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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간은 엉망이었던 공연...

    2012.04.07 10:06

    석찬일 조회 수:2376

    어제(2012년 4월 6일)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공연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성 금요일 저녁에 킬 오페라하우스에 울려퍼지는 바그너의 음악은 평소보다 약간 더 무거운 듯한 분위기 가운데에서 연주되었습니다.

     

    이 날 지휘를 맡은 레오 시베르스키는 우리 극장 1번 지휘자로 지난 번 로엔그린 공연에서부터 로엔그린 지휘를 맡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감기때문인 듯 합창 단원 중에도 몇 명이 병가를 내어서 다른 극장에서 게스트를 모셔와서 공연을 하였습니다.

    또한 상당수의 엑스트라 합창단원들도 함께 자리하지 못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날은 남자 합창단원 두 명이 게스트로 왔는데 두 분 다 한국분이었습니다.

    한 분은 도이체 오퍼 베를린(Deutsche Oper Berlin)에서 오셨고, 다른 한 분은 브레멘(Bremen)에서 오셨더군요.

    베를린에서 오신 분은 제 고향 대구에서 같은 교회를 다녔던 청년이라서 더 반가왔으며, 브레멘에서 오신 분은 상엽이 동생 상헌씨와 함께 슈투트가르트에서 같은 교회를 다녔다고 하는 인연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막이 올라가서 첫부분은 큰 무리없이 잘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지휘자가 싸인을 보내줘야 하는 부분에서 몇 번씩이나 싸인을 안 주더군요.

    그래도 모두들 잘 맞춰나갔습니다.

    테너 주인공 로엔그린이 등장할 때 나오는 합창 부분에서 제2 베이스가 시작하면 차례대로 다른 파트들이 받아서 나오는 합창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 들어갈 때 제2 베이스가 도입부를 부르지 못했습니다.

    변명을 늘어놓자면 저를 포함한 제2베이스 단원들이 박자에 맞춰서 노래를 시작하려고 하였으나, 지휘자의 비팅을 보면서 지휘자가 너무 평안하게 지휘를 하기에 '아..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부분에서 노래를 시작하지 못했고, 그 후로 다른 파트들 모두 우왕좌왕했습니다.

    그 합창 파트가 끝날 때까지 원하지 않은 불협화음으로 약 1분 정도의 음악이 흘러갔습니다.

     

    그 후로도 소프라노 주인공인 1마디 정도 일찍 시작하였다가 지휘자의 싸인을 보고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여 맞춰 들어갔으며, 메조 소프라노 주인공 역시 몇 마디 정도 일찍 시작했다가 지휘자가 다시 하라고 했을 때에 다시 노래하였으나, 원래 시작했어야 하는 부분이 이미 지나간 다음에 다시 그 부분을 노래하여서 1분 정도 반주와 노래가 따로 놀았기도 했구요.

    바리톤 주인공 중 한 명 역시 일찍 시작했다가 지휘자의 싸인에 맞춰서 약간 쉰 후에 다시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때에는 지휘자가 음악을 멈춘 후에 다시 오케스트라에게 비팅을 주면서 연주를 시작하도록 하였으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 명도 연주하지 않아서 지휘자 혼자서 팔을 흔드는 해프닝이 발생했지요.

    그러자 지휘자가 그냥 바리톤 솔리스트에게 싸인을 주면서 노래를 하라고 하자 반주를 듣고 나와야 하는 부분을 반주없이 시작한 바리톤 가수는 음을 잘못 잡아서 원래보다 더 높은 음을 부르면서도 오페라가 더 이상 끊기지 않도록 해서 무사히 잘 넘어갔습니다.

     

    오페라 마지막 부분에는 합창 단원들이 무대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는 여건상 하우스 합창단원 들만 옷을 갈아입는데, 단원들이 그룹을 지어서 정해진 위치에 서 있으면 미리 약속된 사람이 그 사람들의 옷을 가져와서 옷을 갈아입게 됩니다.

    그런데 이 날은 옷을 가져오는 사람이 엉뚱한 위치로 가서 옷을 풀어놓아서 몇 명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옷을 입거나 너무 작아서 옷을 못 입고 무대 밖으로 빠져나가서 다른 큰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오거나 큰 옷이 없는 사람은 무대로 못 돌아오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1999년 8월부터 킬 극장에서 공연을 했는데, 이렇게 많은 해프닝이 발생하고 잠시나마 오케스트라 연주가 끊기는 상황은 처음 경험했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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