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7일
며칠 전부터 목이 아프도록 기침이 나더니, 결국 어제 저녁 '니노치카'공연에서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나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내가 평소에 가던 병원에 가 보았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병원 문은 잠겨있는게 아닌가.

나는 집에 돌아와서 그 병원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해 보았다.
상냥한 목소리의 자동응답기에서  12월 27일과 28일은 병원이 문을 안 연다고 설명해 주었다.

나는 집 근처에 있는 다른 병원 몇군데 더 전화해 보았지만, 다들 크리스마스 연휴에 이어서 이틀정도 더 문을 닫았다는 자동응답기만 돌아갈 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예전에 살았던 가든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전화해 보았다.
이 곳에는 간호사가 친절한 목소리로 오늘 오전에는 근무하니까 편리한 시간에 오라고 했다.
나는 서둘러 차를 타고 이비인후과에 갔다.

독일 병원에 있어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듯한 인상을 받곤 했는데, 이날도 역시 1시간 30분 정도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
평소에도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어 다수의 병원들이 며칠동안 문을 닫은 관계로 몇몇 문을 연 병원으로 사람들이 몰려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늘어난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기다릴 줄 알고 미리 나의 포켓PC(PDA)를 들고 갔다.
내 포켓PC에 깔려 있는 프로그램 중 가장 소중한 성경읽기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그리고는 10월부터 시작한 독어성경 읽기를 하였다.
4장 정도 읽었을 때에는 대기실의 의자가 꽉 차서 몇 몇 사람들은 복도에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한 할머니께서 대기실에 들어오셨는데, 자리가 없어서 난감해 하셨다.

"여기 앉으세요. 할머니."
"괜찮아요."
"아뇨. 할머니, 이제 곧 제가 진료받으로 들어갈  순서거든요."
"고마와요. 젊은이..."

나는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고는 복도에 서서 내 순서를 기다렸다.
내가 복도에 나온 지 일분도 되지않아서 정말 내 순서가 되었다.
"석선생님... 이리 오세요."

나는 진찰실에 들어갔다.
의사선생님은 내게 인사를 하신 후,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셨다.

"저... 목이 아프구요. 기침이 심합니다."
"그래요? 목을 좀 볼까요?"
"아..."
"이런... 목이 많이 부었군요."
"네, 제가 오페란단에서 합창단원으로 일하는데, 사실 어제 공연에서는 소리를 거의 못 내었어요."
"이런 상태에서 노래를 하면, 목 다칩니다. 절대 안되죠."

선생님은 내게 필요한 약 처방전을 적어 주신 후, 일주일 동안(2007년 1월 2일까지) 푹 쉬면서 노래하지 말며, 잔기침도 가능하면 하지 말라고 하셨다.

올 해 12월 31일에도 뮤지컬 '니노치카' 연주가 두번 계획되어 있다.
또한 1월 1일 신년음악회에서는 베에토벤의 9번교향곡' 합창'을 연주하기로 되어있어,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못하고, 공연하며 연주하며 보내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올 해는 유난히 가족의 소중함이 많이 느껴지는 해인 것 같다.
아니면 해가 갈수록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걸까...
어쨌거나 비록 몸이 아파서 집에서 쉬기는 하지만, 가족과 함께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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