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올 해에는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온다.
하얗게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면 내 마음도 괜히 하얘지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면 아이들 마음이야 오죽하랴.

유치원에서도 눈이 온 다음에는 아이들이 곧잘 썰매를 타고 논다.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재미있는데, 직접 타고 놀다보면 용기도 생기도 몸을 조절하는 능력도 생기고...

유치원 시간이 다 되어서 샤론이를 데리고 집에 가려고 하면 샤론이는 말한다.
"썰매 타고 싶어..."
"그래, 그럼 한번만 더 타고 가자."

샤론이는 기분좋게 또 한번 썰매를 탄다.
하지만 이제 집에 가야한다고 생각이 되니 왠지 뭔가 서운한 모양이다.

"샤론아, 썰매 한번만 더 탈까?"
"응~"
신이나서 다시 썰매를 타려고 언덕을 올라가는 샤론이의 모습을 보면 마냥 계속해서 샤론이가 그만 탈 때까지 썰매를 타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유치원 선생님들도 빨리 정리를 하고 퇴근해야 하므로 h~하고 썰매를 타고 내려온 샤론이에게 잘했다고 말하면서 선생님께 썰매를 건네 주라고 한다.
샤론이는 못내 아쉬워하면서 썰매를 건네준다.

그런 후 며칠동안 눈이 녹지않고 썰매를 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계속된다.
하루는 아내가 말했다.
"샤론이 썰매 하나 사 줍시다."

그날 오후, 유치원에서 샤론이를 데려오면서 우리는 썰매를 사러 갔다.
싼 것으로 하나 사려고 하였으나, 예전에 봤던 싼 것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이 곳 저 곳을 다 살펴본 후, 비교적 괜찮은 것으로 하나 샀다.
샤론이는 벌써부터 썰매타는 생각을 하는지 입가에 웃음이 가득하다.

집에 돌아와서 썰매를 탈 수 있도록 복장을 바꾼 후, 우리는 썰매를 타러 나갔다.
마침 우리집 바로 근처에 평소에는 산책로로 사용하는 언덕과 길이 있는데, 그곳에서 많은 아이와 어른들이 썰매를 타고 있었다.

모두들 신나게 썰매를 타고 있다.
하지만 제일 높은 곳에서는 처음부터 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경사도 심하고 또한 커브도 나오기 때문에 이제 처음 썰매를 타는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많아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아랫쪽으로 내려가서 비교적 위험한 요소가 없는 곳에서 썰매를 탔다.

샤론이는 매우 매우 좋아했으며, 샤론이 뿐 아니라 나와 아내도 번갈아가며 샤론이에게 썰매를 태워주면 좋아했다.
잠시나마 세상 걱정을 잊어버리고 동심으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몇 번 썰매를 타본 샤론이는 이제 좀 더 높은 곳에서 썰매를 타자고 했다.
몇 번은 그냥 위험하다고 달랬으나, 다른 아이들이 더 높은 곳에서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면서 계속 졸라대는 샤론이의 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꼭대기에서는 나도 무서워서 탈 수 없다고 판단이 되어 언덕 중간 정도에서 타는 것으로 샤론이와 합의보고는 신나게 썰매를 타고 내려갔다.

다른 썰매나 나무 등에 부딪힐 뻔한 위험요소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위축시키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딸아이에게 아빠가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었으며, 태연한 척 썰매를 타고 내려왔다.
다행히 잘 타고 내려왔으며, 샤론이에게는 믿음직한 아빠의 모습을, 나 자신에게는 해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해 준 귀한 순간이었다.

과연 우리가 몇 번이나 썰매를 타고 내려왔는지는 모르지만, 꽤 오랫동안 썰매를 타고 놀았다.

다음에는 좀 더 잘 타는 모습을 샤론이에게 보여줘야지. ^^
  


한줄의견          
손님 샤론이 멋지다.. 05-03-14 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