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의 여러 문제점

곽상수 교수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여기에서 다루는 문제들은 교회음악지도자나 성가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목사, 장로, 회중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올바르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교회 전체의 중요한 문제이다.


성가대의 역할

(1) 예배 인도의 책임 - 소명감

성가대는 '찬양'순서 하나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목사, 장로들과 함께 예배 전체 인도의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구약시대 성가대원들은 제사장들과 함께 모두 레위 사람(레위 족속)이었다.(역대상 15, 16, 25, 역대하 5장) 성가대는 목사와 함께 '예배를 지키는 무리'이어야 한다. 성가대는 한낱 취미거리가 아니라 깊은 소명감을 가지고 담당해야 할 중책인 것이다.

성가대(Church Choir)를 영어로 Chancel Choir(지성소 성가대)라고 한다. 옛날, 또 지금도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전 안 뒤쪽 다락(balcony)이 성가대의 자리였다. 제단 앞의 사제와 노래를 주고받으면서, 성가대는 회중을 주도하며 또 대표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그런데, 성가대가 자리를 chancel 안으로 옮긴 것은 첫째로 중세기 수도원의 예배에서 모든 수사들이 제단 좌우에 자리하였던 관례를 이어받은 것이며, 둘째로 그 뜻은 성가대가 회중을 대표하여 더 적극적으로 주 앞에 나아가 찬양을 드리는 모습인 것이다.

Chancel은 제단이 전면 중심에 있고 pulpit(설교단)과 lectern(독경대) 양쪽 측면에 있는, 회중석보다 높이 구별된 자리이며, 구약시대 언약궤를 모신 구별된 자리인 지성소를 뜻하는 것이다. 개신교 교회당 내부구조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설교단이 중심에 놓여있는(pulpit-center)구조는 말씀 중심을, 위에 언급한 설교단과 독경대가 양쪽 측면에 있는(divided chancel) 구조는 전면에 제단 또는 성찬대를 향함이 하나님 중심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Chancel Choir라면 제단 앞 좌우에 서로 마주 보게 위치함이 정상인데, 서울의 어느 교회에서는 성가대가 단 위에서 회중을 바라보고 있어 마치 연주회 무대같이 보인다. 이것은 정상적인 Chancel Choir의 자리는 아닌 것이다.

성가대는 예배에서 모든 예배자들에게 예배자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믿음의 마음가짐뿐 아니라, 회중에게 다 보이는 앞자리에 있으므로 예배시의 몸가짐에서도 예배자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R. Webber는 『몸으로 행함의 신학』(Theology of Enactment)을 거론하면서, 예배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몸과 마음이 온전히 하나가 된, 하나님 받으시기에 합당한 예배를 드릴 것을 역설한다. 성가대는 이와 같이 예배자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2) 성가대의 찬양

성가대의 찬양은 누구를 향한 것인가? 하나님인가, 회중인가? 결론적으로 성가대의 찬양은 회중을 대표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다. 물론 이 찬양을 들으면서 회중 각 개인이 공감, 감동하여 은혜를 받게 되며, 또 그 가사 내용에는 회중을 향한 것이 있을 수도 있으나, 성가대의 찬양은 일차적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인 것이다.

합당한 찬양곡은 무엇이겠는가? 선곡의 첫째 조건은 그 가사 내용이 예배에 합당한, 특히 그 주일 예배에 맞는 찬양곡이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그 음악이 저질이나 가식이 아닌, 진정한 신앙적, 예술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성가대의 찬양은 회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가대 찬양은 회중을 대표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회중의 공감 문제가 매우 미묘한 문제이다. 성가대의 정성을 다하는 준비와 찬양이 문제이지만, 좋은 찬양을 공감하는 회중의 음악적 교양 수준도 문제이다. 한국교회에서는 특히 이 일을 위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계획·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좋은 찬양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성가대원들의 성실한 준비이다. 성가대 연습시간을 충실하게 지킴은 물론이요, 개인적인 수련 -예를 들어 발성 공부, 악보 공부 등에 성의껏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가대의 행정

