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날은 바로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한 기념일이다.
1998년에 결혼했으니, 벌써 7주년이 되었다.

이번 결혼기념일은 나 혼자 독일에서 보낸다.
잠시 한국에 나가 있는 아내와 샤론이와 함께 하지 못한 결혼 기념일...

그래서 쓸쓸하기까지 하다.
창밖에 세차게 부는 바람은 나뭇가지에 붙어있던 나뭇잎을 마구 떨구고 있다.

이제 기온도 많이 내려가서 두터운 옷을 입고 집에 있어서 몸이 떨린다.
나는 벽난로에 불을 붙였다.
창고 한켠에 쌓아둔 나무를 몇토막 가지고 와서, 벽난로에 불을 붙였다.

평소에는 아내와 샤론이가 추울까봐 나무를 때우곤 했는데...
오늘은 그냥 쓸쓸히 혼자 결혼기념일은 보내는 나를 위하여 나무를 때운다.

벽난로의 훈기가 집안을 훈훈하게 데우니, 쓸쓸한 마음도 훈훈해진다.

참 인간이란 간사한 존재인가 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몸이 추워서 더 쓸쓸하게 느껴졌으나, 난로불로 몸이 따뜻해지니 마음에 여유도 생기다니...

하여튼 쓸쓸한 가운데, 훈훈한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하나님께서 내게 내려주시는 복이라 생각하며 감사드린다.

11월 중순에 다시 독일로 돌아오는 샤론이와 아내에게 더 좋은 아빠와 남편 노릇을 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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