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밤에 아무래도 잠을 잘못 잔 것 같다.

주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목이 뻐근하며, 오른쪽 어깨를 마음대로 들어올릴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오후에 집에 돌아왔다.
'이럴 때에는 몸을 좀 움직이면 나을거야.'
괜히 마당에 나가서 잔디도 깎고 잡초도 뽑았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자, 물파스도 목과 어깨 주위에 발랐다.
하지만 나의 이런 노력도 별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였다.

저녁이 되자 점점 더 아파왔다.
아내는 뜨거운 물주머니(핫팩)를 가져와서는 내 어깨에 얹어주었다.
뜨거운 기운이 어깨에서부터 몸에 퍼지니 통증도 가라앉고 좀 나았다.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으나, 상태는 더 심각해졌다.
'이런... 점점 더 심해지네...'

별다른 수가 없으니 그냥 참자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는 저녁이 되었다.
나는 아스피린을 먹었다.
나 : "여보, 자꾸 아파오는데 뭐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아내 : "이럴 때 부황을 뜨면 좋을텐데... 아. 맞다. 오강도사님이 부황도 뜨시고 수지침도 놓으시잖아."

나 : "지금 전화해볼까?"

아내 : "이제 밤이 다 되어가는데..."

나 : "밤은 무슨.... 이렇게 밖에 환한데..."

시계를 보니 저녁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전화를 가져와서 오강도사님께 전화했다.

"여보세요. 강도사님? 저 석찬일입니다. 지난 밤에 잠을 잘못 자서 그런지 제 어깨가 아파서 잘 못 움직이겠네요. 그래서 끙끙 앓고 있다가 오강도사님께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 전화했습니다."

"네, 지금 오시면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곧 출발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오강도사님이 사시는 기숙사에는 몇번 가본 적이 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반갑게 나를 맞아주시는 오강도사님께서 주신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신 후에 부황을 뜨기로 했다.

목 뒷부분부터 오른쪽 어깨를 타고 날갯죽지 있는 곳 주위의 등 부분까지 부황을 떴다.

강도사님은 부황기구를 떼어내어서 보시더니, 생각보다 상태가 안좋다고 하시며, 부황을 한번 더 떴다.

어깨가 결렸던 것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하다고 하자, 오강도사님은 나쁜 피를 좀 뽑아야겠다고 하시며 피도 좀 뽑았다.

그리고는 수지침을 해당되는 혈자리에 놓아주셨다.

내가 집에 돌아가기 전에 오강도사님은 자그마한 침이 붙어있는 반창고를 그 혈자리에 붙여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렇게 붙여놓고 자면 훨씬 좋을 겁니다."
"그리고... 부황 뜬 자리가 꽃모양으로 되었네요... 하하하... 이렇게 잘 안 되는데..."

"아. 그래요?"
거울로 등을 보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잘 보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강도사님. 오늘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에 집에 모셔서 고기 한번 구워먹도록 하지요."

이렇게 인사드리고 집에 돌아왔다.
목도 훨씬 잘 움직이고, 어깨도 많이 나아서 이제 생활하는 데 별로 지장이 없는 정도였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부황 뜬 자리를 보여주었다.
아내는 징그럽다고 하면서도, 부황 뜬 모양이 해바라기처럼 되어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훨씬 좋아졌다.
날씨도 좋아지고 좀 덥기도 해서 런닝셔츠만 입고 있었는데, 샤론이가 내 목 뒤에 부황 뜬 자국을 보았다.

그러더니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 목에 쌀라미(Salami, 소세지) 붙어있어?"

부황 뜬 모양이 동그랗고 색깔도 불그스럼해서 샤론이 눈에는 쌀라미로 보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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