(1) 교회음악행정의 책임은 교회음악지도자에게 있다

인간관계, 사무처리관계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행정학이 교회에도 도입되어 교회행정, 교회음악행정(Church Music Administration)이 관심사가 된 지가 우리나라에서도 몇십 년이 되었다. 그러나 교회음악의 본질적인 내용이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그 행정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면 올바른 교회음악이 발전하는 데 방해가 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회음악행정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 한국교회의 음악행정에 이와 같은 우려가 짙어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교회음악이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음악을 총칭함이요, 그 중에서도 예배를 위한 음악(예배음악)이 핵심이요 첫째 관심사이다. 이 예배음악이 올바르게 성장·성숙하는 것이 온 교회의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 교회에 부목사나 전도사가 여러 사람 있어도 목회목사는 한 사람이듯, 예배음악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도 그 담당책임은 자격을 갖춘 한 사람의 음악 전문가가 맡아야 함은 이미 앞서 강조한 바 있다. 이 직책이 교회음악지도자이며, 그는 목회목사와 함께 주일아침 예배인도의 공동책임자인 것이다.

이 음악지도자의 지위가 한국교회에서 아직 공인되지 않은 채, 대형교회에서는 음악전문가가 아닌 음악 담당 부목사가 따로 있어서, 모든 성가대원의 신앙지도를 담당할 뿐 아니라, 각 부 성가대의 지휘자, 반주자(오르가니스트!)들도 행정적으로는 그 부목사의 관할 밑에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지휘자는 물론 각 부 성가대는 모든 면에서 동등하게 간주되며, 서로 더 잘 하도록 경쟁하기를 은연중에 기대하여 이름도 각기 따로(시온 성가대, 할렐루야 성가대, 예본 성가대 등) 붙여진다. '○○교회

제1부 성가대, 제2부 성가대' 하면 공동체 의식이 우러날 터인데,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게 하는 우리나라 교회의 성가대 운영 방식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교회음악행정의 책임은 영·미 교회에서 행하는 대로 당연히 교회음악지도자가 맡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가대 지휘자나 음악지도자는 교회에서 감시나 견제의 대상이 아니라, 성가대원을 위시하여 온 교회가 격려하고 협조하여, 예배에서 성실하고 아름다운 예배음악이 이루어지도록 협동해야 할 것이다.


(2) 적절한 성가대 인원과 교회 음향의 중요성

성가대 인원이 100명으로는 흡족치 않아 200명을 만들고자 하는 한국 대형교회들의 성가대 대형화 움직임을 필자는 반성해 보고자 한다. 구미의 큰 교회나 성당의 성가대가 60명 이상인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원이 과다하면 "회중을 대표하여 하나님께 찬양 드린다"는 느낌보다 청중 앞에서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음악적인 문제이다. 로버트 쇼는 합창단의 소리가 이상적인 상태를 각 파트 8명씩으로 32명이라 하였다. 바흐가 지휘한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 성가대는 24명이었다. 양보다 질이 문제인 것이다. 성악 전공이 아닌 대원들이라도 40-60명이면 충분하며, 우리나라 교회성가대는 양보다 질적 성장에 더 많이 힘써야 할 것이다.

양보다 질을 강조하면서 한국교회에 권고하고 싶은 것은 교회당 안의 음향 문제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방송국 스튜디오에 마대같은 것을 벽면에 붙여서 완전히 잔향이 없게 만들어, 마이크로 받은 음향에 조정실에서 적당한 잔향을 전기적으로 혼합해서 녹음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예배시 설교 소리가 잘 들리도록 작은 스피커를 여러 개 회중석 가까이에 설치하면서 그 스피커 소리가 깨끗하게 들리려면 교회당 안의 잔향이 방해가 된다고 하여, 미국에서 잔향 없는 교회당 설계가 잠시동안 시도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천장이 높고 잔향이 많은 전통적인 음향과 비교해 보니, 전통적인 교회당 음향은 살아 있는데(live sound), 잔향이 없게 설계한 교회당 음향은 죽은 음향(dead sound)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잔향 없는 교회당 설계는 없어졌으며, 방송국 스튜디오도 자연스런 잔향을 살리게 된 지 반세기가 넘었다. 그런데 한국교회당 음향은 대부분 설교용 스피커를 살리기 위해 잔향이 희생되고 있다. 잔향이 풍부하면 성가대 인원이 많지 않아도 잘 울려 퍼지며, 예배의 모든 소리가 거룩한 소리로 변할 것이다. 횃불회관 사랑성전의 파이프오르간 설치 자문역을 맡은 필자가 잔향 2.5초의 설계를 제의하였던 바, 추가 경비는 많이 들었지만 한국 최고의 음향을 들을 수 있는 성전이 된 것은 필자 일생이 큰 보람이다.

"예배음악과 한국교회 -나의 소원 나의 꿈-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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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음악소식 51호 특강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