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노 로타가 작곡한 작품 [알라딘과 요술램프]의 연습이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연출자가 출연진을 모아놓고 이야기했다.
"여러분 모두 프레미에레(첫공연)표 한장씩을 받게 됩니다."

극장 매표소에 가서 내이름을 말하고 알라딘 표를 받으러 왔다고 하니 매표소 직원 아줌마가 표를 한장 주었다.
나는 그 표를 가지고 집에 왔다.

때마침 우리집에서 구역예배를 마친 후였기에, 몇몇 교인들이 아직 집에서 아내와 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알라딘 프레미에레가 있는데, 오늘 표를 한장 받았어. 금요일에 베이비씨터를 오라고 해서, 당신이 내가 공연하는 것 보러 오면 어떨까?"

아내는 베이비씨터를 부르면 돈도 들고, 또한 독일어를 모르는 샤론이와 의사소통도 안 되어 불안한 듯, 그리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물론 예상하였던 일이지만, 내심으로는 내가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을 아내가 보기를 바랬기에 약간 섭섭한 마음이 있었으나, 뭐 어찌할 수 없었다.

우리들의 대화내용을 무심코 듣고 있던 김미나씨께서 말했다.
"언젠데?"

내가 1월 30일 오전 11시에 연주가 있다고 하자, 미나씨가 말했다.
"그럼 내가 샤론이 봐줄께, 갔다 와!"
내심으로 그렇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더 앞섰다.
결국 대화끝에 미나씨가 샤론이를 봐주시는 동안 아내는 내가 출연하는 공연을 또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날 오후 연습할 때 나와 같은 역할을 더블캐스팅으로 맡게 된 동료 안제이가 내가 말했다.
"찬일, 혹시 너 또 초대할 사람이 있으면 내 표를 가져가서 보도록 해"
"안제이, 그건 참 고마운 말인데, 가능하면 니가 와서 연주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우리 이 작품 연습을 한 횟수가 너무 적으니 니가 한번이라도 더 보면 좋겠는데..."
물론 내가 표를 받게 된다면 나름대로 선물을 할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볼 수 있다면 동료가 보는 것이 다음 연주를 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서 그냥 표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안제이는 2월 3일 알라딘 두번째 공연에 출연한다)

그 다음날 알라딘 연습을 하던 중, 마술사 역으로 등장하는 앗틸라가 나를 불렀다.
"찬일, 혹시 표가 한장 더 필요하면 내 표를 사용하도록 해~. 니 딸래미가 와서 보면 좋겠네."
앗틸라의 아내는 직장때문에 연주를 보러 못온다고 하여 자신의 표를 내게 주겠다는 것이었다.
"고마와"

만5세 이상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또한 연주시간이 약 1시간 30분 정도 되는 작품이기에, 샤론이가 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지않나 생각하였지만 일단 표를 고맙게 받았다.

연주하기 하루 전날, 내가 호일이에게 물어 보았다.
"호일아, 혹시 다니엘이 알라딘 공연보러 오니?"
그때까지 아직 다니엘이 올 지 안올 지 결정이 나지않았기에 확답을 못 받았으나, 잠시 후 호일이가 멧신저로 내게 적었다.
다니엘이 알라딘 공연에 안 올테니, 자기의 표를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구역예배만 아니었으면, 호일이의 아내 은주가 와서 볼 수도 있는 문제였으나, 알라딘 연주날이 2구역 구역예배와 겹치는 바람에 2구역 구역장을 맡은 은주가 올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총 3장의 표를 가지게 된 나는 가능하다면 아내와 샤론이, 그리고 샤론이를 봐주겠다던 미나씨 모두 연주를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미나씨가 그냥 집에서 샤론이를 보고 있는 것보다야 같이 연주를 보며, 혹시나 샤론이가 칭얼거리거나하면 한사람은 잠시 샤론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고 다른 사람은 공연을 계속 관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럴 경우, 한사람은 연주실황을 녹음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미나씨와 전화통화를 해서 다같이 연주를 보러가자고 제안했으며, 미나씨도 흔쾌히 승락했다.

연주당일, 나는 분장때문에 연주시작하기 약 1시간 10분전에 극장에 도착했으며, 아내와 샤론, 그리고 미나씨는 연주시작 약 30분전에 극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연주시작 약 40분전에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혹시 가족과 미나씨가 벌써 도착하지 않았나 창밖을 내다보니, 미나씨의 차가 주차장에 서 있는 것을 보였다.

극장 출입구에 가서 찾아봐도 안 보여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극장 매점에 갔다.
역시나 일행은 매점에서 음료수와 빵을 사 먹고 있었다.

내가 짠~ 하고 나타나니 아내와 미나씨는 좋아했으나, 샤론이는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내가 아빠라고 했지만, 그렇게 분장한 아빠의 모습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았으며 그냥 낯선 사람을 만난 것처럼 있었다.
호일이도 매점에 와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으나, 샤론이는 호일이도 못 알아보는 듯, 멀뚱거렸다.

연주시작할 시간이 다가와서 나는 일행을 데리고 합창단원 옷장이 있는 곳에 가서 아내와 샤론이, 그리고 미나씨의 외투를 내 옷장에 걸었다.
물론 극장에는 옷을 맡겨두는 곳이 있으나, 그러할 경우 약간의 사용료를 내어야하므로, 절약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

이윽고 연주가 시작되었으며, 나는 무대에 등장했다.
대강 관객석을 둘러보니 아니 왠걸... 꼬마손님들보다는 어른손님이 훨씬 더 많았다.
아무래도 프레미에레(첫공연)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나 싶다.
(프레미에레 공연의 경우, 일반 연주때보다는 표값도 더 비싸다)

연주는 잘 진행되었으며, 샤론이도 칭얼거리지않고 연주를 잘 보았다.
또한 미나씨가 해준 녹음상태도 좋아서 연주 실황녹음 또한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샤론이가 태어나서 이제 두번째 보게 된 연주에서 뭘 느꼈는지 아직 잘 알 수 없으나, 좋은 영향으로 작용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