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6일 월요일

 

여느 월요일 저녁때와 같이 나는 배드민턴을 치러 갔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갔다.

이 날은 날씨가 특히 추웠다.

그래서 내가 가진 방한용품 중 복면강도처럼 보이는 얼굴을 다 뒤집어 쓰고 눈코입 부분만 뚫려 있는 마스크와 두툼한 장갑을 끼고 갔다.

 

우리가 사용하는 체육관은 학교 체육관인데 월요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배드민턴 네트를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다.

날씨가 너무 춰워서 그런지 이 날은 평소보다 적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러 왔었다.

나는 너무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쉬어가면서 적당히 운동을 했다.

 

체육관을 잘 정리정돈한 후, 다른 사람들은 집에 가서 샤워를 하겠다며 먼저 나갔다.

나는 탈의실에서 샤워를 한 후 개운한 기분으로 체육관 건물을 나왔다.

마지막에 체육관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이 더 이상 밖에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도록 문을 꼭 잠그고 나가기로 해서, 나는 문이 잘 닫혔는지 확인하고 자전거가 세워진 곳으로 갔다.

 

자전거를 타려는 순간 내 복면강도 마스크와 장갑이 안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아뿔싸!"

탈의실 옷고리 위에 두고 나온 것이다.

 

날씨는 춥고 더 이상 나올 사람도 없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맨손으로 추위에 떨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외투의 소매를 최대한 당겨서 조금이나마 추위를 피하려고 노력한 덕인지 감기에는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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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그 체육관이 있는 학교에 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학교 관리인이 체육관 탈의실 문을 열어 주었다.

그 곳에서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평온하게 나의 복면강도 마스크와 장갑이 있었다.

 

나는 관리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나의 사랑스런 복면강도 마스크와 장갑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추신]

 

그 다음날 저녁에는 홀슈타인할레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날이다.

보통 화요일 저녁에는 연습이나 공연 때문에 나는 잘 갈 수 없는데, 마침 이날은 여성파트만 연습을 해서 나도 배드민턴을 치러 갈 수 있었다.

나는 배드민턴 가방을 잘 챙겨서 다시 찾아온 복면강도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는 배드민턴을 치러 갔다.

특히 이 날은 다른 팀과의 경기가 있는 날이어서 평소보다는 좀 더 중요한 날이었다.

 

나는 그 곳 탈의실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후 뭔가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뿔싸!"

이번에는 운동화를 안 가지고 온 것이다.

전 날 운동화에 새로운 깔창을 깔았는데, 깔창 크기가 잘 안 맞아서 집에 돌아온 후 다시 알맞은 크기로 잘라둔 후, 선반에 올려두었다.

그 위에 배드민턴 가방을 두었는데, 배드민턴 가방을 들고 나올 때 미처 가방 아래의 운동화를 못 보고 그냥 나온 것이다.

 

그냥 간단하게 운동하기에는 양말만 신고 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다른 팀과의 시합을 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컸다.

신발이 없어서 더 미끄러워지기도 하고 부상의 위험이 있어서 나는 미안하지만 오늘 시합에는 참가하기 어렵다고 우리 팀원들에게 이야기 했다.

우리 팀원들도 깔깔 웃으며 잘 알겠다고 했다.

비록 이날 팀 대항전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는 있었다.

 

다음 번에는 꼭 운동화를 가지고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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