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7일 오전 10시경

비자기간이 다 되어서 비자연장을 하러 외국인관청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 중이었다.
샤론이 신발을 신겨주러 아내는 현관문 밖 계단에 샤론이를 앉히며, 나는 샤론이 신발신겨 주는 것을 보면서 웃으며 현관문을 닫았다.
독일 관공서는 오전 근무만 하는 경향이 많아서 서둘러서 나섰다.

나는 샤론이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아내의 가방을 들고 차에 시동을 걸어서 조금이라도 출발 시간을 당기기 위하여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연립주택 대문을 나서서 차 앞에 서서, 자동차 열쇠를 찾았으나, 차 열쇠는 내 주머니에 없었다.
'아차, 열쇠꾸러미를 안 가지고 나왔구나'

순간적으로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집열쇠를 잘 안 들고 다니는 아내가 오늘 열쇠를 들고 나왔기만을 바랬다.

연립주택 대문도 닫혀서 나는 밖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아내가 샤론이와 함께 대문을 열며, 뭔가 눈치를 챈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 보았다.
"왜그래? 열쇠 없어?"
"응, 혹시 열쇠 들고 나왔어?"
"아니. 나도 없는데..."

지금 사는 집 열쇠가 3벌인데, 아내와 내가 한벌씩 들고 다니고, 예전에 여유분 한벌은 호일이 집에 놔두었다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부모님께서 오셨을 때에, 돌려 받아서 부모님께서 사용하신 후에는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못 돌려줬는 듯하다. (물론 확실히는 기억이 안난다)

나는 일단 하우스마이스터(Hausmeister)집에 벨을 눌러 혹시 여유분의 열쇠를 가지고 있나 물어보았다.
하우스마이스터는 집에 없고 그 아내가 있었는데, 여유분 열쇠는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현관바깥쪽에 나사가 있는 문이라면, 그 나사를 풀어서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였다.
열쇠로 문을 잠근 상태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그냥 닫힌 문은 손잡이 부분만 돌리면 열리므로, 바깥에서 일단 나사를 뜯어낸 후, 그 안의 돌리는 부분을 연장을 이용하여 돌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마침 빨래를 하러 내려오던 옆집 아저씨께서 도와주신다고 하였다. 필요한 연장을 가지고 와서 일단 문 바깥부분의 열쇠집 나사를 풀어냈다.
그리고는 뺀찌와 몽키스패너 등등으로 돌려야하는 부분을 돌려보았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아내는 호일이에게 혹시나 쓸만한 연장이 있는지 알아보러 갔으며, 옆집 아저씨는 자기 차에 가서 또 다른 연장을 가지고 왔으며, 나중에는 하우스마이스터의 아내로부터 몇가지 연장을 더 가지고 왔다.
호일이도 몇가지 연장을 가지고 왔다.

이래도 저래도 잘 되지 않자, 호일이는 플라스틱 카드 같은 것으로 문을 따려고 하였으나, 플라스틱이 너무 얇아서인지 잘 안 되었다.
옆집 아저씨의 아내는 다른 플라스틱 종류를 갖다 주었으나, 그것은 너부 두꺼워서 실패.
또 다른 플라스틱 종류는 더무 단단해서 실패.
옆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이쯤에서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가셨다.

우리는 실패의 실패를 거듭하였으며, 아내는 어디에서 찾아왔는지 적당히 두껍고, 또한 너무 단단하지도 않아 적당히 유연한 플라스틱 조각을 찾아왔다.
그 플라스틱 조각은 문 고리가 있는 부분까지 충분히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문은 열어주지 못했다.

그냥 이제까지 했던 방법을 마냥 반복하면서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던 중, 옆집 문이 열리면서 아저씨가 나오셨다.
"내게 아주 좋은 생각이 났어"
아저씨는 우리가 몽키스패너 등으로 집어서 돌리는 부분을 좀 더 앞쪽으로 빼어내면, 더 쉽게 그 부분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뺀찌 등을 이용해서 조금씩 앞으로 뽑아내셨다.
약간 앞으로 더 나온 부분을 잡고 돌려보았으나, 별 성과는 없었으며, 아저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아까 아저씨가 밖으로 뽑아내던 부분을 더 앞으로 뽑아내어 보았다. 처음에는 뺀찌로 나중에는 드라이버로 약간씩 재끼면서 빼어보니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약간씩 약간씩 앞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희망도 커갔다.
어느 정도 나왔을 때에, 나는 다시 한번 몽키스패너를 가지고 돌려 보았다.
이번에는 힘을 어느정도 잘 받았으며, 약간씩 돌아가던 그 둥근 부분을 마침내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문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열렸다"
아내와 호일이가 동시에 외쳤으며, 모두들 그 동안의 피로와 더위는 잊은 채 마냥 즐거워했다.

나는 이 기쁜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 옆집 벨을 눌러서 문이 열렸다고 이야기하고는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집 안에서 열쇠를 가지고 나온 아내는 한벌은 나에게, 그리고 다른 한벌은 아내의 가방에 넣었다.

자신의 연장을 챙기던 호일이에게도 수고했다고 말을 전하며, 우리는 내려가면서 하우스마이스터 아내에게도 감사의 말과 함께, 빌려왔던 연장을 돌려주었다.

우리가 집밖에서 문을 다시 열기까지는 한시간 남짓 걸렸으며, 우리는 비자를 연장하기 위하여 외국인 관청을 향해서 출발했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좀 더 쉽게, 좀 더 빨리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다.







- 모친(211.245.208.41) 현관문때문에 고생이많았네^^^ 도대체 너희들은 젊은사람이 어찌하여 그렇게 정신이없느냐? 열쇄를 먼저챙겨야지 왜 그런 실수를 자주하는지모르겠네 ㅉ ㅉ ㅉ 그리고 우리는 너희들이 2003-08-09 15:34:43
- 모친(211.245.208.41) 열쇠를 주지도 받지도 않았다 스피아 열쇠를 잘챙겨서 밖에어디다두어라 구리고 한사람이 잘 잊어버리면 다른한사람은 항상 여유분을가지고다녀야지... 2003-08-09 15:37:57
- 석찬일(80.134.178.22) 요즘 킬 날씨가 이상하게 더워서 그랬나봅니다. (궁색한 변명)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더 정신 바짝차리고 살겠습니다. ^^ 2003-08-10 03:10:03
- 모친(211.245.208.41) 오늘 에야 홈페이지에 들어왔다 너의답변을들었다 우리는 여전도회산상집회에다녀오느라 그동안 못보았다 2003-08-14 17:14:31
- 석찬일(217.82.116.19) 네, 여전도회 산상집회에서 좋은 시간 가지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곳도 이제는 날씨가 선선해졌습니다. 거의 가을날씨 같아서 살만합니다. ^^ 2003-08-16 15: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