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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성방송 수신하기

    2014.11.27 17:56

    석찬일 조회 수:1566

     11월 어느날 밤 11시경

    공연을 마친 후 퇴근하는 길에 누군가 집 앞에 버려놓은 지름 65cm 짜리 위성안테나를 발견했다.

     

    내가 사는 이 곳 킬(Kiel)에서는 일년에 두 번, 필요없는 가구나 전자제품 등의  쓰레기를 공짜로 버릴 수 있다.

    물론 돈을 내고 버려야 하는 항목도 있지만, 가구, 전자제품 등은 쓰레기 담당하는 관청에 엽서나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정해진 날에 쓰레기차가 와서 깨끗하게 실어간다.

    이 위성을 버린 사람은 아마 다음날 쓰레기차가 와서 실어갈 것이라 생각하고 하루 일찍 혹시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고 내어놓은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위성안테나와 함께 위성방송 신호를 모아서 전달하는 부품인 LNB 도 함께 있었다.

    그리고 위성 안테나 케이블도 여러 가닥 함께 있었는데, LNB 에서 부터 잘 떼어내지 않고 그냥 선을 싹둑 잘라서 버려두었다.

    버린 사람은 아마도 더 큰 위성을 설치하느라 필요가 없어서 밖에 버려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전부터 위성방송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우리집에서는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지 등 잘 몰랐다.

    그저 막연히 위성방송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만, 막연한 호기심으로 위성안테나를 사고 설치를 하는 것은 너무 무리하는 듯하여서 이 때까지 시도조차 못 했던 것이다.

    몇 년 전에 나는 전자제품 매장에서 위성방송 수신에 대해서 점원에게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점원은 위성방송 설치하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 때에는 선뜻 사지 않았다.

     

    하지만...

    '공짜로 위성안테나가 생겼으니 한번 시도해볼까'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인터넷으로 위성방송 수신에 대한 정보를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위성방송을 수신하기 위해서는 일단 기본적으로 몇 가지의 물건이 필요하다.

    위성안테나, LNB, 케이블, 위성방송 수신기, 그리고 텔레비전(모니터)

    이 물건 중 위성안테나와 LNB, 그리고 케이블은 이번에 가져와서 구비가 되었고, 텔레비전은 내 방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를 이용하면 되므로 내게 없는 것은 위성방송 수신기 한 가지였다.

     

    IMG_0762.jpg

     

    나는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참고하며 저렴하고 성능이 무난한 위성방송 수신기를 하나 구입했다.

    혹시 이 안테나가 고장이 나서 버린 것인지도 모르므로 일단 위성방송 수신기를 구입해서 시도해 보고 안 되면 반품 처리할 생각이었다.

    내가 구입한 위성방송 수신기는 XORO 회사의 HSRS 8560 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카드를 꽂아서 시청할 수 있는 유료방송은 볼 수 없는 모델이다.

    나야 어쨌거나 유료방송은 안 볼 생각이므로 내게는 필요없는 기능이므로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모델을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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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서재 창문 안에서 위성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지 시도해보았다.

    수신기의 셋팅 메뉴에 보니 위성을 선택한 후 그 위성의 신호가 잡히면 화면에 표시되는 페이지가 있었다.

    나는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ASTRA 19.2E 위성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위성신호를 찾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지상에서 약 36만Km 떨어진 하늘에 떠있는 위성을 찾기위해서 안테나를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곤 했지만, 아무런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

    나는 안테나가 고장이 나서 버렸나보다고 생각하고는 위성 안테나를 한쪽 구석에 치워두었다.

     

    다음날

    나는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서 대략의 위성 방향과 각도를 알 수 있었다.

    우리집에서는 위성을 수평 위치에서 윗쪽으로 27.5도 향하게 한 후, 나침판으로 169도 되는 지점을 향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날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 다음날

    이번에는 창문을 열고 창 밖에 위성안테나를 들어낸 후 위성신호를 찾아보았다.

    혹시라도 안테나가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기위하여 나는 위성안테나를 카메라 삼발이에 고정시킨 후, 삼발이 다리에 튼튼한 줄을 묶어서 내 방 안에 고정시켜두었다.

    창 밖에서 신호를 찾아 이리저리 돌려보던 중...

    오예!

    신호가 잡혔다.

    나는 채널 찾기 버턴을 눌러서 이 위성에서 송신하는 방송 채널을 찾아보았다.

    약 300개 정도의 채널을 찾을 수 있었지만, 중복되는 채널과 안 나오는 채널, 테스트 채널 등을 제외하고는 약 50 개정도의 채널을 사용할 수 있었다.

     

    창 밖에서는 신호가 잡히는데 왜 집 안에서는 안 잡힐까?

    '이제 위성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대강 알고 있으니 집 안에서 한 번 위성신호를 찾아볼까?'

    나는 집 안에서 다시 한 번 위성신호를 찾아보았다.

    이리 저리 움직이던 중에 신호가 약하게 잡혔다.

    그 위치를 기준으로 조금씩 오른쪽 왼쪽 아랫쪽 윗쪽으로 옮겨가며 실내에서 가능한 최적의 신호를 찾아보았다.

    그 결과 약 50개의 채널 중 30개 정도는 방 안에서도 시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커다란 위성안테나가 방 한 켠을 차지하고 있으니 좁은 방은 더 좁아 보였고, 또한 시청하지 못하는 20개 정도의 채널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위성안테나를 벽에 고정시키는 구조물을 사기로 했다.

    비교적 저렴하며 설치하기도 쉬운 놈으로 선택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전기드릴로 벽에 구멍을 뚫은 후,  구조물을 나사로 튼튼하게 고정시켰다.

    그리고 위성 안테나를 그 구조물에 잘 고정시켰다.

    텔레비전 화면을 참고하면서 위성신호를 찾은 후 나사를 꽉 조여서 바람이 불어도 안 흔들리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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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방에 있던 텔레비전 겸 모니터에서는 그 동안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위성방송으로 보니 화질이 비교가 안 되게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EUROSPORT처럼 지상파에서는 안 나오는 채널까지 볼 수 있으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위성방송 수신기에 USB 스틱을 연결하니 예약녹화까지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이익을 누리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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