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mage
  • 최근 댓글
  • 지난 주에 그동안 암으로 투병해 오던 합창단 동료 안네가 명을 달리했습니다.

    항상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주었던 안네.

    5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은 후 괜찮은 듯 보였으나, 얼마 후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었다고 해서 모두들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 후로도 몸이 조금 괜찮으면 어김없이 다시 합창단에 나와서 우리와 함께 노래하며, 연기하면서 지냈지요.

     

    2월 3일은 안네의 생일이었습니다.

    합창실에서 연습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모두 안네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목이 터져라고 노래했죠.

    Zum Geburtstag Viel Glück!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가 끝나자 안네는 모두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사실은 생일축가를 pp (음악용어: pianissimo, 아주 여리게)로 듣기를 원했다고 이야기 했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웃으면서 내년에는 pp (피아니씨모)로 노래해줄께! 라고 말했었는데...

    마냥 크게 노래하는 것보다 조용한 안식을 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년 5월 17일 오후 1시에는 시내에 있는 한 교회에서 안네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안네는 죽기 전에 합창단원들에게 자신의 장례식에 오면 Messiaen 의 O sacrum convivium 을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이 곡은 아카펠라 곡으로 무척 어려운 곡입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매우 엄숙하며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곡이지요.

    장례식 후반부에 우리는 멘델스존의  Denn er hat seinen Engeln befohlen 이라는 곡을 불렀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서 안네의 마지막 신청곡을 안네를 기리는 마음을 듬뿍 담아서 불렀습니다.

    오후 1시에 시작된 장례식은 오후 3시가 거의 다 되어서 끝났습니다.

     

    안네는 장례식장에 올 때에도 검은색 정장을 입지말고 평상복을 입고 오기를 원했습니다.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너무 슬퍼하는 것을 싫어해서 그랬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평상복을 입고 와서 그런지 보기에는 일반적인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듯한 느낌도 잠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안네의 관은 파란색으로 색칠되어져 있었습니다.

    군데군데 하얀 구름도 그려져있었구요.

     

    장례식이 끝난 후에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가서 파티를 열기를 원했습니다.

    슬픈 마음에 잠겨있지 말며 생전의 안네의 모습처럼 밝고 즐거운 분위기 가운데 지내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나 봅니다.

     

    제가 킬 오페라단에 오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안네가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10년 동안 함께 생활하던 동료이며, 아직 젊은 안네.

    저보다 한 살 많은 세 아이의 엄마인 안네.

    아무쪼록 이 세상의 근심과 걱정은 훌훌 털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길 기도합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Messiaen 의 "O sacrum convivium" 입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