 김에 청각테스트를 받고 싶다고 했더니 청각 테스트 실에 예약을 해주어서 청각테스트도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일단은 양쪽 귀 테스트결과가 모두 정상범위에 들어있는데, 왼쪽귀가 오른쪽귀보다 조금 덜 들린다고 했다.
어쩐지 약 1-2년 전부터 왠지모르게 왼쪽 귀로는 조금 덜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게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일단은 위에 언급한 데로 모두 정상범위에 있으므로 특별히 조치를 취할 것은 없다고 했다.
그 곳에서 제작해 준 청각보호기구를 착용해보니 별 이상없이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소리가 조금 더 작게 들렸다.
상담자에게 물어보니 이 기구에는 필터가 들어있는데, 대강 18 데시벨 정도의 소음을 깎아서 들려준다고 했다.
즉, 아주 큰 소리가 나도 내 귀에는 18 데시벨 정도 깎여서 소리가 들리므로 그만큼 귀에 손상이 덜간다는 것이다.
일단 듣는 것은 큰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말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어보였다.
그 문제는 나의 말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귀를 통해서도 소리가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청각 보호기구가 귀를 막는 역할을 하므로 그만큼 내 귀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소리도 줄어들어서 내 몸속에서는 내 소리가 더 크게 들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실제 합창연습에서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지난 주간 청각 보호기구를 착용하고 합창연습을 해 보았다.
나는 청각 보호기구를 장착한 상태로 노래하여 보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일단 노래하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의학적인 지식은 아니지만 내가 추구하는 벨칸토는 될수 있는 대로 몸 속의 뼈를 많이 울려서 빛깔을 만드려고 노력을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대로 뼈를 많이 울린다는 느낌이 들 때에는 귀가 더 많이 울려서 내게는 더 큰 소리로 들리게 되었다.
게다가 다른 동료들의 목소리가 작게 들리니 볼륨 조절하는 것도 어려웠다.
나는 오늘 아침 해당업체에 전화를 해서 소리를 조금 덜 깎는 필터를 시험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면서 필터를 주문한 후 그 곳으로 도착하면 내게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필터를 바꿔끼우면 조금 더 나아질 지는 모르겠지만 합창이라는 분야에서는 이 기구가 아직 많이 기술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빨간 색 점이 찍힌 것이 오른쪽 귀에 들어간다.
가운데 동그랗게 생긴 것이 필터...
지금 들어있는 필터는 30-40데시벨 정도 소음을 깎아준다고 한다.
색상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나는 투명한 실리콘색과 파란색을 섞었다.
혹시나 다른 동료들의 것과 섞이면 찾기에 유리하도록 단색을 피했다.
자그마한 가죽케이스이다.
평소에는 이 케이스안에 청각 보호기구를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착용한다.
댓글 3
-
성석제
2011.01.21 05:59
아름다운 하모니의 합창이 좋을 것만 같은데 또 저런 직업병이 있었군요. 성악가들에겐 목소리 못지않게 청력 또한 중요할텐데 늦기 전에 단원들에겐 참 좋은 일인것 같습니다.
-
위의 본문에도 수정했습니다만, 기존의 필터는 30 -40 데시벨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18 데시벨 정도 깎아준다고 합니다.
어제 그 필터보다 조금 약한 필터로 교체했습니다.
그 필터는 약 10 데시벨 정도 깎아준다고 하네요.
보통 소음이 두배로 크게 들리면 10데시벨 정도 증가한다고 하니 큰 소리는 반 정도로 약하게 들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약한 소리는 상대적으로 적게 깎여서 작은 소리는 조금 더 작게 들리는 정도가 됩니다.
(이는 위의 더 많이 깎아주는 필터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서 큰 소리는 더 많이 깎게되지만 작은 소리는 상대적으로 적게 깎습니다)
일단 어제와 오늘 이틀정도 새로운 필터로 연습해 보았는데, 전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노래부르는 데에는 아직까지 많이 힘이 듭니다.
다른 단원들의 목소리에 비해서 아직까지 제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네요.
이는 좀 더 오랫동안 착용하면서 제 몸이 어떻게 잘 적응하는지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약 1주일 정도 약한 필터를 사용해보니 제 소리가 조금 더 잘 들리기는 하였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다시 기존의 필터로 교체했습니다.
오늘 기존의 필터로 합창연습을 해보았는데 비교적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발성상의 문제는 아마 시간이 지나도 해결이 어려울 듯 합니다.
어쨌거나 오랫동안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는 조금 불편해도 청각보호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5 |
Antonín Dvoráks Oper „Rusalka“ am Theater Kiel
![]() | 석찬일 | 2011.03.14 | 1651 |
414 |
파우스트 사진
![]() | 석찬일 | 2011.03.08 | 1798 |
413 |
샤론이 독일 신문에 나다.
[2] ![]() | 샤론맘 | 2011.02.14 | 1929 |
412 |
대한의 딸 샤론, 드디어 일내다. ^ ^
[3] ![]() | 샤론맘 | 2011.02.13 | 1970 |
411 |
샤론 피아노클래스 발표회
[2] ![]() | 석찬일 | 2011.01.31 | 2555 |
» |
청각 보호기구 착용하다
[3] ![]() | 석찬일 | 2011.01.18 | 2195 |
409 |
Das Gezänk um die kleine Pamina
![]() | 석찬일 | 2010.12.12 | 2214 |
408 |
대구 합창인 대상 시상식
[2] ![]() | 석찬일 | 2010.12.06 | 2028 |
407 | 샤론이가 부르는 You raise me up [12] | 석찬일 | 2010.10.19 | 6296 |
406 |
라보헴 의상
[2] ![]() | 석찬일 | 2010.10.04 | 3244 |
405 |
La Bohème 사진 2
![]() | 석찬일 | 2010.09.27 | 1999 |
404 |
Oper Kiel begeistert mit Puccinis „La Bohème“: Viel Wärme in der Kälte
![]() | 석찬일 | 2010.09.27 | 2515 |
403 |
La Bohème
![]() | 석찬일 | 2010.09.25 | 1941 |
402 |
진해 해군군악대
[2] ![]() | 석찬일 | 2010.08.27 | 4003 |
401 | 시편 57편 - 석종환 곡 [4] | 석찬일 | 2010.08.23 | 8368 |
400 |
샤론이 바이올린 연주
![]() | 석찬일 | 2010.07.08 | 2558 |
399 |
샤론이 피아노 연주
![]() | 석찬일 | 2010.07.07 | 3952 |
398 |
어린이 합창단 킬러보헤 연주
![]() | 석찬일 | 2010.06.24 | 2001 |
397 |
Faust 사진 2
![]() | 석찬일 | 2010.06.07 | 1910 |
396 |
Faust 사진 1
![]() | 석찬일 | 2010.06.07 | 1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