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마지막주 화요일

혹시나 아침에 늦게 일어날까 걱정에 조바심이 나서 그런지, 밤잠을 설쳤다.
나는 밤중에 수십번 깨어서 시계를 쳐다보며 '좀 더 자야지', '아직 너무 빨라' 생각하였다.

아침 6시 50분이 다 되어갈 무렵, 드디어 나는 일어났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는 따뜻한 옷을 입고는 밖으로 나왔다.
아직 어두운 하늘은 깜깜한 밤중의 어둠에서부터 아주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운전석 쪽으로 가서 열쇠로 차 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열쇠구멍이 얼어서 열쇠가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반대쪽에 있는 조수석 문 열쇠구멍으로 다시 시도해 보았다.
어렵게 어렵게 들어간 열쇠는 겨우 돌아가서 조수석 문을 열 수 있었다.
중앙잠금식으로 되어 있는 문이지만, 운전석 쪽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간밤에 기온이 차서 운전석 창문이 얼지 않도록 운전석 창문 위에 덮어둔 거적(?)을 걷어내야 하는데, 운전석 문이 안 열리니 빼 낼 수가 없었다.
그 은색나는 거적(?)은 운전석 창문을 덮어서 운전석과 조수석 차문과 차체의 프레임 사이에 꽉 끼게 하여 고정시키는 방식인데, 운전석 문이 안 열리니 참 난감했다.

아침 8시부터 문을 여는 자동차 서비스업체에 일찍가서 겨울/스노우 타이어를 갈아 끼워야 하는데...

나는 하는 수 없이, 조수석쪽에서 둘둘 말아온 그 은빛나는 거적(?)을 운전석 쪽 끝까지 최대한 탄탄하게 말았다.
그리고는 조수석 문을 통하여 차를 타고는 운전석 쪽으로 가서 앉았다.

'천천히 가면 뭐 큰 문제는 없을거야...'

하지만 차를 몰고 시속 30킬로미터 정도에 다다르니 그 말아놨던 거적이 자꾸 바람에 풀어헤쳐졌다.
나는 다시금 길가에 차를 세우고는 거적을 전보다 더욱 더 탄탄하게 말았다.
그리고는 거적 아랫부분을 자동차 안테나가 나와있는 부분에 꽂고 윗부분은 운전석 쪽 창문을 열어서 손가락 한두개로 살짝 잡고는 운전했다.

날이 아직 어두워서 많은 차량들이 나의 이 해괴망측한 행동을 못 봤으리라 생각하지만, 신호에 걸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옆에 있는 차에 탄 사람들은 보고 더러는 웃고, 더러는 자기들끼리 뭐라고 이야기했다.

오전 7시 45분쯤 자동차 서비스센터에 무사히 도착했다.
아침 8시에 문을 열지만 벌써 나보다 일찍 온 사람이 세사람 보였다.

아침 8시가 다되어가니 사무실에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차례대로 들어갔다.
나는 네번째로 들어갔다.

앞서 들어간 네명중 한명은 그 전날 차를 맡겼다가 찾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 순서는 세번째였다.

"저... 제 차 트렁크에 겨울/스노우 타이어가 있구요. 차 뒷좌석에는 휠이 있어요.
제 차에 있는 겨울/스노우 타이어에도 휠이 이미 들어있는데요, 그 휠이 제 차에는 안 맞거든요.
그러니 그 겨울/스노우 타이어를 휠에서 분리해서 뒷좌석에 있는 휠에 붙여주세요.
그리고는 지금 장착된 여름 타이어를 빼내고, 새로 조합한 겨울/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해 주세요."

휠 크기가 안맞는 중고 겨울/스노우 타이어는 약 2주일 전에 eBay/옥션(경매사이트)에서  96 유로에 낙찰 받았다.
게다가 이 경우에는 바로 킬에 사는 사람의 물건을 구했기에 직접 가져오면 되므로 우편/배달료도 안 들었다.

자동차에 관해서 별로 지식이 없는 나는 그냥 타이어 사이즈만 맞으면 아무 차에나 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타이어 사이즈만 보고 휠이 붙어있는 것을 샀는데, 아쉽게도 내 차의 휠과는 안 맞았다.

