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남편을 출근시키고 나면 그야말로 황금같은 나만의 시간이 생긴다.
샤론이는 유치원에서 오후 2시쯤 돌아오고 샤론아빠는 일찍 올 땐 12시면 퇴근을 하기때문에 황금같은 나만의 시간은 고작해야 2~3시간 정도이다.
황금 같은 나만의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시간의 대부분은 나만을 위해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모든 주부들이  그렇듯이 슈퍼에도 다녀오고 빨래도 하고 청소며 설겆이 여러가지 집안일들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면 퇴근하는 남편을 위해 점심을 준비해야 될 시간이 된다.

오늘은 다른날보다 30분정도 일찍 유치원에 간 샤론이 때문에 여느날 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아침이었다.
어제 사놓은 빵 한쪽과 향기로운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비록 간단한 식사지만 내게는 그래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빵위에 듬뿍 발린 쨈이 그 이유다.
이 쨈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얼마 전까지 집앞 숲속 산책로에 지천으로 열렸던 산딸기를 내가 직접 따서 만든 나만의 쨈이다.
농약 한방울 묻지않고 산좋고 공기 좋은 우리 동네 숲속에서 자란 산딸기니 그 신선함과 깨끗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바구니 가득 따온 딸기를 깨끗이 씻어 설탕은 아주 조금만 넣고 한참을 저어가면 졸였더니 걸쭉하고 알맞게 끈끈한 산딸기 쨈이 되었다.
슈퍼에서 사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없는 진한 산딸기향~~
달지않아 빵위에 듬뿍 얹어 먹어도 부담이 없는 나만의 쨈!!!!!
쨈을 별로 좋아하지않는 샤론이도 내가 만든 이 쨈만은 빵에 발라 잘도 먹는다.
마침 쨈을 만들고 있을 때 옆집 독일 애기 엄마가 놀러와서 갓 만든, 아직 따뜻한 잼을 예쁜 병에 담아 선물을 하기도 했다. 애기( 이름은 카롯타)엄마가 너무나 기뻐했음은 물론이고 나 또한 마음이 흐뭇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간단하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아침 식사를 하고 집안일들로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샤론이가 유치원에서 마칠 시간이 되었다.
샤론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니 샤론아빠가 퇴근해 있었다.
부랴부랴 점심 식사를 준비해서.......먹고, 며칠전 인터넷 경매로 구입한 장식장을 가지러 갔다.

우리집의 가구의 대부분은 얻은 것들이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이 쓰다가 버리려고 밖에 내 놓은 것을 주워온 것도 있다.
우리집 식탁이 바로 그것이다.
6년전 독일에 온지 얼마 안되어서 옆집에서 버리려고 내놓은 것을 우리가 가져다가 지금까지 잘 쓰고있다.
조금 낡고, 그리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주 튼튼하며 우리 세 식구가 쓰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식탁 옆에, 내가 아끼는 커피잔이나  그릇들을 수납할수 있는 유리장이 필요했다.
하지만 새것을 사자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중고 용품들을 경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던 중 우리집 코너에 알맞게 들어갈 장식장을 발견하였다.
쓰던 것이긴 했지만 아주 깨끗하고 튼튼해 보였다.
또 무엇보다도 킬 시내에 가까운 거리여서 직접 가져오면 운송료도 절약할 수 있었다.
나는 입찰을 했고 운좋게도 15유로 50센트 (한국 원화로 치자면 2만원이 조금 못 되는 가격)에 낙찰을 받았다.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집까지 운반을 했고 조립을 하고 걸레질을 했다.
그리고 내가 아끼는 찻잔들과 그 외 여러가지 것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넣었다.
예상대로 아주 훌륭했다.
2만원으로 우리집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이다.

샤론아빠는 저녁 출근을 하고 나는 샤론이와 마당에서 놀아주었다.
그런데 옆집 아주머니가 샤론이를 불렀다.
샤론이는 아주머니에게 얼른 달려간다.

우리 옆집 아주머니....이름은 마리온이다.
샤론 아빠보다 서너살 정도 많으며 두 자녀를 두었다.
우리가 이사올 때부터 지금까지 늘 우리에게 친절하며 많은 도움을 주신다.
특히 샤론이를 많이 이뻐해 주시고 잘 놀아주신다.
덕분에 우리는 한번도 들어가 본 적없는 그 집에 샤론이는 매일 출근을 하다시피 가서 그집 거실에 버젓이 않아 TV를 보며 아주머니가 주는 간식을 먹으며 놀고 있기가 일쑤다.
그집 아들 죈케는 샤론이의 둘도 없는 오빠이다.
샤론이를 위해 온 몸을 바쳐 메뚜기, 나비, 달팽이를 잡아주는 샤론이의 영원한 우상.....

그런 아주머니가 오늘도 샤론이를 보자 손짓을 하며 오라고 하니 샤론이 당연히 반가울 수 밖에....
달려간 샤론이에게 아주머니가 한보따리 선물을 풀어 놓는다.
빙빙 돌리면 신기한 소리가 나는 기다란 줄.......
그림 그리는 종이 한뭉치.
그리고 진작에 사주고 싶었으나 워낙에 고가여서 망설이고 있던 레고 셋트....
샤론이는 함박만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거실 바닥에 레고를 쏟아 놓는다.
그리고 아마도 한 시간은 족히 뭔가를 조립했다.
나는 도저히 알아볼수 없었지만 샤론이 말로는 자동차라고 했다.
배도 만들었다. 그리고 샤론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인 지렁이 까지도..........

오늘도 나의 일상이 작은 기쁨들로 채워진다.
좋은것을 싸게 사서, 또는 옆집 아주머니에게 공짜 장난감을 얻어서가 아니다.

돈을 주고 장난감을 살 수는 있었겠지만 이웃간의 사랑과 정을 어찌 돈을 주고 살 수 있단말인가.....
외국인인 우리에게 늘 베풀어주고 어려울때 도와 주려는 그 따뜻한 마음.......그 마음을 어찌 돈으로 계산할수 있을까.........

새 장식장 살 돈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아주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장식장을 샀으니 그만큼 여유가 생긴 돈으로 어떻게 보람되게 쓸 것이지 계획해 본다.

오늘도 나의 평범한 일상이 기쁜 일들로 채워짐에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