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우리집에 와서 화장실에 가 본 사람들은 화장실문을 닫고 난 후 다시 열 때, 화장실문이 잘 안 열려서 고생한 적이 있을 것이다.
비디오를 보시면 다들 아시겠지만, 화장실 안에서 열고 나올 때 손잡이가 작아서 열기가 쉽지 않다.
손가락 힘이 많이 요구되는 우리집 화장실 문을 열려고 노력하다 안 되면, 화장실 안에서 문을 마구 두드리거나, 아니면 소리쳐서 문 열어달라곤 한다...
화장실 문도 어떤 날은 잘 열리고, 어떤 날은 잘 안 열리는데...

지난번 우리집에서 교회 구역를 했을 때에는, 화장실에 들어가는 사람마다 구조요청(?)을 보내왔다.
목사님, 사모님. 집사님. 등등...
이집에 몇년동안 살면서 나는 이제 큰 불편 못느끼면서 잘 사는데, 아무래도 한번씩 오시는 손님들은 많이 불편하신가 했다.

얼마전 건축자재 파는 가게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WD-40 이라는 제품을 보았다.
자동차나 금속부품에 기름치는 것으로 보였다.
전에 한국에서 전파사 같은 곳에 가면 기계 버턴이나 연결 부분에 이것처럼 생긴 것을 뿌려대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하나 샀다.
내 사랑하는 자전거 탯줄에 기름을 치기 위해서였다.
자전거 탯줄에 기름을 치고나니 자전거가 훨씬 부드럽게 잘 나갔다.

기분 좋게 집에 올라온 나는, 거실 창문을 닫을 때마다 잘 안 닫혀서 고생하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 창문 손잡이며 닫힐 때 맞부딪히는 부분들에 이 WD-40 을 쫙 뿌려 주었다.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부드럽게 닫히고 열려 주었다.

나는 이 놀라운 놈을 가지고 화장실로 갔다.
지난 구역예배때 말썽부렸던 화장실 문이 생각나서였다.
화장실 문에도 뿌렸더니 문이 잘~ 열렸다.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내친김에 현관문에도 뿌렸다.
그전까지만 해도 열쇠를 꽂고 문을 열려고 돌릴 때 여간해서 잘 안 돌아가, 힘으로 억지로 문을 열곤 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쉽게 열렸다.

"캬~ 고놈 멋지네..."
내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적기 위하여 컴퓨터 책상앞에 앉았는데, 그 앞에 있는 의자가 역시나 삐걱거린다.
처음에 살 때에는 조용했는데, 육중한 몸으로 괴롭혀서 그런지, 엄청나게 엄살을 떨면서 삐걱거린다.
'요놈한테도 한번 뿌려봐야겠다.'
어느새 기계 만병통치약이 된 WD-40을 뿌렸더니, 그렇게 삐걱거리면서 귀를 거슬리게 했던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이었다.
신기한 듯 의자를 더 괴롭혀가며 이리저리 기대어 보는 내 입에서는 또 다시 한번 혼잣말이 나온다.
"요놈. 멋진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