그날 바로 겨울/스노우 타이어를 구입한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하고는 반납했다.
eBay 에서 경매하기 위하여 수수료를 내는데 보태라고 1유로는 남겨주면서...

그 후 이틀쯤 지난 후, 겨울/스노우 타이어를 팔았던 사람에게 이메일을 적었다.

"그 휠이 제 차와 안 맞아서, 가격을 좀 싸게해서 50-60유로 정도에 파신다면 제가 다시 구입하겠습니다."

약 이틀 후에 그로부터 답장이 왔다.
"65유로를 주신다면 팔겠소."

물론 나는 다시 연락해서 며칠 후 65유로에 그 중고 타이어를 사 왔다.

그 후  내 차에 맞는 휠을 구할 차례였다.
나는 자동차 서비스센터에 가서 어떤 휠이 내 차에 맞는가 정보를 알아냈다.
ebay에서 그 정보에 근거하여 내 차에 맞는 휠을 찾아서 몇 개의 후보를 골랐다.

운이 좋게 42유로 정도에 낙찰되었으며, 우편/배달료 22유로를 포함해서 64 유로에 산 것이다.
나는 바로 인터넷뱅킹으로 송금했으며, 며칠 후 휠을 받았다.

휠을 받기 하루 전날 오후에는 우리집에 정선씨와 창학씨가 놀러왔다.
창학씨는 다음 날 출장을 앞두고 겨울/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했다고 했다.
일기예보에 다음 날 눈이 온다고 해서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었다.

내가 보는 일기예보 프로그램(이 홈페이지 첫화면 오른쪽 아랫부분)에는 다음 날 오전에 비만 오고 개인다고 나와있었는데...

다음 날 아침 눈이 왔다. ^^;;;
다행히 많은 눈은 내리지 않았으며, 기온도 영상이어서 얼지는 않았다.

나는 휠도 받았으므로, 겨울/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러 여러군데 자동차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총 7군데를 다녔는데, 대부분 그 다음주 목요일에서 금요일 이전에는 예약이 꽉 찾다고 했다.
하지만 한군데는 다음 주 화요일 아침에 예약없이 8시에 문 열 때 와서 타이어를 바꾸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서둘러서 8시가 되기 전에 그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나는 접수가 끝난 후 의자가 몇 개 놓여있는 곳에 앉아서 성경책을 펴고 읽었다.
올해 초 목사님께서 나눠주신 맥체인식 성경읽기표에서 밀린 부분을 읽으면서 기다리는 시간을 유익하게 보냈다.

약 45분 정도 지났을 때, 다 끝났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서비스요금 42유로를 지불하고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케이... 이젠 눈이 와도 마음놓고 운전할 수 있겠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겨울에 여름타이어를 장착한 차에 사고가 나면, 본인이 잘못하지 않아도 20퍼센트의 과실이 인정된다는 말을 들었기에, 괜히 쫄고 살았는데, 이젠 좀 더 마음 편하게 운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데 왠지 승차감이 이상하다.
차가 울렁울렁거린다고 해야할까...

집으로 돌아오며, 또한 집에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다시 자동차 서비스 센터로 갔다.

"저 제 차를 타고 가니 기분이 좀 이상한데요. 한번 같이 타봐 주시겠어요?"

나는 그곳에서 일하는 기술자를 한명 내 차에 태운 후, 드라이버를 했다.
그는 겨울/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면 그 전과는 달리 차에 소음도 많이 나게되며 느낌이 다르다며, 지극히 정상적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중고 타이어가 약간 오래되면 타이어 표면이 딱딱해져서 그럴 수도 있으니, 다음에 타이어를 바꾸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니, 이번에 중고 타이어를 샀는데 새 타이어를 사라고?'

어쨌거나 이렇게 겨울/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한 차를 타고 다니니, 마음은 훨씬 편하다.
그리고 잘 몰랐던 자동차에 대해서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한가지 더 알게 된 것도 좋구...

오늘은 그냥 그러려니하고 차를 타고 다니니, 느낌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날이 갈수록 승차감이 점점 좋아지길 바라며, 다른 말로는 내가 이 차의 승차감에 적응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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