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이 지나고 이곳 독일은 본격적인 봄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4년전 이곳을 처음 왔을 때만해도 독일의 봄날은 연일 비가 계속되어 내내 칙칙하고 쌀쌀하다가 봄을 느낄 사이도 없이 어느새 여름이 되곤 했었는데...
제작년 부터인지 봄이 화창하고 여름도 무척 더워졌다.
이곳 사람들은 유럽이 전체적으로 이상기온을 보이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날씨가 좋으니 샤론이는 하루도 집에 가만히 있기를 싫어한다.
매일 베란다에 나가 까치발을 딛고는 밖을 바라보며, 날씨가 좋다는 둥,꽃이 많다는 둥 하며 나에게 밖에 나가자는 은근한 압력을 가한다.
요즘 계속 날씨가 좋아 난 겨우내 밀렸던 이불이며 겨울 옷가지들을 빨고 집안 구석구석 대청소를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집안일을 하느라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어느새 샤론이의 짜증은 하늘을 찌르고 만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하던 일을 다 내 팽게치고 샤론이와 나가는 수 밖에 없다.

내가 일하는 동안만이라도 샤론이와 좀 놀아주면 좋을텐데 샤론이 아빠는 이 좋은 봄날 오후를 늘 낮잠으로 일관한다.
그제는 너무나 지루해 짜증이 극에 달한 샤론이를 달래다가 어느새 나도 짜증이나 여전히 낮잠을 자고 있는 샤론 아빠에게 잔소리를 했다.
아마도 효과가 있었는지 어제 예배후 돌아오는 차안에서 내일 출근이 없으니 가까운데 바람을 쐬러 가자고 샤론아빠가 제안했다.

흔히 있는 기회가 아니므로 집에 돌아와 바로 인터넷으로 당일 코스로 갈만한 곳을 찾아보았느나 입장료와 기름값을 계산하니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기예보의 날씨가 좋지 않을것 같다는 정보에 우리는 바로 시내 근처의 작은 수족관에 가기로 했다.
가깝고 입장료도 6세 미만은 무료, 어른은 1유로 60센트로 아주 저렴했다.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날씨는 좀 흐려 있었으나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수족관에 들어서자마자 사론이는 적잖히 흥분했다.
워낙에 물고기를 좋아도하지만 샤론이가 아주 좋아하는 만화영화 NEMO 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물고기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도 물고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는 샤론이를 보며 한편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가 이토록 자라도록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이런 곳도 처음 오다니.....
이렇게 물고기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수족관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그런데로 볼만 했다.
샤론이는 작은 물고기만 보면 "엄마, 여기 멸치 있다."고 이야기 해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늘 그렇듯 수족관을 두 세바퀴 돌고도 집에 가려하지 않는 샤론이를 맥도날드에 가서 장난감이 들어있는 햄버거를 사준다고 꼬셔서 가까스로 그곳을 나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약속한 대로 맥도날드에 가서 장난감이 들어있는 어린이 메뉴를 사주었다.
우리들의 오랜만의 나들이는 이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샤론이는 오늘 밤 잠자기 전 기도를 이렇게 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아빠하고 엄마하고 샤론이하고 물고기를 보러갔어요.
멸치하고 네모 (만화영화 주인공)하고 큰물고기하고 별(불가사리)하고 찝게(가재)를 봤어요.
감사합니다.
아멘...."

아직은 어눌한 기도지만 하나님께서 이시간 그 기도를 들으시고 샤론이의 삶을 이끄심을 확신한다.
지금 샤론이는 곤히 자고 있다.
오늘은 아마도 꿈에서 바닷속 구경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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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26일 킬 수족관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관계로 음성이 없습니다.
우리집 디카는 음성녹음기능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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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찬일(217.227.201.75)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고 생각합니다. ^^;;; 2004-04-27 08:20:10
- 누님손님(24.69.255.204) 생각만 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샤론이가 이 세상을 신기함으로 보듯 우리도 그런 자연에 대한 새로운 눈뜸을 샤론이에게서 배워야겠다 2004-04-29 07:52:11
- 석찬일(217.82.119.135) 설마 생각만 하려고... 그러니까 전에 어떤분께서 항상 연구만 하시고, 고려만 하셨던 일이 생각나네.. ^^ 2004-04-29 18:55:42
- 오마니(221.142.67.202) 샤론이가 그렇게 좋아하는데 무심하게도 지났구나 !!! 아빠가 마누라와아이를 좀더 무엇을 원하고있는지 자주 마음을 살펴보도록... 그리고 생각만 하는대물림은 안하는것이좋을듯 ^^^ 2004-04-29 20:21:27
- 석찬일(217.82.125.195) 무언의 미소 ^^ 2004-04-29 22: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