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원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검정색 곤충 한마리가 잔디밭 근처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게 뭐지?'
가까이 다가가서 쳐다봤지만 도대체 무슨 곤충인지 모르겠더군요.
'혹시 바퀴벌레?'

바퀴벌레치곤 너무 커 보였으며, 왠지 바퀴벌레보다는 좀 더 잘 생겨보였습니다.
"여보,~ 여기 곤충 한마리가 있는데, 무슨 곤충인지 모르겠어, 와서 한 번 봐봐~!"

아내가 와서 살펴보았지만, 우리는 무슨 벌레인지 몰랐습니다.

"샤론아, 여기 와봐~!"

샤론이도 와서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가는 곤충을 쳐다보았지요.

"엄마, 이거 무슨 곤충이야?"

엄마는 엄마도 잘 모르겠다고 했지요.

우리는 일단 그 곤충을 잡아서 조그마한 통에 넣어두었습니다.
그 조그마한 통은 잠자리나 나비를 잡아서 넣어두는 통인데, 이 날은 이 놈이 잠시 머물게 된 것이지요.

그 통안에서도 이 이름모를 곤충은 힘이 없는 듯 천천히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통의 벽을 타고 올라가다가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바둥바둥~"
아무리 바둥거려도 바로 몸을 뒤집지 못했습니다.

나는 샤론이를 불렀습니다.
샤론이는 통을 옆으로 기울여서 곤충이 몸을 바로 세울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몇 분만 지나면 다시 벽을 기어오르다가 자꾸 뒤집어지는 이 곤충의 모습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우리가 그 곤충을 통 안에 두고 잠시라도 관심을 안 가졌다가는 뒤집혀져서 언제 죽을 지 모르니까요.

아내는 그 곤충을 한참 보더니 "이거 혹시 물에서 사는 곤충이 아닐까?" 라고 말했습니다.
곤충치고는 너무 힘이 없어보이는 모습이 물 밖에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한 것이지요.

"샤론아, 아무래도 이 곤충이 물에 사는 곤충인 것 같네. 우리 연못에 이 곤충을 넣어보자꾸나. 혹시 헤엄을 못치면 다시 빼내어 주고..."
아내가 이렇게 말하자 샤론이도 좋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 곤충을 우리집 연못에 넣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곤충은 물속에서 능수능란하게 헤엄을 쳤습니다. 그러다니 물 속으로 잠수를 했습니다.
얼마 지나서 다시 물 위로 몸을 드러내었습니다.
동작도 활기가 넘치게 빨라졌으며, 자기 집에 온 듯 편안해하는 듯한 느낌을 풍겼습니다.

"여기가 얘네 집인가봐. 아마 연못에 있다가 잠시 밖에 나왔나봐."

"그럼 이거 혹시 물방개아냐?"
아내가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샤론이는 집에 들어가더니 책을 한 권 가지고 왔습니다.
여름 곤충이라는 그 책에는 물방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종류의 곤충이 있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물방개와 비슷하게 생긴 곤충 가운데 물땅땅이가 있었습니다.

물방개와는 달리 가에 테두리같은 것이 없더군요.
우리가 본 곤충도 테두리같은 것이 안 보였는데...
"아... 얘는 물땅땅이인가봐."

물땅땅이.

이런 곤충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넷에서 물땅땅이를 찾아보니 이렇게 소개되어 있군요.

     물땅땅이는 줄방개라고도 부르며 물방개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몸길이는 약 3.3센티미터입니다.
     몸 전체가 광택이 나는 검은색 계통이고, 더듬이와 양 수염은 황갈색입니다.
     가운뎃다리와 뒷다리의 발목마디 안쪽에 황갈색의 긴 털이 촘촘히 있습니다.
     딱지날개에는 4줄의 점각줄이 있습니다.
     썩은 식물을 먹는 연못의 청소부입니다.

우리집 연못에서 청소를 하며 살고 있나 봅니다.
지름이 50cm 정도 되는 작은 연못인데 새로운 식구가 함께 해서 더 기쁘네요.
같이 살고 있는 붕어 3마리와 물달팽이와 사이 좋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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