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5일 나와 아내 그리고 샤론이는 차를 타고 함부르크에 있는 공항으로 갔다.

오늘 한국으로 출발하는 아내와 샤론이의 짐을 트렁크에 가득 싣고 함부르크로 가기에 앞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요즘 가뜩이나 비싼 기름이지만 안넣고 다닐 수는 없는 법. ^^

이왕 넣는 기름 "애라~ 모르겠다. 만땅이다."
원래 기름이 좀 남아있어서 오늘은 그래도 33유로 3센트가 나왔다.
차에 넣어둔 동전에서 3유로 3센트를 찾아서는 지갑에서 막 빼낸 30유로와 함께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이제 고속도로에 올라 신나게 함부르크를 향해 갔다.
막 오후 1시를 넘어섰기에 여유있게 갈 수 있는 길이었다.
아내와 샤론이가 함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4시 5분에 있으니, 한껏 주위의 경치도 보면서 갈 수 있었다.

간간이 보이는 유채밭과 소떼는 샤론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며, 태양와 구름 그리고 비의 변화는 함부르크로 가는 길을 지루하지 않게 해 주었다.

하지만 때로 비료냄새가 날 때에는 샤론이가 자꾸 보챘다.
요즘들어 의사표현이 아주 정확해졌기에 샤론이는 똥냄새 난다고 하면서 운다.

나는 조금 전에 봤던 소가 방귀껴서 그렇다고 둘러치고는 "이제 곧 안난다... 거봐. 이제 안나지?" 라고 하면서 샤론이를 달래본다.

아내도 샤론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위하여 "와, 나무 많다. 나무가 몇개나 있지?" 아니면"연못 가에 올챙이 한마리..." 노래도 부르곤 했다.

이제 고속도로를 벗어나 함부르크 공항이 얼마 남지 않은 길에서 샤론이가 말한다.
"쉬~ 쉬~"
조금전에 한병 가득 마신 쥬스의 효과가 바로 나타난 것이다.

나는 차를 갓길에 잠시 세우고, 아내는 샤론이와 함께 사람의 눈에 잘 안 띄는 나무가 있는 곳에 가서 샤론이의 볼일을 해결했다.

함부르크 공항에 도착하니, 아직 공사중이라서 차를 어디에 주차해야 하나 두리번 거렸다.
바로 공항 택시승강장 근처에 빈자리가 많아서 살펴보았으나, 내려서 확인해 본 결과 그곳은 바로 짐만 내려주고 떠나는 곳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 한명이 그곳에 주차한 차들의 번호를 적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가장 가꾸운 유료주차장으로 갔다.
아니 이게 왠일... 주차 요금이 매우 비쌌다.

처음 20분간까지는 별로 안 비싸지만,
1시간까지는 3유로
매 시간 3유로씩 추가..
...
한시간에 3유로라니.. 비싸도 너무 비쌌다.

나는 아내와 함께 공항건물에 들어가서 바로 화장실을 찾아서 몸을 좀 가볍게 한 후, 바로 보딩패스를 받으러 갔다.

부칠 짐검사를 하고, 보딩패스를 받으려고 카운터 앞에 서서 부칠 짐을 저울에 올려보니, 60킬로가 나왔다.
루프트한자 구간은 한사람당 20킬로까지 제한인데, 이제 요금을 지불하는 샤론이와 아내 두명의 짐이 60킬로라...

하지만 친절한 담당자는 아무 말하지 않고 짐을 다 부쳐주었다.

보딩패스를 받고는 아내가 말했다.
여기서 몇분 더 기다려도 할 것 없으니, 그냥 가라고...
시계를 보니 내가 주차하고 나온지 20분 남짓되는 듯 했다.

나는 아내와 샤론이와 이별의 키스를 한 후, 마구 달려서 주차요금 자동계산대로 갔다.

허둥지둥 주차표를 자동계산대에 넣으니, 내 주차표는 아직 유효하며, 공짜라고 나왔다.

'아... 아직 20분이 안 됐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표를 자세히 살펴 보았다.
표에는 주차장에 들어온 시각이 오후 2시 02분, 주차표를 계산대에 넣은 시각은 오후 2시 24분.
즉 22분이 경과된 것이다.

하지만 마음씨 좋은 계산대는 내게 주차요금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나는 기분 좋게 차를 타고는 주차장을 빠져나와 킬로 향했다.

귀에는 헤드폰을 꼈으며, 엠디에 녹음한 내 독창회 프로그램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했다.

막 공항도로를 벗어날 무렵, 아내가 내게 100유로 정도 달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원래 공항에 가서 기다리면서 돈을 주려고 하였으나, 바쁘게 인사하는 통에 잊은 것이었다.

이미 나는 들어갈 수 없는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간 아내를 다시 부를 방법도 없고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뭐 형편이 되는 데로 아내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던지 안하던지 지혜롭게 처신하리라 생각한다. ^^

킬로 돌아오는 길에는 갈 때보다 차가 좀 더 막혔지만, 그다지 늦지않게 또한 안전하게 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약 5-정도 뒤에 보게 될 가족의 부재가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바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 시간을 독창회를 더 잘 준비하는 좋은 기회로 삼겠다.






- 누나(24.69.255.204) 벌써 갔구나! 빈자리가 클게다. 하지만 곧 보쟎아. 굳세어라 동상아 2004-05-28 08:35:49
- 석찬일(217.93.45.42) 응~! 2004-05-28 19:03:06
- 오마니(221.142.67.202) 그동안에 벌써 가족의빈자리를 느낄정도니 짐작이간다 그러나 빈자리를 매꾸기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을줄 안다 .멀잖아 보게될것을 기대하면서 ... 2004-05-30 22:24:16
- 석찬일(217.227.199.80) 네. 한달후면 다시 볼 가족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네요. ^^ 2004-06-01 09:05:32
- 마누라(221.142.67.202) 마누라와 샤론이는 그대를 볼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2004-06-02 00:09:21
- 석찬일(217.82.125.215) 손꼽아 기다리시오 ^^ 그날이 곧 올게요 2004-06-08 16: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