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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랍펜캄프 에를렙니스발트에 가다

    2004.05.12 17:00

    석찬일 조회 수:3434 추천:36



    "아무래도 비가 올것 같다~"
    2004년 5월 3일 아침 날씨는 그리 맑지 않았다.
    해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비도 오지 않았다.
    하늘을 봐서는 날이 개일지 아니면 더 흐려져서 비가 올지 도무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직 비도 안 오는데, 여행을 그냥 포기하자니 여행가서 먹으려고 준비한 고기와 음식들이 아깝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비가 안 오므로 강행하기로 했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아~, 하영이네인가 보다.'
    아침 날씨를 보고 트랍펜캄프 에를렙니스발트(Trappenkamp Erlebniswald, 이하 트랍펜캄프로 표기)로 갈지 안 갈지 결정하기로 하영이네 가족과 약속했었기에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날씨가 맑아질 것 같다구요?~ 네 우리들도 여행가려고 합니다. 아.. 네... 그럼 10시 반쯤 우리집앞에 모여서 같이 출발하도록 하지요. 네..."
    아내는 벌써 여행기분에 도취되어 있는지 명랑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비디오와 디지털카메라도 가지고 가야지...'
    요즘들어서 별로 샤론이와 아내 비디오를 찍은 것이 거의 없어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한 아내를 위한 배려라고나 할까...

    사실 내 비디오카메라는 이제 충전지 수명이 다 되어가서인지 그리 오래 찍지를 못한다.
    처음 비디오카메라를 살 때 기본으로 들어있는 충전지 외에 용량이 더 큰 충전지를 하나 더 사놨는데, 이제 기본 충전지는 1분도 못 찍으며, 새로 샀던 충전지도 원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제 부피도 크며 무겁기도 한 이 비디오는 잘 들고 다니게 안 되므로 아내는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디지털비디오를 하나 사자고 했다.
    곧 사야지, 곧 사야지 하면서도 아직 구입을 망설이게 되는 것은 비단 금전적인 문제뿐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기능이 되는 것을 사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알맞을까 결정을 못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 사실 제일 비싼 것이 적당하지만, 앞으로의 활용도를 최대한 고려해서 사고자 아직 못 샀다고 핑계아닌 핑계를 대어본다.

    예전같은 성능은 못내는 충전지이지만, 그래도 전날 방전시킨 뒤 새로인 충전시켜서 그나마 짧은 시간이라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10시 반 정도가 되어서 우리는 준비를 마쳤으며, 차에 가서 하영이네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하영이네는 11시가 되어도 오지 않았으며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혹시 트랍펜캄프로 가서 기다리는 것은 아니겠지.'
    (트랍펜캄프는 킬에서 3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조금 더 기다리니 괜한 걱정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있으면 모든 일에 예상치 못한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것을 체득한 우리는 늦게 도착하여 미안해 하는 하영이네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아내는 출발하는 길에 리들(슈퍼마켓이름)에 잠시 들러서 샤론이 수용복을 사자고 했다.
    바로 그날 세일품목으로 나오는데, 오후에 오거나 다음날에 오면 다 팔려서 살 수 없다면서...
    우리는 리들에 가서 주차한 뒤 아내가 샤론이와 함께 수영복을 사 오기를 기다렸다.
    그 때 하영이 엄마가 햄버그 세개를 주면서 말했다.
    "아침 식사 안 하셨죠? 드세요."
    "음, 가서 맛있게 고기 먹으려면 지금 햄버그 먹으면 안되는데요. ^^ 잘 먹겠습니다."
    아내는 샤론이 손을 잡고 빈손으로 나왔다.
    "벌써 샤론이 사이즈는 다 팔리고 없어요."
    가격이 워낙 싸고 품질도 괜찮기에 그런지 벌써 다 팔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트랍펜캄프를 향해서 출발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출발하자 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비겠지라고 생각하며 계속 차를 타고 가는데, 빗방울은 더 굵어진다.
    "이게 차 돌려서 집에 가서 고기 구워먹어야 되는거 아니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내는 대답한다.
    "아니, 일단 트랍펜캄프까지 가보고 그래도 계속 비가 오면 집에 가서 먹지 뭐..."

    이윽고 우리는 트랍펜캄프 표지판을 보고 갔으나, 왠지 공원처럼 생긴 곳은 나오지 않았다.
    길가는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다시 고속도로로 나가서 다음 출구로 나가면 된다고 했다.
    쫙쪽 ™“아지던 비도 목적지가 다가옴에 따라 약해졌으며, 이윽고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에는 비가 그친듯했다.

