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여름은 낮이 참 길다.
해가 가장 길 때에는 밤 11시가 넘어야 어두워지기 시작했으며, 해가 좀 짧아진 요즘도 밤 9시가 넘도록 밖이 환하다.

낮이 길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일찍 자야하는 샤론이는 쉽게 잠들지 못한다.

"샤론아. 이제 코~ 자야지."

지난 겨울 밖이 깜깜하니 자야한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서일까, 더 놀고 싶어하는 샤론이는 이렇게 말한다.

"아빠. 아직 밝잖아.  밝은데 왜 자?"

"음... 그건 말이야..."

마땅한 대답을 찾지못해서 고심하다가 나는 얼렁뚱땅 대답을 한다.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나야 하거든... 샤론이 새나라의 어린이 노래 알지"

이렇게 말하면서 새나라의 어린이 노래를 불러본다.
샤론이는 내 대답이 신통치는 않지만, 더 이상 좋은 대답이 안 나오리라 생각해서인지, 순순히 자러 간다.

샤론이가 잠 잘 때는 의식(?)이 있다.

처음 순서는 씻기이다.
먼저 세수하고 양치질(일명 '치카치카'라고 한다)한 후, 잠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리고는 아빠나 엄마가 읽어줄  그림책을 두권에서 세권 고른다.
그런 다음 마침내 침대에 올라간다.

다음순서는 기도다.
기도는 샤론이가 할 때도 있고 아빠나 엄마가 할 때도 있다.
아빠나 엄마가 기도할 때에 살며시 샤론이를 쳐다보면, 두손을 꼭 모으고 기도하다가 아빠나 엄마를 실눈으로 쳐다 보기고 하고, 어떨 때는 손가락을 콧구멍에 넣고는 코딱지를 파기도 한다.
나는 기도할 때에는 다른 짓 안하고 경건하게 해야한다고 이야기해 준다.

샤론이가 기도할 때,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오늘은 유치원에 가서 친구야들이랑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맛있는 것을 많이 먹었습니다.
또~ 달팽이도 잡고 놀았습니다."

그리고 별 다른 내용이 생각 안나면,

"아멘"

이렇게 기도를 마친다.
나는 기도는 제일 마지막에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 아멘' 이렇게 마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이렇게 기도 순서가 끝나면 마지막순서로 책읽기다.
샤론이가 골라놓은 그림책을 아빠와 엄마가 읽어준다.
이때 샤론이에게 그림이 잘 보이도록 읽어줘야 한다.
이야기를 들을 때 그림일 뚫어져라 쳐다보는 샤론이의 눈빛이 빛난다.
그림책 두세권이라고 해야 5분에서 10분이 안 되어 다 읽는다.
이후 샤론이가 졸려하면 다행이지만, 아직 초롱초롱하다면 별도의 이야기를 해야한다.

"샤론아. 아빠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

"응. 뭔데?"

"노아 할아버지 이야기. 샤론이 노아 할아버지 알어?"

"응. 노아 할아버지.... 배~!"

비록 단답형으로 한 대답이었지만, 샤론이가 노아 할아버지를 알고 또한 배 이야기를 안다니 무척이나 기뻤다.
이 자리를 빌어 주일학교에서 수고하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옛날에 노아할아버지가 살았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살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욕하고, 말도 안 듣고, 짜증내고, 찡찡대고 나쁜 짓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하나님은 이런 모습을 보시고는 "안 되겠다" 하셨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노아 할아버지를 보시니 노아 할아버지는 참 착했어요.
그래서 하나님은 노아 할아버지를 부르셨어요.
그리고는 "노아야! 너는 산에 올라가서 배를 만들어라." 이렇게 말했어요."

이쯤에서 나는 산과 배, 그리고 홍수에 대해서 약간 설명을 해주고 싶었다.

"샤론아. 배는 보통 어디에 있지?"

"음... 바다!, 물!"

"맞아. 그런데 노아 할아버지가 왜 산에 올라가서 배를 만드시는지 아니?"

"좋은 생각~!"

샤론이는 종종 '좋은 생각!'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독일어 표현 'Gute Idee!' (영어의 Good idea)을 한국말로 옮긴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노아 할아버지가 산에서 배타고 슁~ 하고 미끄럼틀 타면 되겠네... "

평소 미끄럼틀 타기를 좋아하는 샤론이
노아 할아버지가 산에서 배를 만드신 후 그 배를 타고 산위에서 바다까지 미끄러져 내려가면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 후 샤론이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아마 꿈속에서 노아 할아버지를 만나서 산 위에서 배를 만들고 같이 배를 타고는 바다까지 신나게 미끄럼틀 타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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