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 부터 약 3-4년전에, 극장 동료인 슈이치가 디지탈 카메라를 샀다고 했다.
그 전부터 디지탈 카메라에 관한 기사는 많이 읽어봤으나, 실물로는 보지 못했는데, 슈이치가 사서 실물을 볼 수 있었다.
하루는 슈이치의 집에 가서 사진도 찍어보았으며, 그 사진들을 컴퓨터로 넘겨서 파일로 받을 수 있었다.

집에 와서 사진을 모니터로 보니, 아니 이렇게 선명할수가...
그 전까지는 스캐너로 열심히 스캔해서 모니터로 올려서 디지탈화 했는데,... 이제는 아주 간단하게, 그리고 너무나도 선명하게 사진을 모니터로 볼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사진 앨범보다는 컴퓨터로 뭐든지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또한 외국에 살기에 가끔씩 한국에 이메일로 사진을 전송해주면 부모님께서 아주 좋아하신다. (이 또한 자그마한 효도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우리야 그냥 외국에서 잘 지낸다고 별 생각없이 지내지만, 부모님께는 최근의 모습이 담긴 아들의 사진을 보시면서 큰 위안을 삼으신다.)

그 후에 나는 웹캠을 샀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화상통신을 하며, 아쉬운대로 우리의 모습을 쉽게 파일로 저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상도나 사진의 질은 많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요즘도 화상통신할 때 애용하고 있다.)

세월은 흘러 작년에 나도 디지탈 카메라를 구입했다. 몇년전에 슈이치가 카메라를 샀을 때부터 사고 싶었기에, 그동안 조금씩 돈을 모으며, 기회가 되기를 기다렸는데, 마침내 사게 된 것이다.

일단 사기로 결심을 하고, (물론 내무부장관으로부터 사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후였다) 어떤 모델을 살 지 고심하기를 몇 달...
내가 사고자 하는 실물을 아내에게 보여주고자 하여, 우리는 같이 메디아막에 갔다.
그 곳에서 실물을 본 아내는 내가 고른 모델이 마음에 안 든다며, 더 비싸고 좋은 모델을 보고는 그걸로 사자고 했다.

나는 속으로 '얼씨구나'하면서 그 모델명을 잘 적어서 집으로 왔다.
인터넷으로 그 모델에 관한 정보를 잘 알아본 후에, 우리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그 모델 가격을 알아보았다. 그 당시에는 신제품이라 그런지 많은 곳에서는 못 찾았으며, 몇 군데에서 찾았으나, 메디아막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면 그냥 메디아막에서 사는 것이 애프터서비스 받을 때도 유리하지...'
이렇게 생각하며 하루 이틀 사러 가지 못하고 고심하던 중, 아내가 인터넷 경매싸이트인 eBay에서 그 모델을 검색했다고 하면서, 가격이 훨씬 싸다고 말했다.

그 싸이트에 들어가서 보니, 역시 아내가 말 한 바와 같이, 메디아막 가격보다 최소 100유로 이상이 쌌다.
우리는 바로 eBay에서 구입을 했으며, 우리의 디지탈 카메라는 약 1-2주 후에 우리의 손에 들어왔다.

디지탈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사진을 메모리카드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마구 찍어서 저장하고 싶은 것만 저장하고 필요없는 것은 그냥 버리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인화비, 현상비가 필요없으며, 필름값도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그날 찍은 사진을 바로 컴퓨터로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오늘까지 내가 이 디지탈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총 1560장이다.
내가 필름을 사서 찍었다면 과연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지도 않았을 것이며, 몇장의 사진을 찍고는 그 필름을 다 사용할 때까지 몇달이고 기다리다가, 나중에는 필요없는 사진도 막 찍는 어리석음을 범하였을 것이다.

작년부터인가 디지탈 카메라의 매출이 아날로그 카메라의 매출량을 넘어섰다고 들었다. 더불어 전통적인 사진현상소 또한 디지탈 사진현상소로 전업을 하고 있다.

잘 나온 사진은 온라인으로 디지탈 사진현상소로 보낸 후, 일반 사진으로 출력하여 가질 수 있기에 그 매력은 점점 더해가는 것 같다.

이왕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가만히 잘 아껴둘 것이 아니라 열심히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아끼면 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