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이곳 독일은 해가 늦게 진다.
아직 봄인 4월이지만 저녁 9시가 되어야 슬슬 어두워지며, 한창 낮이 긴 여름에는 밤 11시가 되어야 어두워진다.
개인적으로야 환한 날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좋지만, 샤론이는 일찍 자야 그 다음날 학교에 갈 수 있는데, 밖에 환하니 잠을 안 자려고 한다.

특히 우리집의 샤론이 방은 서향인 관계로 해가 떨어질 때까지 햇빛이 샤론이 방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작년에는 샤론이 방에 플라스틱으로 된 블라인드를 설치해 줬다.
샤론이 방 창문은 경사창문인데, 그 전용 제품의 경우에는 약 20만원 정도하기에 솔직히 살 엄두가 안 나서 아직까지 못사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싼 플라스틱 블라인드를 사서 샤론이 창문 사이즈에 맞게 양쪽 끝을 잘라낸 후 아래 위로 블라인드가 쳐진 상태로 해서 아래 위로 고정시키는 것이었다.
일단 블라인드가 업을 때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지만, 샤론이가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둡게 해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뭐 어떻게 하겠는가? 그냥 만족하고 살아야지! ^^

사실 우리 침실에는 창문이 두개가 있는데, 두군데 모두 차광제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전에 살던 집주인이 두고 간 것이다)
이 중 하나를 떼어내어서 샤론이 방에 설치해 주고 싶었지만, 도대체 어떻게 떼어낼 수가 없었다.
분리를 못 하니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러던 중 그 차광제품의 줄이 끊어졌다.
오래전부터 좀 이상하게 작동하더니 결국은 아래 위로 펼치고 감아넣고 할 때 사용하는 줄이 끊어진 것이다.
그렇게 몇 달을 지냈다.

그러던 중 나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서 차광제품을 때어내려고 힘을 써보았다.
이래도 잘 안 빠지고 저래도 잘 안 빠지던 제품이 어떻게 하다보니 "툭"하고 빠져나왔다.

그 차광제품을 하나씩 분해해서 결국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 수 있었으며, 나는 끊어진 줄을 어떻게 이을 수 있을까 궁리했고, 또한 다시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종의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는 샤론이 방에 있던 블라인드를 우리 침실로 옮기고 샤론이 방에 차광제품을 달았다.
사실 어른들은 좀 더 늦게 잠을 자게 되므로 샤론이 방만큼 깜깜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이 차광제품은 성능이 워낙 좋아서 끝까지 내리면 완전히 깜깜해진다.
또한 이 차광제품을 치면 더운 여름에는 열까지 차단해 주니 좀 더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도 있다.

샤론이는 너무 깜깜하다면서 처음에는 좀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되어서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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