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6일 오후 4시경부터 슬슬 독창회 장소로 출발할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전에 아내는 작게나마 리셉션에 사용할 음식들을 챙기고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였지요.

저는 머리를 감고 말리면서 나름대로 머리 손질을 해 보았으나, 아니나 다를까, 아내의 눈에서 "불합격"이라는 단어를 보았습니다. 잠시 후 아내는 스프레이를 가지고 와서 손수 김장 양념 버무리듯이 제 머리를 손질하였습니다.

출발에 조금 앞서 저는 콘텍트 렌즈를 착용했습니다. 안경을 쓰고 노래하면 연주 도중 흘러내리는 안경을 올리느라 손을 자꾸 얼굴로 가져가야 하기에 보기 좋지 않고, 또한 사진이나 비디오를 찍을 때 안경태에 눈동자가 가리는 경우가 많기에 좋은 컷을 얻기 힘든 점도 있으며, 또한 강렬한 눈빛으로 관중들에게 멧세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콘텍트 렌즈를 착용하기로 했습니다.
자주 착용하지 않는 콘텍트 렌즈이기에 솔직히 눈이 조금 따가왔으나, 그로 인하여 좀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좋게 생각하며 출발 준비를 계속하였습니다.

오후 4시 50분에 일련의 준비를 마치고는 집을 나섰습니다.
가는 도중에 집 근처에 있는 '스카이' 슈퍼마켓에 가서 게토레이를 좀 사 달라고 했습니다. 연주도중 목이 말라서 노래를 잘 할 수 없는 경우가 제일 힘든 경우이기에, 또한 보통 물을 마시면 금방 목말라지기에, 게토레이를 마시는 것이 낳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슈퍼마켓에 도착해서 아내가 게토레이를 사러 슈퍼에 들어간 사이에 저는 샤론이가 앉아있는 뒷쪽 좌석의 문이 안에서 안 열리게 하기 위하여 뒷좌석 문을 열고는 문이 걸리는 고리 부분을 눌러보았습니다.

사실 벌써 샤론이가 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안에서는 문이 안 열리게 해놓았는데, 며칠전 부모님께서 이곳 독일에 오시는 날 새차를 하고 나서 제가 문을 열고 걸레로 마무리를 하는 중에 안에서 문이 안 열리게 하는 부분이 옮겨졌나 봅니다. 그래서 함부르크에 부모님을 마중가던 중, 샤론이가 문을 열었는지 뒷문이 열리기에 그 부분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그 생각이 나서 다시 시도하게 된 것이지요.

"찰칵"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고는 문을 닫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문이 닫히지 않고 그냥 튕기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지?'
금방 제가 움직였던 부분을 다시 위로 올리려고 해 보았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잘 안 되기에, 열쇠로 문을 잠그고 열고 해 보았으나, 역시 문은 닫히지 않았습니다.
저는 반대편 문에 가서 그 부분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음, 이 부분이 이렇게 있어야 정상인데, 아까 내가 이렇게 움직이니깐 안 되었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무의식중에 아까 움직였던 그 부분을 반대편 문에서도 움직였습니다.
'아차. 이걸 움직여서 문이 안 닫혔는데...'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이제는 뒷문 둘 다 안 닫히게 되었지요.
저는 열쇠로 문을 잠궜다 열었다 하면서, 또한 힘으로 제가 움직인 부분을 움직이려 해보았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별로 없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끙끙 앓고 있었더니, 아내와 어머님께서 양쪽 뒷문을 차 안에서 팔걸이 부분을 손으로 계속 잡고 안 열리게 하며 가자고 하시더군요.
뭐 어찌 다르게 할수 있는 방법도 없어서 샤론이 자리를 뒷쪽 가운데로 옮기고 집사람과 어머님께서 창가쪽 자리에 앉으셔서 문이 열리지 않게 팔걸이 부분을 힘있게 당겨 잡으셨습니다.

천천히 출발해보니 커브길에서 문이 바깥으로 열리는 현상이 발생하더군요. 그래서 커브길에서는 천천히 가기로 하고, 차 안에서 문을 열 때 드는 손잡이를 더 세게 잡고 가기로 하였지요.
이렇게 운전을 해서 가니, 지나가는 차마다 우리 차를 보고는 이상한 눈빛,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쳐다보고 가더군요. (차 뒤에서 보면 뒷문이 열린 것이 다 보입니다) 몇몇 사람은 '빵빵' 경적을 울리면서 뒷문이 열렸다고 신호해 주고 가기도 했구요.

속도는 최고 80킬로미터를 넘기지 않고 비교적 천천히 운전해서 베들레헴 교회를 가기 위해서는 지나가야 하는 킬 공항근처에 도착했습니다.
'혹시 공항에 가면 택시기사들이 어떻게 하면 뒷문이 닫히게 할 수 있는지 알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잠시 공항으로 들어 갔습니다.
시계는 오후 5시 17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베들레헴 교회(독창회 장소) 목사님과 5시 30분에 만나기로 약속했으니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지요. (공항에서 베들레헴 교회까지는 거리로 2킬로미터가 조금 넘기에 5분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택시기사에게 가서는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 문을 닫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그 기사분께서는 친절하게 제 차가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그리고는 일단 상황을 보기 위하여 차문 손잡이를 한번 들어서 닫아보셨지요.
그런데, 아니 이게 왠 일입니까?
밖에서 보통 차문을 열 때 드는 손잡이를 들자 '딸깍'하면서 제가 손으로 움직여서 고정되었던 그 부분이 움직였으며 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닫혔습니다.

"세상에..." 제가 그냥 열쇠로만 열고 닫고 해보았지 밖에서 문을 그냥 열어보지는 않았던 겁니다.
옛말에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며 웃으면서 다시 독창회 장소를 향해서 출발했습니다.






- 샤론맘(217.82.127.66) 그의 마누라는 달리는 차 안에서 밖으로 문이 열리지 않도록 계속 문을 잡고 가다가 팔둑에 알이 베겼답니다. 2004-01-10 08:5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