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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오전에는 우리집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피쉬맠트 할레(Fischmarkt Halle)에서 무대 연습을 했다.

    해는 비취고 있지만 킬의 날씨가 워낙 변덕이 심해서 언제 소나기가 내릴 지도 모르는 일...

     

    나는 유비무환의 자세로 비옷을 가져가기로 했다.

    평소에는 비옷을 잘 접어 넣으면 조그마한 주머니안에 쏙 들어가는 비옷이다.

     

    나는 그 비옷을 자전거 뒷바퀴 위의 짐싣는 곳에 잘 고정시켜 두었다.

    그리고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피쉬맠트 할레에 도착해서 보니 비옷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엔가 떨어뜨렸나 보다.

    자건거를 타고 오던 중 자전거가 좀 덜컹거린 적이 있는데, 그래서 비옷이 떨어졌나 보다.

     

    나는 혹시나 집에 놔두고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에 전화를 해보았으나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그 시간 아내는 장보러 나갔었다고 했다)

     

    약 두시간 정도의 무대 연습을 마쳤다.

    나는 집에 전화해서 아내에게 혹시 내가 집에 비옷을 놔두고 갔냐고 물어보았다.

    아내는 평소에 내가 비옷을 놔두는 곳을 살펴 본 후 집에는 없다고 하며 혹시 길에 떨어져 있을 지 모르니 왔던 길을 잘 살펴보라고 했다.

     

    '이런... 아무래도 잃어버린 것 같군... 그럼 새로운 비옷을 또 사야하나?'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혹시 도로변 어딘가에 떨어져있을 지도 모를 비옷을 찾으면서 천천히 주위를 살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약간 멀리 가로수 나무 둥치에 내 비옷이 매달려 있었다.

    "오!"

    내 비옷이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그 누군가가 아마 다시 이 길을 돌아가리라고 생각하며 가로수 나무 둥치에 내 비옷을 매달아 놓은 듯 했다.

    매우 반가왔다.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세워둔 후 간단하게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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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비옷을 가로수 둥치에 달아준 그 이름 모를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그 분도 내가 지나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이 비옷을 보고 찾으면 무척 좋아할꺼야라고 생각하며 달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하여튼...

    몇 년 동안이나 짖궂은 날에 나와 함께 해 줬던 비옷과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어서 무척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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