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199 마르크를 주고 구입한 나의 멋진(?) 자전거는 혹독한 비바람과 싸우느라 군데군데 녹이 슬고 라이트(불)도 안 켜지지만 꿋꿋히 나와 함께 킬 바닷가의 바람을 가르며 오늘도 달린다.

그렇게 귀한 자전거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 보면 자전거 탯줄이 빠지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최근 한달 동안 대여섯번 정도 탯줄이 빠진 듯하다.

자전거를 잘 살펴보면 탯줄이 많이 늘어나서 그 어느 누가 보더라도 탯줄이 안 빠지는 것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이다.

자전거 탯줄이 빠질 때에 할 수 있는 조치는 두가지이다.
한가지는 자전거 뒷바퀴를 더 뒷쪽으로 이동시켜 탯줄을 탱탱하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한가지는 탯줄에서 한 조각(고리?)을 때어내어 탯줄을 짧게 만드는 것이다.

탯줄을 짧게 만들기 위해서는 탯줄을 구성하는 조각을 분해할 수 있는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다.
마침 합창단 동료인 마티아스가 그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우리는 지난 2003년 9월 6일 토요일 자전거 탯줄을 짧게 하기로 하였다.
그 날 평소보다 약간 일찍 극장에 도착한 나는 마티아스가 벌써 와서 극장 바깥에 서있는 것을 보았다.
연습시작까지 대략 20분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탯줄 줄이는 작업을 시작해보았다.

그다지 어렵지 않게 탯줄 한 조각을 때어내었다.
하지만 이게 왠일인가. 한 조각을 때어내면 적당하리라 예상했던 탯줄의 길이는 너무 짧아져서 다시 연결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붙이는 작업(조립하는 작업)은 좀 더 어렵고, 합창연습시간이 다 되어서 탯줄을 붙이는 작업은 연습 후에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연습이 끝난 후, 다시 탯줄을 붙이는 작업이 계속되었으며 약 20분 후에 겨우 다시 붙여넣었다.

우리는 다음에 다른 공구를 가져와서 자전거 뒷바퀴를 뒤로 옮기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2003년 9월 10일 합창 연습을 하기 전에, 마티아스와 만난 나는 오늘 연습 후에 탯줄 작업을 하자고 말했다.
합창 시작되었고, 가운데 10분간의 휴식시간이 되자 마티아스가 급하게 바깥쪽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화장실이 급해서 그러나? 바쁘게 나가네...'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는 나는 구내매점에 가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올라왔다.

연습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마티아스가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찬일(아), 네 자전거 탯줄 벌써 다 고쳤어."
마티아스는 휴식시간에 급하게 뛰어 나가서 화장실로 간 것이 아니라, 내 자전거를 고치고 왔던 것이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우리는 같이 밖으로 나가서 늠름하게 서 있는 자전거를 보았다.
마티아스는 시험운행을 해보라고 하였고, 나는 시험운행을 해보니 탯줄이 좀더 탄력있게 작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티아스도 상당히 만족하였으며, 약간 나사가 헐거워져 있는 2-3개의 나사도 꽉 조아 주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의 컴퓨터 고쳐주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마티아스는 자전거 고쳐주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한편, 마티아스가 참으로 고맙게 느껴졌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모친(211.245.208.209) 직장 동료와의 좋은 교제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 늘 주변의동료들에게 항상 도와주며 지내는 관계를 유지하기를 ... 2003-09-11 23:11:12
- 석찬일(217.227.195.97) 네, 서로서로 도와가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03-09-11 23:4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