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8일

오늘은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이다.
요리 실력이 없는 나는 아내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형편이 못되어서 어떻게 하나 생각하던 중 어제 오후 REAL 슈퍼마켓 옆에 있는 그릴 레스토랑에 적혀있던 광고문구가 생각났다.
사실은 어제 그 광고문구를 보면서 오늘 아침 식사는 그 곳에서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어제 온 가족이 함께 Raisdorf(라이스도르프)에 있는 REAL(레알)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던 중, 아버님께서 화장실에 가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나는 아버님을 레알 슈퍼마켓 옆에 있는 화장실로 안내해 드렸다.
아버님은 남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셨고, 나는 화장실 밖에서 기다렸다.

그 화장실 입구에는 한 청년이 화장실 관리를 하고 있었다.
입구 한 켠에 놓인 탁자에는 동전을 받을 수 있는 접시가 하나 놓여 있었다.

'음...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오면 그 사용료를 어느 정도 내야되는 모양이군...
꼭 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얼마 정도 내면 될까?'

나는 지갑을 살펴 보았다.
지갑에는 여러 가지의 동전이 들어있었다.
일단 구리색 동전이 얼마나 되는지 보았더니 8 센트 들어있었다.
거기다가 10센트 짜리 하나를 더해서 18센트를 지갑 밖에 내어 놓았다.

'이 정도 주면 될까? 좀 적은 것 같기는 한데...'
일반적으로 화장실 사용료를 받는 곳에서 대강 20-30센트 정도 받는 것을 아는 내 양심에서는 18센트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고 외치는 듯했다.

'뭐 18센트면 거의 20센트네...'

이렇게 생각하며 아버님께서 나오시길 기다렸다.
아버님께서 나오시길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옆에 그릴 레스토랑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출입문에 광고문구가 붙어있는게 보였다.

"7월 28일 오전 8시부터 11시 30분까지 1유로로 아침식사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 메뉴는 2개의 반조각 빵과 달걀, 커피 그리고 오렌지 쥬스.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한 식사라고 생각되었다.

'그래, 내일 아내 생일 아침식사를 이곳에서 하면 되겠구나.'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저렴한 가격에 -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착한 가격에 - 아침 식사를 멋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 입가에는 미소가 드리워졌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버님께서 화장실에서 나오셨다.
나는 접시에 가서 아버님 화장실 사용료로 18센트를 내러 가려는데 아버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찬일아, 10유로만 좀 빌리자."

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지갑을 꺼내서 아버님께 10유로를 드렸다.
아버님께서는 그 돈을 가지고 화장실 청소하는 청년에게 다가가시더니 환히 웃으시면서 뭐라고 말씀하시면서 그 청년에게 10유로를 주셨다.

그 청년은 화장실 사용료로는 매우 큰 돈을 건네주시는 아버님을 놀란 듯이 쳐다보면서 고맙다고 말하는 듯했다.

내 마음에는 그 청년이 그리 불쌍하게 보이지 않았지만평소 한국에서 불쌍한 사람을 많이 도우시는 아버님의 눈에 이 청년도 도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나 보다.
솔직히 말해서 돈이 좀 아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다른 것은 몰라도 아버님의 그 순수한 마음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였다.

하여튼 ... 다시 새 날이 밝아서 오늘 7월 28일 아침

우리 다섯 식구는 아침 가정예배를 드린 후, 라이스도르프에 있는 그릴 레스토랑에 갔다.
사실 레알 슈퍼마켓에는 수도 없이 많이 왔지만, 이 레스토랑에는 처음 들어가 봤다.

어디에서 무얼 먹어야 하는 지 몰라서 헤메고 있으니, 종업원이 와서 친절하게 음식있는 곳을 가리키며 저 쪽에 가셔서 음식을 골라 드시면 됩니다 라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먹고 싶어하는 빵 2조각과 삶은 달걀 하나, 그리고 오렌지 쥬스 한잔과 커피 한잔씩을 가지고 왔다.
총 4인분을 가져왔으며, 당당하게 내가 계산대에 가서 계산했다.
요금은 예상했던 대로 4 유로.

그냥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음식을 취할 수 있어서 우리 모두 매우 기뻤다.
모두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먹었다.
아내의 생일을 맞이하여 아내 덕분에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또한 아버님께서 어제 화장실에 가셨기에 그 광고문구를 볼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하며 서로에게 감사를 돌렸다.

웃음꽃을 피우며 이야기 하던 중 내 마음에 번뜩 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아버님께서 그 화장실 청소하는 청년에게 베푸신 사랑이 오늘 이렇게 우리에게 돌아왔구나...'

그래서 아버님께 다시 말씀드렸다.
"어제 아버님께서 그 청년에게 사랑을 베푸셔서 오늘 저희들이 이렇게 멋진 아침식사를 하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아버님께서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시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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