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주일 저녁에는 샤우슈필하우스에서 바로크 오페라인 '디도와 에네아스'의 공연이 있었다.
저녁 6시에 시작한 공연이었기에 공연이 끝난 후에도 긴 저녁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 균섭씨와 함께 균섭씨 집에 가서 균섭씨의 새로 구입한 인터넷 공유기 셋팅 작업을 도와주었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짜파게티를 먹었다.
이곳 외국에서는 즐길 수 없는 짜장면의 맛을 나름대로 훌륭하게 재현한 짜파게티.
역시나 맛있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잠시 아내와 담소를 나눈 후 나는 배드민턴 칠 준비를 하고는 배드민턴 장으로 갔다.
주일 저녁에 공연이 없거나 있더라도 너무 늦게 끝나지 않는다면 항상 모이는 배드민턴 동호회.
이날도 다른 사람들은 저녁 8시 30분부터 모여서 운동을 했다.
나는 좀 늦게 도착하여 밤 10시가 좀 넘어서 합류하였다.
내가 도착해서 보니 총 4명이 복식경기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 열심으로 활동하시던 오민수 목사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네명의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땀을 흘리면서 운동하는 모습은 아름다왔다.

재미있게, 그리고 화기애애하게 운동을 마친 후, 샤워를 하고는 상쾌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왔다.
그냥 헤어지기에는 약간 아쉬운듯한 분위기...
유학생으로 활달한 성격의 윤종일씨는 자기가 한 턱 내겠다며 맥도날드에 가서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 하자고 했다.
우리는 햄버거와 음료수와 함께 또 다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세상 삶에서 느껴지는 스트레스를 웃음과 함께 날려보냈다.

"안녕히 가세요." "즐거웠습니다."

인사를 마친 후 각자 집으로 헤어졌다.
나는 순환도로를 타고 집으로 왔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몇 대 밖에 없는 시각.
한가로운 도로 위에서도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집에 무사히 도착한 후 운동가방을 가지고 집 현관으로 들어왔다.
신발을 벗으려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가 운동화를 신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배드민턴장은 실내에서 카펫트가 깔린 코트인 관계로 나는 실내에서만 신는 운동화를 신고 운동한다.
즉, 다른 신발을 신고 가서 그곳에서 두꺼운 테니스양말과 운동화를 갈아신은 후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양말은 일반 양말을 신고 있었는데, 샤워한 후 다른 사람들과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엉겁결에 다시 운동화를 신고 나온 것이었다.

나는 즉시 다시 밖으로 나가서 차를 타고 배드민턴 장으로 갔다.
하지만 배드민턴 장의 출입문은 이미 잠겨 있었다.

'이런...'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배드민턴 장으로 가서 신발을 찾아야겠다가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차를 타고 배드민턴 장으로 갔다.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이곳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수부에도 아무도 없었다.
이곳 수부는 오전 11시가 되어야 사람이 오기 때문이다.

나는 세번이나 탈의실 안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내 신발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아무도 운동한 흔적도 없고, 지금 운동하는 사람도 없는데, 도대체 내 신발이 어디에 간 거지?'

나는 허탈한 마음으로 나오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수부 안을 살펴 보았다.
유리창안에 보이는 수부 어느 구석에도 내 신발은 보이지 않았다.

'아... 정녕 내 신발은 없어졌단 말인가?..'

우연히 수부의 다른 쪽 옆을 지나가던 중 나는 라켓이 없는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라켓을 비치해 놓은 곳에서 잠시마나 내 품을 떠났던 사랑스런 신발을 발견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절로 감사의 말이 나왔다.

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 배드민턴 장 근처에 있는 셀프세차장에서 차를 깨끗히 씻은 후 말끔상쾌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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