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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뤼벡을 다녀와서

    2003.06.10 17:00

    석찬일 조회 수:4614 추천:77



    2003년 6월 9일

    느즈막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어머니와 아내는 김밥을 싸셨다. 그동안 이곳 독일에 오신 후, 독창회를 앞둔 나의 컨디션 조절을 위하여, 다른 곳을 구경하시지도 않고 마냥 집에서 시간을 보내시며, 한번씩 집 근처에 산책만 나가셨던 부모님께서 지루해 하셨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며칠전부터 콧구멍에 바람쏘여주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어디론가의 여행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드디어 오늘 자동차로 한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뤼벡바람을 콧구멍에 쏘여주기로 했다. 지난 번에 독일에 오셨을 때에, 수박겉핥기식으로나마 베를린과 슐레스비히, 그리고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다녀오셨기에, 킬 주위에서는 뤼벡이 구경할 후보 1번으로 떠 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뤼벡구경도 물론 수박겉핥기식이었음은 굳이 밝히지 않겠다.)

    낮 12시쯤 드디어 우리들은 차를 타고 출발했다. 국도로 달리다가 어디선가부터는 고속도로로 갔다. 뤼벡에 도착하기 약 13킬로미터 전쯤에 시계는 오후 1시를 넘어섰으며,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뤼벡 시내에 들어가면 차를 세워놓고 점심 식사를 하기에 마땅한 벤치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컵라면과 김밥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는 메론까지 그리고 녹차와 커피로 완벽하게 식사를 끝낸 후, 그 휴게소 뒤의 숲길을 잠시 산책하고는 다시 뤼벡을 향해서 출발했다.

    다시 출발해서 뤼벡을 향해서 가는 중, 차멀미를 해서 그런지 샤론이는 몇몇 "웩~ 웩~" 거리더니 급기야는 토하고 말았다. 이를 대비해서 차 뒷좌석에 두었던 우유깡통을 샤론이 입에 대었기에 비교적 적은 피해로 뒷수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불행중 다행이랄까... (샤론이가 차에서 올린 것이 한번 두번 있었던 일이 아니기에, 우리들은 비상시를 대비해서 얼마전부터는 우유깡통을 차 뒷좌석에 놓았던 것이다)

    대충 뒷마무리를 하고는 계속해서 뤼벡을 향하여 갔다. 이번에 뤼벡에 가는 것이 벌써 세번째이지만 항상 어떻게 가는지 길이 헷갈렸으며,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디로 빠져나가야 뤼벡시내가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고속도로 표지판에는 뤼벡 첸트룸(시내) 안내판이 안 보였다. 뤼벡 주변도시 이름이 적힌 것은 몇가지 보였으나, 뤼벡 첸트룸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안 보여서, 일단 고속도로에 있는 주유소로 갔다. 공휴일이라 그런지 주유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우리 뒤에 주유소로 들어오는 차가 있기에 그 운전사에게 물어보았으나, 그 역시 그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으며, 그 또한 주유소직원에게 길을 묻고자 그곳에 왔다고 말하기에 우리는 서로 웃으면서 헤어졌다.

    우리는 일단 뤼벡 뭐시기라고 적힌 곳으로 빠져나갔다. 계속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고속도로 반대편에 다른 주유소에는 직원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편 고속도로 주유소로 가서 물어보았더니, 첫번째 출구로 빠져나가서 어떻게 어떻게 가서 계속 직진하면 뤼벡 시내가 나온다고 하였다.(뭐라고 들었는데 벌써 까먹었다. ^^)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난번에 뤼벡에 갔을 때에도 이 두곳의 주유소에서 물었으며, 똑같을 길을 통해서 갔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났다. 하지만 이제 다시 뤼벡으로 가라고 하면 안 묻고 바로 갈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비교적 쉽게 그 길을 찾아서 마침내 뤼벡 시내로 들어왔다.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자동 주차증 발급기에 가서 주차증을 발급하려고 하는 중, 공휴일에는 무료 주차라는 사실을 알았다. 대강 2시간정도 주차하고 이곳 저곳 둘러볼 예정이었기에 돈으로 치면 얼마안되는 주차료이나, 공짜라는 사실에 왠지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물가를 따라 약간 산책한 후에, 한 교회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전망대를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어른의 경우 2유로(한화 3000원 정도)의 입장료(사용료)를 지불해야 했다. 돈 몇천원에 안 올라가보면 나중에 후회할까봐 입장료를 내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뤼벡 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보았다. 바람이 몹시 불었기에 부모님께서는 모자를 손으로 누르시고는 뤼벡 시내를 내려다 보셨다. 나도 분주히 몇장의 사진을 찍고는 바람을 피하여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시내쪽으로 들어갔으며, 생음악이 나오는 광장을 지나던 중, 우연히도 파르마에서 같이 공부하였던 쮸요쉬를 만났다. 뤼벡극장에서 합창단원으로 일한다는 말만 듣고는 그 후 연락이 두절되었는데, 정말 우연히도 다시 만난 것이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다시 연락하자고 하면서 내 명함을 주었다. (그날 밤에 쮸요쉬로 부터 이메일이 와서 그의 새로운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광장 한쪽 귀퉁이에 있는 회전목마를 보고는 나는 아내에게 샤론이를 한번 태워주자고 하였으나, 아내는 한번 타면 안 내릴려고 하니, 태워주지 말자고 하였다. '그래도 이런 것도 한번씩 타면 좋은데...' 생각하면서 계속 태워주자고 해서, 샤론이는 회전목마를 결국 탔으며, 한번 탄 후에 내려 나오니깐 막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샤론이 할머니)께서 한번 더 태워주라고 해서 한번 더 태워주고는, 계속 안 오려는 샤론이를 억지로 짊어지고는 아이스크림 사 주겠다고 꼬셔서 데려왔다. 물론 아이스크름도 사 주었다.

    뤼벡의 명물이라는 건물을 구경하고는 그 앞에서 가족 사진을 한장 찍음으로 뤼벡에서의 구경은 마쳤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 옆에 서 있는 하얀 건물을 보니 음악원이라고 적혀 있어서, 음악원 벽도 구경하고 왔다. ^^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은 뤼벡으로 가는 길과는 다른 길을 타고 돌아왔다. 솔직히 같은 길을 타고 돌아가고 싶었으나, 표지판을 보고 오다보니 다른 길이 나왔다. ^^
    집에 다 와가는 도중 백미러로 뒷좌석을 보니, 샤론이를 가운데 두고 어머니와 아내가 편안히 눈을 감고 무념 무상의 경지에 오른 것을 보았다.






    - 이현숙(213.140.22.154) 하루하루 재미난 이야기 읽느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어여^^ 2003-06-17 07:22:59
    - 석찬일(217.227.199.134) 성원에 보답해서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올리겠습니다. ^^ 2003-07-01 02: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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