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11일

아침 일찍 일어난 우리 가족은 샤론이가 좋아하는 수족관으로 출발하기 위하여 간단하게 준비하였다.
집을 떠나서 출발하는 길에 동네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도 사고 기분좋게 수족관을 향했다.

오늘 우리가 가는 수족관은 페만(Fehmarn)에 있는 수족관이다.
부모님들과 함께 덴마크 여행을 할 때 배를 탄 곳인 풋트가르덴(Puttgarden)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페만(Fehmarn) 가는 길도 찾기 쉬웠다.

수족관에 도착한 우리는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는 매표소로 갔다.
일반적인 입장료는 어른 10유로, 어린이(4-15살) 6,5 유로인데, 부모 2명과 어린이 한명은 가족할인으로 23,5 유로를 내면 입장할 수 있기에 우리는 당연히 가족할인 티켓을 사서 입장했다.





아름다운 물고기와 산호초, 그리고 상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수족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으며, 우리들도 그 북적대는 인파속에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야~"
샤론이의 입에서 나오는 감탄사를 들을 때마다 '진작 이곳에 와서 샤론이에게 보여줄 걸'이라는 생각이 내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이 수족관의 제일 큰 자랑거리인 해저터널에서는 오른쪽에서 윗쪽, 그리고 왼쪽까지 둥근 아치형으로 되어 펼쳐진 바닷속 세계를 구경할 수 있게 해주는 멋진 곳이었다.
키가 작은 샤론이가 다른 사람들에 가려서 멋진 광경을 잘 볼 수 없어서는 나는 내 목에 목마를 태워주려고 샤론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쾅~"
해저터널의 천정이 생각보다 낮았다.
하지만 샤론이는 그리 아프지않은지, 아니면 멋진 바닷속 광경을 보느라 아픈 것도 벌써 잊었는지, 입을 벌린 채로 구경했다.





해저터널을 지나자 난파선도 보이고, 분위기도 약간 더 음침한 가운데 커다란 상어들이 보였다.
언제 나타났는지 여러마리의 상어들이 스르륵 나타났다가 스르륵 사라진다.

기념품가게에서 뭔가 샤론이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기념품을 사 주려고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아내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수족관 규모는 한국에 있는 수족관에 비하면 작은 편에 속한다.
기대를 많이 해서일까, 내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실망감을 가지고서는 수족관을 빠져나왔다.

차를 타고 나오는 길에 맥도날드에 가서 간단히 점심요기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나귀공원(Esel Park) 이정표를 발견했다.
수족관 구경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으며 아직까지 한낮이기에 나귀공원에도 가보기로 했다.
이정표를 따라 잠시 가다보니 주위에서 풍기는 냄새로 나귀공원에 거의 다 도착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귀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나귀를  타는 것이었다.
우리는 나귀가 끄는 마차를 타고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단 내가 나귀를 끌고 아내와 샤론이는 마차에 앉아서 출발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출발지점을 조금 지나자 나귀가 안 가고 그냥 서버리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야~, 가~, 가자~" 라고 말했으나, 나의 한국말을 못알아들은 듯 나귀는 꼼짝않고 서 있었다.

나는 채찍을 들고 엉덩이를 쳤다.
세게 때리면 아플 것 같아서 살짝 쳤다.
나귀는 꼼짝도 않았다.

멀리서 지켜보던 나귀관리사 아저씨가 다가와서 손으로 나귀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
나귀는 언제 게으름 피웠냐는 듯이 천연덕하게 가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빙긋이 웃으시며 좀 더 세게 때려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출발지점에서 약 100미터 정도 갔을 때였던가.
나귀는 또 안가고 그냥 길에 섰다.

나는 고삐를 마구 잡아 당겨 보았으나, 무슨 나귀가 그렇게 힘이 센지 꿈쩍도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내 앞에 가는 나귀도 안 가고 길 한 가운데에서 버티고 서 있는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아예 말 안 듣는 나귀를 반납하고 다른 나귀(말 좀 더 잘 듣는 나귀)를 받아왔다.
그랬더니 그 나귀는 잘 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귀가 머리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귀들도 처음 출발 지점에서 말을 잘 안 들으면, 사람들이 그 나귀를 포기하여 그냥 출발점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알기에, 처음에 마구 개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내가 아니지 않은가.
나는 점점 채찍 때리는 강도를 높여갔다.
그랬더니 이제 그 나귀도 고집을 그만 부리고 순순히 말을 잘 들었다.





샤론이도 처음에는 나귀 등에 타는 것이 무서워서 그냥 마차에 타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나귀 등에 타고 싶어했다.
나는 샤론이를 나귀 등에 태워주고는 계속 나귀를 몰고 갔다.

어느 정도 가니 아내도 나귀를 몰고 싶다고 했다.
아마 계속 나귀 옆에서 나귀를 몰고 걸어가는 나에게 마차에 앉아서 좀 편하게 가라고 한 배려라 생각한다.





이렇게 약 30분 이상 산책로를 따라 나귀와 함께 산책한 우리는 나귀의 방향을 틀어서 출발점을 향했다.
그런데 아니 이게 왠일인가.
나귀의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아마도 이 머리 좋은 나귀가 이제는 돌아가면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쉬게 되니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샤론이는 계속 나귀 등에서 기분좋게 웃는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여유롭게 전원풍경을 만끽하며 한 나귀산책.

그동안 말 타는 것을 무서워하던 샤론이도 다음번에는 말을 탈 수 있으면, 타고 싶다고 한다.

나귀공원을 나온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잔디에 나무가 울창한 물가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컵라면과 과일을 먹으며, 또한 샤론이는 엄마와 함께 물에 발도 담그고 놀았다.

이렇게 하루동안 여러 군데를 다니면서 다양한 체험을 한 우리의 여름 휴가는 짧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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