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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펑크난 자전거 타이어

    2006.02.11 13:53

    석찬일 조회 수:2245 추천:59



    2006년 2월 9일

    여느 때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아침 출근길에 올랐다.
    하늘은 맑지만 약간은 싸늘한 날씨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얼굴에 찬바람으로 느껴졌다.

    '뭐 이 정도 추위야...'
    솔직히 좀 추웠지만, 집에 다시 돌아가서 더 두터운 옷을 입고 나오기에는 시간이 좀 빠듯하기도 했으며, 또한 귀찮기도 해서 그저 속으로 마음을 달랬다.

    바람이 차가왔으므로 신나게 빨리 달리지는 않았다.
    빨리 달리게 되면 찬바람이 내 몸과 마음을 더 춥게 만들기에 적당한 속도로 주위의 경치도 구경하며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거리에 보이는 행인들도 추운 날씨탓인지 몸을 웅크리고 서둘러서 각자의 갈 길을 가는 듯했다.

    집에서 극장까지는 거리가 6킬로미터 조금 넘는다.
    여유있게 자전거를 타고 가면 30분 정도, 바쁘게 달리면 20분 정도 걸린다.
    그래도 극장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세우고, 외투를 벗고 합창 연습실까지 가는 시간 등을 생각하면 집에서 연습시작하기 40분 전 쯤에 출발하면 모든 점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극장 앞 자전거 세워두는 곳에 자전거를 잘 세워놓고 연습실로 향했다.
    마침 며칠 전 새로이 합창단 제2 테너 파트에 들어온 토마스를 만나서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눴다.

    연습이 끝난 후, 퇴근하기위하여 자전거가 세워진 곳으로 가서, 자전거 열쇠를 열고는 한발을 굴리며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뭐가 이상한가 싶어 자전거를 탄 상태로 앞 뒤 바퀴를 살펴보았다.
    이게 왠일인가... 자전거 앞바퀴에 바람이 다 빠져있었다.

    나는 바로 자전거에서 내린 후, 자전거 앞바퀴를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았다.
    손으로 바퀴를 눌러보니 압력이 전혀 안 느껴지며 푹 꺼졌다.
    '이 일을 어쩐다...'

    나는 자전거를 끌고 근처 공중전화가 있는 곳으로 갔다.
    "여보세요... 응 난데... 자전거 타이어에 펑크가 났나봐... 아.. 지금 극장 앞에 있어...... 응. 좀 있다 봐..."
    아내에게 전화하여 사정을 이야기하니 아내가 날 데리러 차를 타고 극장 앞으로 온다고 했다.

    나는 자전거를 다시 끌고 극장 앞으로 돌아가서 아내를 기다렸다.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새로온 동료 토마스가 나와서 몇 분간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후, 아내가 도착했다.
    나는 자전거를 자동차 트렁크에 걸쳐서 실었다.
    자전거가 커서 내 차 트렁크에 다 들어가지 않았기에, 자전거 핸들과 앞바퀴가 있는 부분은 트렁크 바깥쪽에 걸쳐지도록 했다.

    무사히 집에 돌아온 나는 잠시 쉰 후, 오후시간에 자전거 펑크수리용 셋트를 사러 슈퍼마켓에 갔다.
    먼저 집 근처에 있는 파밀라 슈퍼마켓에 가보았으나, 그 곳에는 자전거 용품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확실하게 자전거 용품은 물로 자전거도 파는 레알 슈퍼마켓에 갔다.

    그곳에는 자전거 펑크수리용 셋트가 몇가지 종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게 필요한 셋트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1.99 유료였다.
    나는 이 곳까지 차를 타고 왔는데, 그냥 1.99 유로짜리 하나만 사고 나가기에는 기름이 아까와서 내가 가끔씩 사서 보는 컴퓨터 잡지 한 권을 사왔다.

    집에 돌아온 나는 자전거 타이어를 휠에서 빼어내기 시작했다.
    예전에 러시아 동료 세르게이가 자전거 타이어 펑크를 때우는 것을 본 기억을 더듬으며 타이어를 휠에서 빼어내려고 하였으나, 예상외로 휠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나는 세르게이에게 전화하여 어떻게 하는 특별한 기술이 있나 알아보려고 하였으나, 세르게이는 집에 없는 듯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드라이버를 세개 준비하여 타이어의 고무 부분을 힘으로 휠에서 약간 들어서는 휠과 타이어 사이에 끼어넣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휠에서 빼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령이 부족해서 그런지, 자꾸만 드라이버가 빠져나왔다.

    "따르르릉..."
    아내는 세르게이에게서 전화가 왔다면서 내게 전화기를 건내줬다.
    찬일 : "아.. 세르게이. 내가 전화했었는데, 자전거 타이어를 휠에서 빼어내려고 하는데, 잘 안 빠지네. 어떻게 해야하지?"
    세르게이 : "그건 설명하기에도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거든... 내일 오후에 한번 같이 고쳐보자."
    찬일 : "안돼. 나는 오늘 고쳐놔야 해. 내일 오전에 자전거 타고 출근해야 하거든. 오전에 슐로스 홀 연습을 마친 후, 다시 극장에 가서 또 연습해야 해. 그래서 자전거가 꼭 필요해."
    세르게이 : "그래? 그렇다면 열심히 잘 해봐. 나는 약속이 있어서 지금은 도와줄 수 없거든..."

    전화를 끊은 후, 나는 더 힘을 줘서 힘으로 타이어를 휠에서 벗겨내는 데 성공했다.

    그 후 나는 분리된 타이어에 바람을 좀 넣고는 세숫대야에 물은 받아와서 타이어를 조금씩 물에 담궈서 약간 힘을 줘서 눌렀다.
    이윽고 물 속에 담긴 타이어에서 공기방울이 올라오는 부분이 보였다.
    나는 그 부분을 유성펜으로 표시하였다.

    슈퍼마켓에서 사온 타이어펑크수리용 셋트에는 사포, 접착제, 그리고 펑크난 부분에 붙이는 고무조각들이 들어있었다.

    나는 사포로 펑크난 부분을 문질렀다.
    그 후, 접착제를 그 부분에 골고루 잘 발랐다.
    약 5분 정도 접착제가 마를 시간을 준 후, 나는 조심스럽게 고무조각을 펑크난 부분 위에 붙였다.

    다시 몇 분 정도 더 기다린 후, 물 속에 타이어를 넣어서 혹시나 아직 바람이 새어나오는지 보았다.
    결과는 대성공, 아무런 공기방울도 물속에서 올라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자전거 타이어를 휠에 끼워넣고는 바람을 넣어서 자전거 펑크 수리를 마쳤다.

    예전에 어릴 때 자전거에 펑크가 나면, 동네 자전거 가게에 가서 고쳤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비록 큰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스스로 자전거 펑크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고 또한 큰 기쁨으로 내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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