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9일

우리집에는 총 12군데에 보일러가 들어온다.
지하실에 두군데, 1층에 다섯군데, 2층에 네군데, 그리고 3층에 한군데.

그 중에서 여덟군데의 보일러는 정상적으로 잘 작동한다.
좀 더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한 번씩 보일러 관에 들어있는 공기도 빼내어 주곤 한다.

하지만 네군데의 보일러는 아무리 공기를 빼도 들어오지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지하실 복도 보일러, 그리고 1층의 부엌 보일러와 거실 중 식탁 있는 곳에 있는 보일러, 그리고 2층 욕실의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는다.
([참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보일러 본체는 잘 작동하는데, 몇몇 방에는 보일러 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온수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독일 집의 보일러는 각 방에 보일러 온수의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 사진 왼편에 있는 손잡이 부분)가 달려있다. 이 장치를 조금 열면 적정한 낮은 온도가 될 때까지 보일러 온수가 들어오며, 많이 열면 높은 온도가 될 때까지 보일러 온수가 들어오게 된다)

'과연 이 보일러들을 어떻게 해야 작동이 되게 할 수 있을까?'
'뭐 이 곳들은 크게 필요하지 않는 곳이니 그냥 살지뭐...'

그렇게 3년을 살아왔다.
작동 되는 것을 사용 안 하는 것은 괜찮지만, 작동 안 되는 것을 그냥 방치하고 있자니 마음 한 구석이 항상 찜찜했다.
특히나 샤론이가 목욕탕에서 목욕을 할 때는 보일러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추운 겨울이 되니 그러한 생각이 더 강하게 어필되어 왔다.

'기술자를 부르든지 해서 고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만 하다가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네이버나 다음, 구글코리아 등에서 찾아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독일구글 사이트에 가서 대강 독어로 검색해 보았다.

그 중 한 사이트에서 보일러에 공기를 빼도 작동이 안 되는 경우에 관한 글이 실려 있었다.
그 설명을 읽어보니 보일러 조절장치를 분리한 후, 뾰족 튀어나온 쇠로 된 부분 주위를 돌아가면서 망치로 쳐보라고 나와있었다.
또한 그 뾰족 튀어난 쇠 부분이 안 움직일 경우 공구를 사용하여 뽑아 내어라고 나와있었다.

나는 일단 보일러 조절장치(?)를 분리해 내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공구(일명 뺀찌)를 사용하여 그 뾰족쇠를 좀 뽑아내었다.
참고로 조절장치를 잠그면 노즐이 잠기고 조절장치를 열면 그 뾰족쇠 뒤에 연결된 부분이 열리면서 보일러관을 통하여 온수가 흐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일러관을 통해서 온수가 들어오지는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망치로 그 뾰족쇠 주위의 관을 두드려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런... 이렇게 해도 안 되는군... 그럼 이제 어떡게 한다?'

나는 일단 다른 방에 있는 작동 안하는 보일러에 가서 다시 한 번 시도해 보았다.
그 곳의 보일러는 망치질을 별로 안 했는데도 신기하게 보일러가 들어왔다.

'오예~'

남은 두 곳의 보일러도 손 쉽게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게 되었다.
단지 보일러 조절장치를 분리한 뒤 망치질 몇 번과 뾰족쇠 부분을 뽑았다 넣었다 하기만 했을 뿐인데,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작동하는 것이었다.

'흠... 그럼 처음 시도했던 욕실의 보일러도 들어올 수도 있겠군... 다시 시도해 보자.'

나는 다시 욕실로 가서 노즐 주위부분을 망치로 마구 두들겼다.
망치로 한 2분 정도 두드리자 그 보일러에도 보일러관을 통해서 온수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잠시 후, 보일러 판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럼 그렇지... 역시 뭐가 잘 안 되면 마구 패면 해결 돼...'

이렇게 해서 우리집의 보일러는 모두 다 잘 작동하게 되었다.
아마 이러한 수리방법은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 원인이 독일의 석회성분이 강한 수도물에 있기 때문이다.
보일러를 잠궈놓으면 그 뾰족쇠에 연결된 밸브부분이 보일러관 속의 딱 달라붙어서 더 이상 물이 못 흐르게 하는데, 겨울이 지난 후 그렇게 꽉 닫힌 상태로 봄, 여름, 가을을 지내면서 물 속의 석회성분 때문에 그 부분이 밸브를 열어도 안 열려 나오며 붙어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번 이곳에 처음 이사왔을 때에는 보일러에 수압이 너무 낮아서 3층에 보일러가 너무 약하게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수압이 약한지 뭐가 뭔지 전혀 모를 때였기 때문에 보일러 수리하는 사람을 불렀다.
그 기술자는 우리집에 와서 보일러 본체에 물을 좀 더 넣고는 공기를 빼고 갔다.
일한 시간은 약 5-10분 정도.
출장수리기 때문인지 그 때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강 53유로 정도(대강 7만원 정도) 줬지 싶다.

이번에도 출장수리를 부탁했다면 적어도 그 정도의 돈이 들었겠지만, 돈 한 푼도 안 들이고 보일러도 고쳤으며, 또한 새로운 기술도 터득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다음에 이런 상황이 발생되면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고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