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0일 아침

7시 10분부터 8시까지 하는 수영 코스에 등록하여 다니는 나는 자명종 소리를 듣고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간밤에도 몇번이나 더워서 잠을 설쳤기에 몸은 더 무거운 듯 했다.

아침 6시 45분...
나는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수영장에 도착하여 간단히 샤워를 한 후, 음악과 코치의 시범에 맞춰 준비체조를 하였다.

이제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독창회에 대한 긴장이랄까...
무리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수영을 하였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수영코치가 하라는 것을 다 하지 않고 농땡이도 부리면서 쉬엄쉬엄 수영하였다. ^^

수영 강습 후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 오는 길이 멀지 않지만, 항상 집에 돌아오면 내 얼굴을 땀범벅이 된다.

평소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나에게 대구의 습하고 더운 날씨는 그야말로 공짜 사우나를 연상시켜준다.
더군다나 운동(수영)까지 마친 후이니, 몸속에 열이 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과 아내와 함께 가정예배를 드렸다.
그리고는 아침식사를 하러 부엌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삼계탕이 아닌가...
평소 아침 미싯가루 한컵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오던 터라 갑자기 나타난 삼계탕의 존재는 궁금증을 자아내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오늘 아침 내가 운동(수영)하러 간 사이 3층에 사는 누나가 어젯밤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끓인 삼계탕을 내려다주고 갔다는 것이다.

원래는 오늘 오후에 끓일 예정이었으나, 오늘 아침 대전으로 가는 아내와 샤론이를 위해서 급하게 어젯밤에 더운 가운데에 끓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맛있게 삼계탕을 먹었다.
아내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내 그릇에 담겨져 있던 닭 가슴살을 찾아가면서 먹었으며, 아내의 그릇에 있던 다른 부위는 내게 주었다.

아침 식사가 끝난 후에야 샤론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 후 샤론이도 삼계탕을 좀 먹었으며, 대전 갈 준비를 한 아내와 샤론이를 차에 태우고 어머님은 나와 함께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독일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음으로 한국면허증을 독일에 제출한 나는 한국내에서 운전을 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어머님께서 운전수 역할을 감당하고 계시는데, 심히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아내와 샤론이를 대전에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잠시 쉰 후, 독창회 반주를 맡아서 수고하시는 김지연 교수님과 반주를 맞추러 갔다.
이 때도 역시 어머님께서 운전수 역할을 감당해 주셨다. ^^;;;

약 2시간 정도 반주를 맞춘 후 집에 돌아온 나는 배가 고팠다.
저녁 식사를 하기전에 뭐 다른 과자라도 먹으면서 허기진 배를 달래어 볼까 생각하던 중, 저녁 식사를 준비하시는 어머님을 보았다.

저녁에도 역시 삼계탕을 맛있게 먹었다.

더위를 먹은 듯한 증상이 희미하게 느껴졌던 나는 한결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저녁 뉴스에 보니 오늘이 초복이라고 하며, 삼계탕을 먹는 사람이 참 많다고 나왔다.

비록 나는 초복인 줄도 모르고 먹은 삼계탕이지만, 이를 알고 정성껏 준비해 준 누나의 사랑이 이 더운 여름날씨보다, 펄펄 끓는 삼계탕보다 더 뜨겁다고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