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아침 아내는 샤론이를 데리고 한글 학교로 갔다.
나는 아내와 샤론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전에 사놨던 수도꼭지를 바꾸고자 했다.

그 전에 살던 사람이 설치해 놓은 수도꼭지는 이미 낧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찬 물 손잡이와 뜨거운 물 손잡이가 딸 되어 있어, 샤론이가 세수할 때 적당한 온도의 물을 맞추기가 힘들어서 바꾸고자 한 것이다.

나는 먼저 (한국식) 일층에 있는 화장실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바꾸고자 했다.
일단 세면대 아래에 있는 수도 밸브를 잠근 후, 세면대와 연결되어 있는 수도관을 분리했다.
그리고는 수도 밸브에 연결된 호스를 분리했다.
하지만 세면대에 붙어있는 수도꼭지 몸통은 어떻게 분리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우리집 근처에 사는 동료 세르게이에게 전화했다.
그는 자신도 잘 모르지만, 힘이 된다면 와서 봐주겠다고 하였다.

잠시 후, 그가 도착해서 봤으나, 그 역시 어떻게 해야 수도꼭지가 분리되는지 몰랐다.
급기야 그는 세면대를 벽에서 때어내어서 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까지 내어 놓았다.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닌 듯해서 나는 그에게 그만 참아라고 하고는 다른 동료 안제이에게 전화했다.

안제이는 폴란드에서 온 동료로 멋진 저음을 구사하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이다.
손재주가 뛰어난 그는 특히나 집의 전기배선에 관해서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안제이는 당장은 할 일이 있어서 못 오지만, 나중에 저녁에라도 와 주겠다고 했다.

그 사이에 아내는 한글학교에서 돌아왔으며, 온통 난장판이 되어있는 화장실을 보더니, 대략 난감해 했다.

저녁시간에 안제이가 집에 왔다.
그는 집에서 몇 개의 공구도 가지고 왔다.
그는 세면대 아랫부분을 통해서 수도꼭지와 연결된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쉽게 수도꼭지를 세면대에서부터 분리해 내었다.
하지만 수도 배관 연결된 부분 중 한 부분이 분리되지 않았다.
나와 안제이 두사람이 온 힘을 다하여 분리해보려고 하였으나, 안 되었다.
연결된 부분에 기름도 쳐보았으나 역시 분리되지 않았다.

저녁 시간에 또 다른 약속이 있는 그는 직접 설치해 줄 시간이 없어서, 나에게 새로운 수도꼭지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나는 일층 화장실 뿐만이 아니라 부엌과 이층 화장실에 있는 수도꼭지까지 어떤 점에 주의해서 분리, 연결해야 하는지 잘 들었다.

안제이가 집에 간 후, 나는 별 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인 주일 낮 교회에서 돌아온 나는 저녁 출근가기에 앞서서 2층에 있는 수도꼭지를 먼저 바꾸려고 시도했다.
일층 화장실 수도꼭지는  배관 연결된 부분에서 더 이상 진도가 안 나가서, 일단 다른 부분의 수도꼭지를 먼저 바꾸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샤워박스에 있는 수도꼭지와 욕조에 있는 수도꼭지는 다른 수도꼭지에 비해서 바꾸기 쉽다고 안제이가 말 했기에 거기에 힘을 얻어서 그렇게 시작한 것이다.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비교적 쉽게 샤워박스와 욕조의 수도꼭지를 성공적으로 바꿔 끼웠다.
그리고는 저녁에 극장에 가서 그날 무대에 올라가는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연주를 하고 와서는 아내에게 별 문제가 없냐고 물으니, 샤워박스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좀 새어나온다고 했다.
나는 몸이 너무 피곤해서 다음날 고쳐보겠다고 하고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 샤론이를 유치원에 보낸 후, 일단 샤워박스에 있는 수도꼭지를 다시 분해했다.
물이 새어나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연결부위에 물 새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나온 얇은 비닐 테이프를 감았다.
이 비닐 테이프는 매우 얇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몇 바퀴씩 둘둘 돌리면서 감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후 다시 연결해 놓으니 더 이상 물이 새지 않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나는 2층 화장실에 있는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렇게, 저렇게 수도꼭지를 보며 어떤 식으로 분리하고 설치하는 지를 알게 되었기에 더 이상의 두려움은 없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수도꼭지를 바꿀 수 있었다.
그냥 마무리할까 생각하던 중, 번뜩 세면대 위치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 주인이 살 때부터 2층 화장실 문이 완전히 다 열려지지 않았다.
아마도 처음에는 잘 열렸으나, 살던 중 새로운 세면대를 설치했는데,  그 전에 사용하던 세면대보다 큰 것을 설치해서 세면대에 걸려서 문이 활짝 안 열리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화장실 문이 활짝 안 열리고 열리던 중 세면대 한쪽 모서리에 부딪혀서 '퉁' 소리가 나며, 튕기는 것을 보고 그동안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속으로 고심한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아내에서 세면대 위치를 바꿀까 한다고 말하자 아내는 할 수 있으면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동의해 주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서 세면대를 고정시켜놓았던 나사를 풀어 내었다.
아내와 함께 세면대를 바닥에 내려 놓은 후, 문이 열릴 만큼 옆으로 세면대 위치를 옮겨 보니 10cm 오른쪽으로 옮겨야 했다.
나는 드릴을 가지고 와서 조심스럽게 타일벽을 뚫고는 나사못을 고정시켜주는 플라스틱 조각을 구멍에 넣었다.
다시금 아내와 함께 세면대를 들어서 새로운 위치에 고정시켰다.

