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초 이용운 집사님께서 손수 시범과 함께 전수해 주셔서 성황리(?)에 광어회 뜨는 방법을 배운 후 시간이 좀 지났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26일 조일훈씨 부부를 초대하였다.
일훈씨는 이번 시즌부터 킬극장 합창단에 함께하는 베이스 가수로, 합창실 좌석배치를 보면 나의 바로 왼편에 일훈씨가 위치한다.
그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분이어서 그동안 몇차례나 일훈씨와 와이프를 집에 한번 초대하고자 하였으나, 이런 저런 일로 몇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마침 지난 1월 26일에는 모두 함께할 시간이 있어서 드디어 일훈씨 부부가 우리집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 날 아침, 나와 아내는 샤론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준 후, 바로 하이켄도르프로 갔다.
하이켄도르프에 있는 어선에서 바로 파는 생선을 사기위함이었다.

여러 척의 배에서 그날 막 잡은 생선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큼지막한 놈으로 광어 다섯마리를 사왔다.

집에 와서 회를 뜰 준비를 시작했다.
아내는 일단 지느러미를 가위로 잘라내었다.
그리고는 알들과 내장들을 들어내었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회칼을 갈았다.
마침내 아내가 내게 광어들을 넘겨주었다.

나는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으나, 아무래 생각해봐도 도통 기억이 나지않았다.
'꼬리쪽에서부터 머리쪽으로 떴었나, 아니면 머리쪽에서부터 꼬리쪽으로 떴었나?...'

일단 꼬리쪽에서 시작해보았다.
뭔가 매끄럽지않았다.
아내가 날 쳐다보더니, 아무래도 머리쪽에서부터 시작한 것 같다고 하였다.

첫마리째의 광어는 좀 많이 찢겨지기도 하였으며, 가운데 뼈에도 생선살이 좀 많이 남았다.

"이렇게 뜨다간 다섯마리 다 떠도 양이 부족하겠는데..."
아내가 한심하다는 듯이 날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아직 기억이 잘 안나서 그래.. 조금만 기다려보면 잘 될꺼야. 걱정마..."
큰소리는 쳤지만, 솔직히 나도 조금씩 불안해졌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내가 배워놓는 건데..."
아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지난 번 이용운 집사님께서 오셨을 때, 이집사님의 시범을 본 것도 나 혼자요. 따라서 회를 떠 본 것도 나 혼자였기에, 아마 아내가 안타까왔나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두마리째가 되자, 어느 정도 매끄럽게 포를 뜰 수 있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정도였을까...

아침 10시쯤 되어 회를 뜨기 시작했는데, 거의 낮 12시쯤에야 겨우 뼈에서부터 포를 분리해 낼 수 있었다.
(내가 한 작업을 보면, 포를 떴다라는 표현보다는 포를 뼈에서부터 분리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낮 12시 반쯤 우리집에 일훈씨 부부가 도착하기로 되어있었기에,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았다.
나는 속도를 내어서 포에 붙어있는 껍집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처음 몇 개 정도 조심스럽게 껍질을 벗겨내기에 성공한 나는, 바쁜 마음에 좀 빨리 껍질을 벗겨내었다.
이젠 수준급으로 빨리 잘 한다고 생각하며, 흐뭇해하던 중, 나는 벗겨낸 광어껍질에 많이 남아있는 생선살을 보며, '이게 아닌데...' 생각했지만, 이미 벗겨낸 껍질을 어쩔 수 없었다.

'정신을 집중해서... 좀 천천히 잘 해보자...'
다시 정신을 가다듬으며, 스스로 파이팅을 외치며 껍질을 벗겨나갔지만, 자꾸만 내 머리에는 껍질에 남아있는 생선살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기야는 생선살이 남아있는 껍질에서 조금이라도 더 생선살을 떼어내기 위하여 칼질을 해대기도 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생선껍질을 거의 다 떼어갈 때, 다른 준비가 다 끝나서 내가 생선껍질 다 벗기기만을 기다리던 아내가 말했다.
"저기 남은 한 조각은 내가 껍질 벗겨볼께..."

나는 피식웃으면서 이게 보기보다 어려우니 내가 그냥 끝내겠다고 하였으나, 아내는 거듭해서 자기가 해보고 싶다고 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이렇게 쉬운 부탁하나 못 들어주면 안되지라고 생각하며 아내에게 회칼을 넘겼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생전 처음 껍질을 벗겨본다는 아내가, "휙~"하며, 껍질을 단숨에 벗기는 것이 아닌가...

회는 안 떠봤지만, 그동안 사랑과 정성으로 음식을 하며 한 칼 솜씨가. 회를 치면서도 발휘가 되는 순간이었다.

아내는 말했다.
"다음에 회 뜰 때는 내가 뜰께, 그럼 시간이 반은 커녕, 삼분의 일도 안 들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잘게 회를 썰이는 단계는 아내가 했다.
지난번 내가 나름대로 잘게 썰었다고 생각한 회가 너무 두터웠다고 다른 모든 사람은 물로 나 자신도 느꼈기에...

이 날 우리는 즐겁게 일훈씨 부부와 함께 맛있는 광어회와 매운탕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멋진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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