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진
우리집에 새로운 부엌 가구가 들어왔다.
하지만 설치하는 데에 있어서 환풍기 구멍의 위치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달 수 없었다.
새로 달게될 환풍기의 위치가 기존에 있던 환풍기 구멍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돌발상황은 다음 날 내가 롤러에 가서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 때 문득 떠오른 생각으로 나는 환풍기 앞 가리개문은 그냥 놔둔 상태에서 환풍기만 조금 낮게 달아보면 어떨런지 의견을 물어보았다.
담당자로부터 아마도 가능하리라는 말을 듣고 다시 설치하는 사람을 우리집에 보내주기로 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환풍기와 렌지사이의 최소거리 기준치가 확보되지 않아서 설치기사는 그냥 돌아갔다.
그 날 오후에 나는 다시 담당자를 만나보러 갔으나 마침 담당자가 일주일동안 휴가라고 했다.
나는 그 파트의 책임자와 함께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아...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선반 하나와 다른 모양의 환풍기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나는 원래 환풍기가 달릴 위치에 맞춰서 부엌에 환기구를 하나 더 뚫기로 했다.
우리집에 있는 도구로 일단 시도해 보았으나, 힘만 무지하게 들고 별 성과가 없었다.
나는 동료 안제이에게 전화해서 필요한 도구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그 집에 가서 몇 가지 도구를 빌려왔다.
역시 도구가 좋으니 일에 능률도 효과 만점이었다.
비교적 알맞은 크기로 구멍을 뚫은 후, 나는 휴식을 취했다.
이틀 후, 나는 그 구멍 주위를 메꾸었다.
바우하우스에서 구입한 시멘트를 적당히 개어서 잘 처리하였다.
그 전에 나 있던 기존의 환기구도 시멘트로 매꾸었다.
이제 설치기사가 다시 우리집에 와서 환풍기와 환풍기 위의 선반을 달면 부엌 리노베이션은 끝나게 된다.
아... 언제쯤 설치기사가 우리집으로 올까?
하염없이 기다린다.
아이구야, 사진으로 보니 얼마나 다들 수고가 많을지 ...
자형도 웬만하면 집안 보수는 직접 다 하기 때문에 일을 직접 하는 너의 어려움도, 옆에서 보조하며 함께 애쓸 찬은이의 수고와 불편함도 짐작이 가고 남음이 있어. 정확한 위치에 벽을 뚫어 환기구를 내고 기존의 구멍을 메우는 일, 말이 쉬워 그렇지 시간과 에너지와 참을성, 지혜 등등 많은 것을 요하는 작업이지.
설치기사가 휴가를 갔다니 몸도 마음도 더 지치겠구나.
무엇보다 식사준비가 쉽지않아 찬은이가 고생이 많다.
하지만 원했던 원치 않았던간에 새로운 경험들은 항상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주지.
생활수준이 올라가는 것(편리해 지는것)에는 쉽게 적응하지만 약간이라도 불편해지는 일에 적응하기란 참 어렵더구나.
근데, 그렇게 불편해지는 일이 나쁜 것 만은 아니더라구. 갑자기 정전이 되며 며칠을 식사준비도 못하고 밤에 난방도 조명도 할 수 없었을 때가 있었는데, 나름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적이 있어. 현대 문명에 너무 익숙해져있는 모습,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모습, 그러한 것들에 너무 기대고 있는 모습 등등등..
불편한 시간 가운데서도 함께 웃어가며 잘 버티길! 홧팅!
고맙다.
이제 부엌 리노베이션은 거의 막바지에 다달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큰 어려움은 없다.
환풍기 달기 전에 벽 타일과 새로 뚫은 구멍 사이에 도배지를 다시 바르는 정도가 전부일 듯 하다.
누나 글을 읽으면서 다시 사진을 보니 전기 콘센트 위치도 여러번 옮긴 흔적이 보이네.
처음에 있던 위치가 환풍기 위에 올라오는 선반 아랫부분의 경계선과 만나는 관계로 원래 있던 구멍 높이에 맞춰서 내렸다가 그렇게 할 경우 최소 거리 유지가 안된다고 해서 위에 새로운 구멍 뚫으면서 다시 콘센트도 위로 옮겨서 달았다.
직접하는 일이라서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도 실패(?)를 통해서 깨닫는 기쁨(?)도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구멍을 뚫을 때 안에서부터 밖으로 무식하게 뚫고 나왔더니 바깥벽돌이 좀 많이 부서져서 마음이 조금은 아프다.
그 이후에 떨어져나간 부분을 메꾸는 시멘트를 구입하러 공사재료 파는 곳 4군데를 돌아봤는데, 그냥 내가 한 일반적인 시멘트 가격이 제일 싸서 그냥 저렇게 했다.
조금이라도 표가 덜 나게 하려면 붉은 색 시멘트를 사용하면 되는데, 가격이 2배로 비싸져서 그냥 싼 것으로 했는데,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모르겠다.
뭐, 나중이라도 영 마음에 안 들면 새로 바른 시멘트 부분을 살짝 깨어내고 붉은 색 시멘트를 바를 수도 있다고 생각(만) 하고 그냥 회색 시멘트를 발랐다.
말이 그렇지 나중에 다시 붉은 색을 바를 일은 거의 없지않을까 생각된다.
부엌 벽이 우리집 옆 쪽 벽이어서 그리 눈에 잘 띄이지도 않고, 높이도 2m 정도 되어서 별로 그 벽을 쳐다보고 지나가지도 않는다. ^^
언제가 될 지 잘 모르겠지만 환풍기까지 달고 난 후에 나중에 새로운 부엌 사진을 올릴 생각이다.
참고로 아직까지는 언제 다시 환풍기를 설치하러 올 지 예약하기 위한 전화도 안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