    몇년전 교회야외예배를 이곳에서 드렸을 때에는 매표소에 직원이 있었으나, 평일이라 그런지 매표소 문은 닫혀있었으며, 출입문만 열려있었다.
    (사실 평일에는 무료입장이라는 말을 듣고 이곳에 오기로 한 것이다. ^^)
    우리는 다시 비가 올지 모르기에 비를 피하고 고기를 구울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얼핏 보기에 그런 곳은 안 보이는 듯하였으며, 나는 트랍펜캄프 안에 있는 기념물 상회에 가서 비 피하고 고기 구울 수 있는 곳이 있나 물어보았다.
    "네, 물론 있지요. 저곳에 가면 방갈로가 있는데 한시간에 4유로입니다."
    "아.. 네.. 저 가족들과 상의하고 오겠습니다."
    한시간만에 고기를 구워먹을 수는 없는 일이고, 이날 저녁식사까지 해결하고 가자고 계획을 세웠으니, 적어도 대여섯시간은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20 유로정도는 나오는데 그렇게 무리할 필요는 업는 듯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상의하러 모두들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돌아오는데, 점점 날씨가 맑아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우리는 그냥 노천에서 그릴해 먹기로 했다.
    비가 와서인지 그릴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으며, 저쪽 어디에선가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우리는 그 넓은 공원에서 우리가 원하는 자리에 자리 잡고는 그릴판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트랍펜캄프에는 그릴판이 공원에 설치되어 있어서 숯과 고기만 있으면 되어 참 편했다.
    알디(슈퍼마켓이름)에서 산 숯이라서인지 아니면 날이 흐려서 그런지 왠지 착화탄만 가지고는 불이 잘 안 붙었다.
    나와 현동씨(하영이 아빠)가 불을 붙이느라 고생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다가왔다.
    아내는 알콜을 가지고는 저리 비켜라고 하더니, 불쑈를 하기 시작했다.
    불기가 약해지면 알콜을 쫙~ 쫙~ 뿌리면서 불길을 살렸던 것이다.
    아내의 불쑈 덕분에 그릴판의 숯불이 준비되자 우리는 고기를 구워서 점심 식사를 맛있게 했다.
    그동안 날씨는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이 맑아졌으며 급기야 햇님까지 고개를 내밀었다.
    우리는 식사후 소화도 시킬 겸 아이들(우리집 샤론이와 하영이네 하영이)을 데리고 공원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그네도 타며, 미끄럼틀도 탔으며, 또한 염소들에게 풀도 뜯어주었다.




    계속해서 산책을 하다 보니 야외공연장처럼 생긴 곳이 있었다.



    샤론이와 하영이는 야외공연장 무대에서 신나게 뛰고 놀며 노래하였다.



    나비정원이라고 적힌 곳을 발견해서 들어가 보니 나무로 된 나비, 철로 된 나비 모형만이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하긴 아직까지 나비가 날아다니기에는 좀 이르지...'



    나비공원 너머에는 사슴농장이 있었다.
    비록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으나, 멀리서나마 보이는 사슴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공원을 한바퀴 돌아보고는 시소 등 놀이기구 몇가지를 더 탔다.
    짐이 있는 곳에 돌아와서는 따가운 햇살을 피하여 나무그늘 아래에 자리를 깔고 잠시 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샤론이와 함께 자연을 만끽하며 이곳 저곳 둘러보며 사진도 찍곤했다.



    오후 5시쯤 되어서 아이들은 무엇이 좋은지 마냥 웃으며 박수치며 놀았으며,



    우리는 다시 일치감치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불을 다시 붙일 때만해도 따가운 햇살이 내리쳤다.
    나는 나무로 된 누워서 선텐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의자를 벤치 옆에 세워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 햇살도 잠시 뿐. 고기를 한창 굽는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약간 맞고 있었으나, 점점 많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우리는 짐과 유모차 등을 나무밑으로 옮겨놓아 비를 약간이라도 피하게 하였으며, 아내는 우산을 들고 고기를 굽고, 나머지 사람들은 깔고 앉았던 자리를 뒤집어 쓰고 식사를 하는 색다른 경험도 했다.



    비는 계속 오락가락 했다.
    '아.. 아직 가족 사진을 한장도 못찍었구나.'
    그래서 가족 사진도 한장씩 찍었다.




    그렇게 그럭저럭 식사를 마친 우리는 나오는 길에 비가 약간 약해진 틈을 타서 사진을 한장 찍음을 마지막으로 트랍펜캄프를 떠났다.



    돌아오는 길에도 비가 왔으나 날씨는 곧 개었다.
    우리를 보고 방긋 웃는 무지개는 샤론이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으며,



    샤론이는 따뜻한 우유를 먹으면서 그 무지개를 타고 꿈나라로 갔다. ^^









    - 오마니(221.142.67.202) 참보기가 좋구나 아무쪼록 건강하게 재미있게 또 즐겁게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찬양하며 잘 지내기를 바란다 2004-05-22 21:04:26
    - 누낭이(24.69.255.204) 참 따뜻하고 정겹고 재미있다. 2004-05-28 08:54:52
    - 석찬일(217.93.34.166) 응, 우리도 참 재밌게 보냈다. 2004-05-30 00: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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