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4일 월요일

여름휴가가 끝난 후, 3주간 출근하며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일주일 전에 아내와 함께 Zack(차크 - 건축자재 파는 곳)에 가서 아내가 미리 찜해뒀던 벽지를 한다발 사왔다.
그 벽지는 파란색 바탕에 꽃무늬가 있는 벽지이다.

우리집 이층 욕실 벽을 좀더 깨끗하게 도배하고자 하는 아내의 마음은 벌써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마냥 미루고만 있었는데, 아내가 욕실에 바르면 괜찮을 듯한 벽지가 아주 싼 값에 나와있다고 해서 가서 사 온 것이다.

이층 욕실은 자그마한 욕실로 대강 150센치미터 정도 높이까지는 벽에 타일이 발려있다.
그 위쪽인 약 77센치미터 정도만 벽지를 바르면 되므로 도배할 양이 그다지 많지않다.
게다가 천장도 나무로 되어 있으며 욕실 한쪽 코너는 샤워부스로 되어 있으니 양이 더욱 줄어든다.

내가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보면 욕실 벽에 붙어있던 벽지가 조금씩 떨어져 나가 있었다.
샤론이는 유치원에, 그리고 나는 극장에 가 있는 동안 아내가 혼자 일한 것이다.

사실 욕실 벽은 원래 붙어있던 벽지를 모두 다 뜯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방수되는 페인트를 떡칠해 놓았기에 그 벽지를 떼어내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아무리 벽에 물칠을 해놓아도 탁월한 방수페인트의 위력에 매우 힘겹게 벽지를 조금씩 떼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의지의 한국인인 아내는 며칠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계속 벽지를 떼어내었다.

그리고 이제 한쪽 벽에 남아있는 벽지만 떼어내면 벽지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월요일로 하루종일 쉬는 날이지만, 게으른 나는 점심식사를 마친 후 다시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인터넷으로 방송되는 한국 뉴스를 보고 있었다.
(한국의 9시 뉴스 생방송은 섬머타임이 적용된 요즘은 이곳시간으로 오후 2시에 볼 수 있다)

그런데 아내가 이층에서 좀 도와달라고 나를 불렀다.
나는 무슨 일인가 생각하며 올라갔다.

아내는 이제 다른 것은 다 되었으며, 욕실 거울장(사진에 보이는 장)도 다 비웠는데, 혼자 들어낼 수가 없어서 나를 불렀다고 하였다.

'음, 나는 소파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아내는 혼자 열심히 일하고 있었네...'

나는 게으른 나의 모습을 반성하며, 아내와 함께 욕실 거울장을 떼어내었다.
그리고는 아내를 도와 벽에 물도 바르며, 벽지도 함께 뜯어내었다.

조그마한 한쪽 벽면(사진에 보이는 부분)에 붙어있는 벽지를 뜯어내는 데에도 몇시간이나 걸렸는지 모르겠다.

어느정도 벽지를 뜯어낸 후, 나는 이제 다른 날에 벽지를 발라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는 내가 아래층에서 쉬고 있는 동안, 자로 길이를 재어서 벽지를 자르기 시작했다.

이왕 시작한 일, 고지가 앞에 보이는데 그냥 쉴 수 없었나보다.
나도 아내를 도와 벽지에 풀도 바르고 예쁘게 붙일 수 있도록 일조했다.

둘 다 벽지를 발라본 경험이 없어서 약간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큰 실수없이 잘 마칠 수 있었다.

벽지를 바르고 보니, 전에 페인트를 칠했을 때보다 확실히 더 좋아보였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못 느끼는 우리의 정성과 사랑이 발려있어서 그렇게 보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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