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mage
  • 최근 댓글
  •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2005.12.07 05:05

    석찬일 조회 수:1542 추천:33



    이곳 독일에 와서 합창단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듯 6년이 훌쩍 넘었다.

    자그마한 도시 킬 시내에 있는 극장(오페라하우스)에 출근할 때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이 주차문제이다.

    저녁 연습시에는 그래도 별 문제가 없지만, 아침 연습을 할 때 차를 타고 출근하면 어김없이 주차 때문에 곤욕을 치르게 된다.

    보통 오전 10시에 연습을 시작하는데, 언젠가는 주차 때문에 오전 9시까지 출근해서 극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1시간 동안 하는 일없이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극장 주차장의 규모가 그리 크지않아 9시가 넘으면 대부분 꽉 차서 더 이상 주차할 수 없기에 일찍 출근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보니 연습시간까지 기다리는 동안 극장 매점에 가서 차도 마시며, 빵도 사먹는 등 유료주차장에 주차하는 것만큼의 지출이 있었다. ^^;;;

    그래서 아침 연습의 경우에는 날씨가 아주 험하지 않다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우리집에서 극장까지는 6km 가 조금 넘는다.

    자전거를 타고 30분이면 여유있게 도착한다.
    사실 자전거를 좀 빨리 타고 가면 20분도 안 걸리니 뭐 그리 힘든 일도 아니며, 또한 건강에도 좋은 출퇴근 방법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동료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얼마전 기름값이 무척 비쌌을 때에는 극장 근처에 자전거를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자전거 이용자가 많았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 중에는 합창단원, 오케스트라 단원, 발레단원, 기술자 들은 물론이며 지휘자들도 있다.

    합창 지휘자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며, 오케스트라의 1번 지휘자, 2번 지휘자 들도 자전거를 타고 온다.

    한국의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청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지휘자를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현재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이 바로 그런 광경이다.

    오케스타라 총지휘자의 경우에는 가끔 가죽잠바, 가죽바지에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기도 한다.

    몇 년전까지 킬 극장에서 총지휘자로 있었던 전임 총지휘자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자주 봤으니,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이 그리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독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독일어를 배우기 위하여 어학원에 다녔다.
    어학원 선생님은 집에 차가 있지만, 장을 보거나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면 대부분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건강에도 좋고, 주차문제도 해결되며, 게다가 매연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독일인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한국이라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기가 쉽지 않겠으나, 그러한 겉모습보다는 실력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세워가는 독일인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
    위 사진은 야후검색에서 퍼왔습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