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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토 KB

    2007.06.09 04:13

    석찬일 조회 수:936 추천:32

    2007년 6월 8일

    오늘은 6월 17일 무대에 올라가는 모짜르트의 오페라 La clemenza di Tito (줄여서 이하 '티토')의 연습이 있었다.
    여러번의 연습 중 이날의 연습은 KB 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혹자는 Klavier Beleuchtungs Probe 의 첫자를 딴 것이라고 하는데...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어떤 경우에는 KHP 라고 불린 적도 있는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이는 Klavier Haupt Probe 의 약자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어쨌든 오늘의 연습은 출연진 모두 분장을 다하고 무대의상을 다 입고 하게 된다.
    단지 오케스트라가 빠진 상태에서 진행되며, 연습 중간중간 수정 또는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그 지점에서 끊고 다시 진행을 한다는 점이 일반 연주와 다른 점일 것이다.

    그 전까지의 연습은 부분적으로 연습을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 언제 어떠한 부분에서 진행이 매끄럽게 되지 않는 지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날의 연습이 가장 중요한 연습 중 하나인 셈이다.
    이 날은 분장실에서도 과연 분장하는데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리며, 그 분장한 모습이 무대 조명에서 어떻게 비춰지는 지 점검할 수 있다.
    또한 공연에 필요한 소품들이 많이 있는데, 그 소품들을 제시간에 적소에 배치하는 데에 있어서 문제가 없는 지도 살펴본다.
    이번 연주에는 또한 엑스트라로 노래나 대사 없이 연기만 하는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언제 어떠한 의상으로 무엇을 들고 무대에 나와야 하는지, 또한 무대 위에서는 언제 어떠한 연기를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총체적인 체크를 한다.
    물론 솔리스트와 합창단원의 경우에도 분장한 후 무대의상을 입고 하므로, 언제 다른 옷으로 갈아 입을 지, 그리고 언제 어떠한 옷을 갈아 입으며, 필요한 소품을 잘 가지고 음악적으로도 잘 소화하는 지 살펴본다.
    무대장치팀에서도 공연의 흐름을 안 끊고 음악에 맞추어서 부드럽게 무대장치를 바꾸는 것을 종합적으로 체크한다.

    이렇게 여러가지 면에서 복잡한 연습이기 때문에 이러한 KB 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시간 제한이 없이 오랫동안 연습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필요한 부분을 반복하며 끝까지 연습한 후, 다시 처음부터 한번더 연습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다행히 내가 이곳에서 활동한 이후에는 아직 그런 적이 없다.)
    하지만 이날 저녁에는 다른 공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날의 KB는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까지로 시간이 정해져있었다.

    11시에 KB 시작.
    이날 합창단의 분장은 연주 시작하기 1시간 전부터 시작되었으므로 10시까지 출근해서 분장한 후, 무대에 올라갈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티토의 경우에는 5-6명의 분장사들이 합창단 40명 정도와 엑스트라 10명 정도를 다 분장하게 된다. (정확한 숫자는 잘 모르겠다)

    티토 공연 중에는 여러명의 합창단원들과 엑스트라들이 무대위에서 가진 소품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 있다.
    대강 10명 정도되지 싶다. 나는 불 붙이는 사람에 속하지 않았다.

    그 장면은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각자 가진 소품에 불을 붙이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인데, 안전성에 있어서 철두철미한 사람들이서 그런지 불도 쬐그만하게 붙이며, 가지고 있는 소품들도 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게 특수 제작된 것들로 되어있다.
    물론 이러한 장면이 연출될 때에는 무대 옆에 소화기를 들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하여튼...
    KB가 시작하기 30분 전에 불을 붙이는 사람들이 따로 모여서 한번 실전 연습을 했다.
    그리고는 11시에 KB 가 시작되었다.

    약간 껄끄러운 부분은 반복하며 그럭저럭 잘 진행되어 갔다.
    마침내 불 붙이는 장면...
    모든 출연진들이 연습되어 진 대로 무대위에서 이리저리 혼란스럽게 왔다갔다하며 노래를 부르며 정해진 위치에 가서 선다.
    그리고 마침내 불을 붙이는 순간이 되었다.

    음악에 맞춰서 해당 사람들이 불을 붙인다.
    "탁~탁~탁~"
    여기 저기에서 불을 붙이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10개 정도되는 소품중 한 두개만 불이 붙고 나머지는 붙지 않았다.

    "STOP~"
    연출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불이 잘 안 붙었는지 원인 분석을 한다.
    원인을 알고 보니 소품 준비가 다 된 후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서 (끊고 반복하고 수정하고 하는 등. 때문에..) 소품에 발라둔 휘발유가 거의 다 날아가서 그런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연출자는 그럼 끝까지 연습한 후에 다시 이 불 붙이는 장면을 다시 한번 연습하겠다고 했다.

    그 뒷부분은 비교적 순조롭게 흘러갔다.

    끝까지 연습을 한 후, 다시 한번 불 붙이는 장면을 연습했다.
    이번에는 모두 성공했다.

    연출자는 오늘 연습에서 모두들 수고했다면서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연습이 끝났다.
    대기실로 올라가면서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2분이었다.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분장을 지우고 있는데, 방송이 나왔다.
    씻고 있는 중이라서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대강 합창단원 중 소지품(?)을 무대 곁에 두고 가신 분은 가지고 가세요 라고 말한 듯 했다.
    그러더니 토마스가 내려가는 듯 했다.

    다시 대기실로 들어오는 토마스의 손에는 알록달록한 바지가 들려있었다.
    알고 보니 그 바지는 토마스의 개인바지였다.

    그런데 이번 티토 무대의상에도 알록달록한 옷들이 많이 있어서, 옷담당하는 사람이 옷을 정리하면서 실수로 토마스의 개인바지까지 가지고 내려간 듯 했다.

    토마스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마터면 오늘 팬티만 입고 집에 돌아갈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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