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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논 AVR-1905 를 사다

    2005.07.13 17:00

    석찬일 조회 수:3412 추천:61



    부부가 둘 다 성악을 전공한 음악인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들은 그동안 변변한 오디오 셋트 없이 살아왔다.

    예전에 이태리에서 사용하던 기기가 고장이 나서 없앤 후, DVD 플레이어는 CD 플레이어의 역할을, DVD 플레이어와 연결된 텔레비젼이 앰프 및 스피커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해 주었다.

    하지만 텔레비젼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설정이 약간은 이상해서일까, 음악을 듣는 횟수는 자꾸만 줄어져갔다.

    작년(2004년) 말쯤 이곳을 다녀가신 어머님께서 우리의 그런 사정을 보시고 측은히 여기신듯, 어머님께서 아내에게 주사는 선물이라고 하시면서, 앰프와 스피커를 살 때 보태서 사서 좋은 음악을 많이 들으라고 약간의 돈을 주신 기억이 난다.

    그 후, 적당한 모델을 알아보고 사려고 하였으나, 갑자기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면서, 어머니께서 오디오 사라고 주셨던 돈을 포함하여 우리들의 모든 경제력을 집에 투자하였다.

    이곳에 이사와서 처음으로 맡이하는 여름 휴가.
    집도 차츰차츰 정리가 되어가면서, 음악을 듣고 싶은 욕망이 다시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내도 집에 적당한 오디오 시스템이 있어야한다고 공감했기에, 나는 본격적으로 인터넷으로 자료를 모았다.

    좋고 비싼 제품은 끝도 없이 비쌌기에 우리들의 고려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우리의 경제상황에 맞는 싸고 좋은 모델을 찾기위해서 약 한달 이상 자료를 수집한 나는 앰프의 최종 후보로 데논의 AVR-1905 와 마란츠의 SR-4500 를 올려놓고 고심하였다.

    독일에서는 마란츠 SR-4500 의 가격이 데논 AVR-1905 보다 비쌌으며, 한국에서는 반대로 데논 AVR-1905 의 가격이 마란츠 SR-4500 보다 비쌌다.

    그러던 중, 데논에서 올 7월말에 AVR-2106 모델을 출시한다는 정보를 얻었으며, 막연히 그렇다면 그 전 모델의 가격이 좀 더 내려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이왕 사는 모델에서 좀 더 투자해서 AVR-2105 또는 AVR-2106 을 살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으나, 200유로 이상을 더 주고 살만한 형편도 안 되며, 또한 음색에 있어서도 그 가격만큼의 차이를 주지 못한다는 정보를 듣고는 거의 마음을 AVR-1905 쪽으로 정하였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 알아본 결과 데논 AVR-1905의 최저가격은 315유로였다. 여기에 배송료를 포함하면 323유로가 최저가격이 되었다.

    언제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을할까 망설이던 어느 하루, 아내는 라이스도르프에 있는 전자상가 메디아 마크트(Media Markt) 에 가서 주방용품을 좀 둘러보자고 하였다.

    나도 별 생각이 없이 아내를 따라 나섰다.

    아내는 주방용품 쪽을 구경하고, 나는 평소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컴퓨터용품 쪽을 구경하였다.

    그러다가 무심코 오디오 생각이 나서 오디오용품 쪽으로 가 보았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서 접한 정보를 되새기면서 구경을 하던 중, DENON AVR-1905 라고 적힌 팻말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런데 가격표를 보니 299유로라고 적혀있지 않은가...

    나는 아내를 불러 이렇게 싼 가격은 인터넷 어디를 둘러보아도 볼 수 없었다며, 이 물건을 사자고 하였다.
    아내도 동의하였기에 나는 담당코너 직원을 불러서 은색 제품을 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은색 제품은 밖에 진열된 제품 하나밖에 없었으며, 검정색 제품은 포장되어 있는 것이 두개 더 있었다.

    나는 킬 시내의 다른 메디아 마크트 매장에 혹시 은색 제품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하였다.
    담당직원은 다른 매장에 전화해서 물어고 말하기를 그 곳에서 검정색 밖에 없으며, 그 매장에는 가격이 375유로 한다고 하면서 지금 이 매장에서 그 다음 모델(AVR-2106)이 나오는 관계로 특별히 싸게 파는 것이라고 하였다.
    사실 인터넷 쇼핑물을 보더라도 AVR-1905 의 평균가격은 345유로 정도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나는 이 제품은 밖에 진열된 제품이니 좀 싸게 해달라고 하였다.
    그 직원은 벌써 이렇게 싸게 내어 놓아서 더 이상 싸게 하는 것은 힘들다며, 10유로까지는 깎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나는 그렇다면 스피커 두개도 살테니 더 싸게 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니 그렇다면 총 15유로를 깎아 준다고 했다.

    헤코 에서 만든 스피커 중 싼 가격에 비해서 소리도 비교적 좋은 모델로 두개를 일단 구입한 우리는 그리하여 총 400유로로 앰프와 스피커를 구입할 수 있었다.

    집에 와서 장식장의 구조를 약간 바꿔서 앰프와 스피커를 자리잡고 정리하면서 기쁘고 조바심나는 마음으로 앰프와 스피커를 연결하였다.

    예전에는 앰프부분과 튜너부분이 따로 되어있었지만, 요즘 나오는 대중적인 앰프는 튜너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리시버(Receiver)라고 부른다.
    위에서는 편의상 앰프라고 불렀다는 점을 밝혀둔다.

    연결을 마친 후, FM 라디오 방송을 들어보았다. 항상 차에서 출퇴근 시에 듣는 클래식 방송 채널을 찾아서 들어보았다.
    참 좋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는 오케스트라 음악, 성악 등 시디를 들어보았다.
    과장됨이 없이 깨끗하게 울려퍼지는 소리가 참 아름답게 들렸다.

    우리 형편에 이렇게 좋은 제품을 구할 수 있었는 것 또한 하나님의 크신 은혜요, 또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어머니께서 꼭 그 돈으로 앰프와 스피커를 사라고 하셨던 말씀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었으나, 이제는 기쁘게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훨씬 비싸고 좋은 제품은 끝도 없이 많지만, 우리 형편에 과분한 제품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한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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