이제는 화장실 문도 잘 열리게 되었다.
솔직히 수도꼭지 바꾼 것보다도 화장실 문이 활짝 열리게 된 것이 더 기분 좋았다.
수도꼭지를 세면대에 설치한 후, 남은 문제는 배관이었다.
원래 배관위치에서 세면대가 10cm 오른쪽으로 옮겨졌기에 10cm미터만큼 배관과 배관 사이에 틈이 생긴 것이다.
나는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본 후, 건축자재시장에 가서 필요한 배관을 사 왔다.
기대반, 의심반으로 사온 배관을 연결해 보니, 거짓말처럼 딱 잘 맞아 들어갔다.
'야호~'

다시 일층 화장실로 가서 분리되지 않던 배관 연결된 부분을 별 희망없이 분리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큰 힘도 들지 않았는데, 비교적 쉽게 분리되는 게 아닌가.
아마도 이틀 전에 기름칠한 게 서서히 스며들어가서 이제 효과를 발한게 아닌가 생각했다.
'이제 일층화장실도 끝낼 수 있겠군... 흐흐흐'

쉽게 끝나리라고 생각했던 일층 화장실 세면대 수도꼭지는 예상 밖으로 어려웠다.
일단 아무리 해도 수도 배관 연결된 부분에서 물이 새어나왔다.
아마도 오래된 배관을 힘으로 억지로 분리하던 중, 배관 부분이 좀 찌그러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게다가 일층 세면대가 아주 작은 미니 사이즈라서 그런지 세면대에 물을 받을 때 사용하는 물마개를 설치하기 어려웠다.
보통 물마개를 작동시키는 지지대가 수도꼭지 뒷부분에서 세면대 아랫부분으로 내려와서 세면대 아랫부분의 첫 배관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세면대가 작은 관계로 그 연결되는 지지대가 자꾸 벽에 닿는 것이었다.

하다 못해서 그 세면대의 물마개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내는 일층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자주 손도 씻고 사용하므로 물마개를 사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나는 전에 연결되어 있던 물마개 지지대의 일부분을 새로 연결하는 지지대의 일부분과 교체하여 물마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성공했다.
비록 아주 매끄럽게 작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 ^^

아침에 수도꼭지 바꾸는 일을 시작했는데 어느듯 저녁시간이 되었다.
저녁식사 후에 아내가 샤론이를 재우러 간 사이에 나는 부엌 싱크대에 있는 수도꼭지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 수도꼭지는 구조로 봐서는 설치하기 제일 쉬운 구조였으나, 싱크대 아래에 있는 수도꼭지를 고정시키는 나사를 돌리기가 힘들었다.
아무래도 싱크대 안이라는 좁은 공간 때문에 스패너를 사용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인내심이를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돌려가면서 약 20분 만에 수도꼭지를 고정시킨 나사를 빼내었다.
새로운 부엌싱크대용 수도꼭지를 힘겹게 설치해서 또다시 약 20분에 걸쳐서 수도꼭지를 고정시키는 나사를 조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수도꼭지 바꾸기를 통하여 또 한가지 기술을 습득한 좋은 경험이 되었다.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서로 간의 우정도 키울 수 있었으며, 또한 기술자를 불러서 고치지 않고 내가 직접 해서 출장비 등으로 인한 지출을 줄여 가계에도 보탬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아내에 대한 남편의 역량을 마음껏 과시할 수도 있었다는 점 등이 참 좋았다.

다음에는 언제 수도꼭지를 또 다시 바꾸게 될 지는 몰라도 이 번보다 훨씬 쉽게 바꾸는 내 모습을 그려보며 입가에 웃음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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