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2일

지난 2월말부터 많은 눈이 와서 우리집 정원은 눈으로 하얗게 덮여있었다.

유치원에도 눈을 가지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샤론이에게 내가 말을 건넸다.
"샤론아, 오늘 우리 눈사람 만들고 놀까?"
당연히 샤론이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샤론아, 그럼 우리 눈사람 몇개 만들까?"
"음... 세개, 아빠눈사람, 엄마눈사람, 샤론이눈사람..."

'눈사람 세개라... 뭐 사랑하는 딸내미가 좋아하는데 잘 만들어야지.'

열심히 눈을 뭉치고 굴려서 눈사람을 하나 만들었다.
생각보다 눈이 잘 안 뭉쳐지고 굴려도 별로 안 커져서 처음 만든 눈사람을 아빠눈사람으로 하고 점점 작게 만들 생각이었다.

"야. 눈사람 예쁘다. 이건 샤론이눈사람..."
'헉, 이게 샤론이눈사람이면 아빠눈사람하고 엄마눈사람은 더 커야 되는데, 어떻하지?'

"샤론아. 이건 아빠눈사람이야. 아빠가 금방 샤론이눈사람 예쁘게 만들어줄께."
"아냐, 이게 샤론이눈사람이야. 엄마~, 당근줘. 눈사람 코 만들어야 해~"

샤론이는 엄마가 준 당근을 눈사람 머리에 붙이려고 했으나, 잘 안 붙자 내게 주며 눈사람 코를 붙여달라고 했다.

이어서 눈사람 눈도 만들고, 입도 만들고, 단추도 만들어 붙였다.

샤론이는 그 눈사람이 마냥 좋아서, 꼭 끌어안고서 헤헤거렸다.

나와 아내는 더 큰 눈사람을 만들기위하여 낑낑거리며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었다.

'아~, 과연 언제 눈사람을 만들었던가...'
가만 생각해보니 20년은 더 되어보였다.

한편으로는 잊어버린 추억을 되살려준 샤론이가 고맙기도 했다.

우리는 엄마눈사람과 아빠눈사람도 잘 만든 후, 눈사람에 모자도 씌우고 목도리도 둘리고 장갑도 끼웠다.

샤론이는 나중에 거실에 들어와서도 정원에 있는 눈사람을 보고 좋아했다.

'다른 눈은 다 녹아도 눈사람은 빨리 안 녹아야될텐데...'

날씨가 따뜻해져서 눈사람이 녹아내리면 슬퍼할 샤론이의 모습이 벌써 눈에 그려진다.
며칠간이라도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래본다.
  


한줄의견          
고모 정말 이쁘다. 과연 예술가 가족답다. 05-04-08 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