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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드민턴

    2003.06.23 17:00

    석찬일 조회 수:1317 추천:41

    지난 금요일(2003년 6월 20일) 바그너의 오페라 '‚T터댐머룽'(Götterdämmerung: 신들의 황혼)의 연주가 끝난 후, 퇴근하러 주차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도중에, 그날 심심해서(?) 극장을 찾아왔던 최주일씨가 상엽이와 함께 가는 것을 발견하고 나와 호일이는 뒤에서 두 사람을 불렀다.

    우리는 같이 걸어가면서 짧게나마 대화를 나누다가, 같이 닭고기에 음료수 한잔이라도 하자는 두 사람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상엽이 집 근처의 캐밥(Döner Kebap)집앞에서 만났다.
    그런데 그 집안에는 담배피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인지, 공기가 너무 나빴으며, 배가 고팠던 우리들은 먹을 것이 다 떨어진 그 집에서 담배냄새로 꽉 찬 너구리굴에서 음료수를 마실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그 동네에 사시는 최주일씨 집으로 향했다. 마침 주일씨 아내는 한국을 방문중이라서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도 나누며, 음료수도 마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그 때 시간이 벌써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다른 가족이 있는 집은 서로에게 좀 불편하리라는 생각에 혼자있는 집을 택했으며, 상엽이 집에서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주일씨 집이 안성맞춤이었다)

    주일씨는 그 집에 있던 시원한 쥬스와 물 등의 음료수를 여러병 내어 놓았으며, 혼자 먹으려고 사놨던, 피자비스무리한 것과 그날 한국식품점에서 막 구입했던 군만두까지... 아참, 호일이에게는 컵라면에 식은밥까지 제공했다.
    특히 주일씨의 군만두 굽는 솜씨는 남달랐으며, 우리는 그 맛에 감탄, 또 감탄하며, 결국에는 그 비법까지 전수받았다.

    그날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하였으며, 새벽 1시인가 2시인가 집으로 나오는 길에, 상엽이가 전에 얼핏 운을 띄운 베드민턴을 한번 치자고 하였다. 우리는 월요일에 치기로 약속을 하고는 헤어졌다.

    '성악을 하는 사람은 특히 운동을 많이 해서 몸관리를 해야되지'
    안 그래도 운동량이 적은 나에게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며, 겁없이 자꾸만 나오는 배를 향해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 왠지 모르게 그 날이 기다려졌다.


    시간은 흘러 2003년 6월 16일 월요일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합창단을 그만두는 크리스타로부터 세탁기와 건조기를 구입한 경애씨집으로 운반해 준 남자 4명(석찬일, 김호일, 김상엽, 최주일)은 간단하게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약속되었던 바와 같이 베드민턴을 치러 스포츠센터로 갔다. 경애씨의 아들 동석이도 마침 학교에서 돌아와 있었으므로 같이 갔다.

    일단 처음으로 베드민턴을 치는 나와 호일이는 균형적인 게임을 위해서 이미 베드민턴을 잘 치는 두사람과 섞어서 편을 짜고 치고자 하였으나, 어찌하다가 보니, 메텐호프(김상엽,최주일) 대 가아르텐(김호일,석찬일)으로 팀이 편성되어서 게임을 하였다.

    우리는 몸풀기로 그냥 공을 주고 받는 연습을 하였으며, 상엽이와 주일씨는  "아유~ 잘 치시네요~"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었다.

    15점 한셋트로 3판 2선승제로 게임을 시작하였다.
    아직 처음 대하는 코트에 적응이 안되어서인지, 우리는 15대 1로 졌다.
    두번째 셋트에서는 몇 점을 더 내었으나, 어떻게 해야 점수를 얻을 수 있을지 파악도 못하고 게임이 끝났다.
    2 대 0 완패...
    비록 2 대 0으로 졌으나, 호일이의 몸놀림은 그야말로 비수같았으며, 그 반사신경은 가히 놀랄만한 수준이었다.

    그 때까지는 운동량도 별로 없었기때문에, 우리는 다시 한게임을 더 하였으며 약간의 요령을 터득하였는지 아니면 상대편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이기니 봐 주었는지, 한 셋트에서는 14대 14까지 올라가는 무서운 저력을 과시하였으나 결과는 역시 2 대 0.

    '이럴 수는 없다'
    다시 한 게임을 더 하였으나 역시 2 대 0.
    게임을 하면서 옛날 배구에서 하던 블로킹을 몇차례 시도해 보기도 하였으나, 빠른 공을 받기에는 무리였다. 또한 서브가 조금만 길어도 바로 내리쳐 버리기에 서브를 조금 짧게 보내면 서비스구역 안에 안 들어가고, 조금만 길면 바로 찍혀버리는 시행착오만 되풀이하다가 끝이 났다.

