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선씨가 책 한 권을 빌려주면서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책 제목은 좀머씨 이야기.
처음에는 잘못 알아들어서 좀비씨 이야기라고 알아듣고는, 좀비가 씨에서부터 배양되어 전 세계를 어지럽히는데, 주인공이 나타나서 악의 무리(좀비씨)를 무찌르는 그런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책이 두껍지 않고, 책 내용과 딱 들어맞는 삽화가 많아서 오래 걸리지 않고 다 읽을 수 있었다.

좀머씨 이야기
독어로 <Die Geschichte von Herrn Sommer>로 출간된 이 책은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üskind)의 작품이다.
독어로 작가의 이름을 몰랐을 때에는 Süßkind가 아닐까 생각했다.
달콤한 <Süß> 와 아이 <Kind>가 합쳐진 단어라 상상하며 참 낭만적인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Süskind> 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 달콤한 나만의 상상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잘은 몰라도 '달콤한 아이'라는 뜻과 연관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아니 희망한다.

이 책은 이제 나이가 오십쯤 되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 눈에 비쳤던 이웃에 사는 좀머씨 (Mr. Sommer)의 모습을 그린 책이었다.

정선씨는 독일의 날씨와 생활을 접하고 난 후,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더 이해가 잘 되더라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내용 중 특히 자전거 브레이크가 있는 쪽이 오른쪽이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내가 어릴 때 한국에서 탄 자전거는 모두 양손에 브레이크가 있어서 그런지 내가 독일에 살지 않았더라면 매우 생소하게 와닿았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독일에 와서 타고 있는 자전거도 오른손에만 브레이크가 있다.
왼손에는 브레이크가 없는 대신 손브레이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발브레이크가 있다.
페달을 앞으로 돌리지 않고 뒤로 돌릴 경우 발브레이크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물론 독일에도 양손에 브레이크가 있는 자전거도 있음을 밝혀둔다.)

또한 급변하는 날씨와 빵을 사러 가는 모습 등...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고 친근한 모습이 된 삶의 부분을 작가는 아름다운 글로서 나타낸 것이다.

그동안 독일에는 (한국어로 된) 책이 없다는 핑계로 독서를 멀리했던 나에게 독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감동을 경험하게 해주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걸까.

인터넷에서 찾은 평론을 옮겨본다.

"좀머씨 이야기"는 한 소년의 눈에 비친 이웃 사람 좀머씨의 기이한 인생을 담담하면서 섬세한 필치로 그려나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외치며 자꾸만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좀머씨의 모습은 가난한 은둔자로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기이한 삶의 행로를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지나치게 합리적이고 계산적으로 변해가는 현실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순수함에 대한 갈망의 표현인 것이다.

"Die Geschichte von Herrn Sommer" ist eine wunderliche Geschichte. Patrick Süskind hat sie in einem Plauderton geschrieben, als ob er sie gerade jemand erzählen würde. Schmerz und Komik liegen hier ganz nah beisammen. Ein kleines Meisterwerk der Erzählkunst.
<좀머씨 이야기>는 아주 특이한 이야기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이를 마치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이 수다하는 톤으로 적었다. 여기에는 고통과 우스꽝스러움이 함께 있다. 서술예술의 한 자그마한 걸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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