    3게임을 연거푸 한 셋트도 못 따내고 지니, 뭐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의욕도 생기지 않았으며, 어떻게 해야 좀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못 했다.

    잠시 물을 한잔씩 마시면서 휴식을 취할 때, 호일이는 혼자 베드민턴을 치면서(?) 놀거나 사진을 찍다가 사진기 밧데리가 다 되어 더 이상 사진도 못 찍고 있던 동석이와 함께 조금 더 베드민턴을 쳤다.

    동석이는 예상보다 베드민턴을 잘 쳤다.
    호일이와 함께 베드민턴을 치는 모습을 보니, 운동신경도 뛰어난 것 같았으며, 좀 어렵다는 공도 곧잘 받아 넘겼다. 물론 동작이 빠른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옆코트에서는 상엽이와 주일씨가 난타를 쳤으며, 주일씨는 코트 바로 앞에 툭~ 떨어지는 공으로 상엽이를 연습시켰다.

    시간이 좀 지난 후, 호일이가 단식으로 하자고 해서, 호일이와 주일씨가 21점 단셋트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의욕적으로 게임을 시작한 호일이는 주일씨가 공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짧게, 길게 주기를 몇 차례 반복하자, 몸의 움직임히 현저히 느려졌다.

    점수가 5 대 0 정도를 넘어서자, 나는 호일이에게 "한점만(이라도) 내라"고 주문했다. 물론 호일이는 몇 차례 서브권을 가져왔으나, 그 기회을 점수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결과는 21 대 0
    게임이 끝나자 코트 뒤로 나와서 거의 나뒹구러지면서 주저 앉은 호일이는 연신 숨을 고르느라 "헥헥~"거렸다.

    그 다음 게임으로 나와 주일씨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호일이와 게임을 막 했으며, 체력적으로는 내가 좀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나, 이는 오산이었다.
    호일이는 계속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해서 체력손실이 많았으나, 호일이가 받아 넘기는 공은 항상 주일씨가 서있는 가운데까지 날아갔으며, 주일씨는 그냥 그 자리에 서서 "툭~ 툭~" 치기만 했기에 별 다른 체력 손실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목표를 1점 내는 것으로 정하고, 정신을 집중해서 열심히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벌어지는 점수차는 5 대 0 을 넘어섰고, 뒤에서 바라 볼 때와는 또 다른 그 무언가를 느꼈다.
    '이러다가 나도 21 대 0 으로 지는 거 아냐?'
    구석 구석을 찔러주는 주일씨의 공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받기가 힘들어졌다.
    하지만 어떻하다가 나는 서브권을 가져왔음은 물론이고, 점수도 1점을 내었다.
    "목표달성~"
    1점 낸 것이 뭐 잘한 것이라고...
    게임이 중반으로 넘어 갈 때 쯤, 다시 1점을 추가하였으나, 나의 체력에 한계가 옴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해서 오른쪽, 왼쪽, 앞쪽과 뒷쪽를 오가며 베드민턴을 치니,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정신집중 또한 되지 않았다.

    게임은 21 대 3으로 끝났다. 물론 처음부터 주일씨가 봐주면서 치는 것을 뻔히 느낄 수 있었으며, 어쩌다가 '픽~'맞은 공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떨어짐으로 얻을 수 있었던 점수였다.

    그 후, 호일이와 다른 할 일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먼저 샤워를 하고는 나왔으며, 우리는 오후 6시쯤 다시 경애씨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동석이도 좀 더 베드민턴을 치고 상엽이와 주일씨와 함께 오기로 했다.

    나는 호일이와 헤어진 후, 잠시 집에 다시 돌아와서 흐르는 땀으로 젖은 몸을 다시 한번 샤워하고는 전화, 이메일체크 그리고 물론 홈페이지 체크 등을 하고는 저녁을 먹으러 경애씨집으로 갔다.
    오늘 아침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옮겨준 데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메뉴는 삼겹살이었으며, 상엽이, 주일씨와 더불어 같이 온 정현이, 그리고 낮에부터 와서 경애씨를 도와주었던 은주와 다니엘, 한나와 함께 여럿이서 맛있고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식후 디져트와 함께한 대화의 장은 유익(?)했으며, 참으로 많은 웃음과 함께 한 자리였다.
    우리는 베드민턴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 1시가 넘어서 그 자리를 나와서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한줄의견          
    모친 운동을 게을리하지말고 기회있을때 마다 부지런히운동하거라 03-08-09 16:56
    석찬일 네, 요즘 들어서 부쩍 운동의 중요성을 느끼며 열심히 운동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03-09-1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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