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면 극장에서는 어린이 손님을 대상으로 한 동화를 한편 공연한다.
올 해에는 "오즈의 마법사"를 무대에 올리게 되었기에, 나는 아내와 샤론이와 함께 구경을 하러 갔다.

사실 작년까지만해도 동화 공연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이제 샤론이도 구경을 할 수 있는 정도로 많이 자랐기에, 처음으로 샤론이와 함께 관객석에서 구경을 하게 된 것이다.

약 한달전에 극장에서는 이 공연을 구경할 사람은 신청하라고 해서, 나는 나와 아내, 그리고 샤론이의 표를 주문했다. 또한 우리들이 구경하게 되는 공연은 극장 관계자들의 가족들만 입장하는 특별공연의 성격을 띤 것으로 공연이 끝난 후, 산타할아버지가 등장해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게 된다.
(이 선물은 미리 엄마나 아빠가 구입한 티켓을 가진 아이들만 받을 수 있다)

우리가 관람한 공연은 2003년 12월 23일 오후 5시 30분에 시작하는 공연으로 우리 세 사람은 오후 3시 반쯤 집을 나서, 시내로 가서는 극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유모차에 샤론이를 앉힌 후, 잠시 쇼핑을 하였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많은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캐롤은 한층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내에서 간단하게 쇼핑도 하면서 약간의 시간을 보내는 중, 유모차에 앉아 있던 샤론이는 어느 순간인가 잠에 골아 떨어졌다.
오늘 아침 5시쯤 잠에서 깬 샤론이는 벌써 12시간 가까이 열심히 뛰어놀았기에 피곤함으로 지쳐 잠이 들만 하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오후 5시쯤 극장주차장으로 가서 새근새근 잠자던 샤론이를 깨운 후 유모차를 다시 차에 싣고는 극장안으로 들어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서 로비에서 입장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간이 보이는 아는 얼굴들은 한층 분위기를 업시켜 주었다.

입장할 순간을 기다리던 중, 아내는 갑자기 누군가를 보고는 말했다.
"어~ 샤론이 유치원 선생님이 오셨네"
나는 '설마'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정말로 샤론이 유치원 선생님이 보였다.
우리는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샤론이 유치원 선생님의 남편이 연극극장에서 일한다는 사실도 새로이 알게 되었으며, 유치원 선생님도 내가 극장 합창단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좌석은 제일 앞에서 두번째 줄이었다. 정말 가까이에서 보게 될 연극에 우리 모두 기분이 들떠 있었다. 시간이 가며 점점 극장은 사람들로 차게 되었으며, 호일이 가족도 우리 옆에 자리하였다. 또한 제일 앞줄에는 합창지휘자 미란다의 가족이 자리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공연은 시작되었으며, 샤론이는 아주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캔사스에 살던 도로시가 어느날 소용돌이 바람에 날려 이상한 나라에 떨어지게 된다.
그곳에서 다시 캔사스로 돌아가기 위하여 마법사 오즈를 만나러 가던 도중, 만나게 되는 허수아비, 나무꾼, 겁장이 사자와 함께 무사히 오즈가 사는 곳에 도착하게 된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악당들의 등장은 어린아이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언제부터인가 샤론이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낀 아내는 샤론이가 추워서 떠는지, 아니면 무서워서 떠는지 알지 못하다가, 혹시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공연중 잠시 밖에 데리고 화장실로 나갔다.
다시 들어와서 샤론이는 더 이상 떨지 않았다.

우리는 휴식시간에 극장식당에 가서 브리오쉬빵을 사먹고, 나는 코코아를 한잔 마셨다. 그리고는 다시 공연을 계속해서 관람하러 입장하기 전에 빵을 하나 사서 들어갔다.
막 입장하려는 순간, 이태리에서 와서 이곳 극장에서 30년 넘게 일한 아저씨를 만났다. 평소에도 이태리어로 인사를 나누던 차라 더 반가왔다.
아저씨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이제 정년퇴임한다고 하셨다. 아쉬운 일이지만, 사람이 만나는 때가 있으면 헤어지는 때도 있는 법.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아저씨와 포옹을 하며 헤어진 후, 다시 입장하려는 데, 샤론이가 안 들어간다고 막 울기 시작했다.
공연 중에 무서운 장면이 기억에 남는듯, 막 때를 쓰면서 안 들어가려고 했다.
"무서워~, 무서워~."
"샤론아, 아빠가 안고 들어갈까? 아빠 엄마랑 같이 있으면 안 괜찮아..."
샤론이를 겨우 달래서는 데리고 들어갔으나, 막이 다시 올라가기 전 자꾸 울어댔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생각이 되어 잠시 아내에게 샤론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 있어보라고 하는 순간, (좌석배치상으로 봐서 아내가 출구쪽에 더 가까이 있었다) 막이 올라가며 공연이 다시 시작되었다.
샤론이는 무서우면서도 호기심이 있는듯, 울지않고 무대를 바라봤다.
밖에 나가려던 아내도 자리잡고 앉아서 샤론이를 앉고는 안 무섭다고 약간 오버하면서 재밌다고 말했다.

극은 계속 전개되어 이윽고 도로시가 나쁜 마녀를 물리치고는 다시 캔사스로 돌아와서 해피엔딩을 맞이하였다.
배우들의 인사가 끝난 후, 산타할아버지가 등장해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줌으로 공연이 끝났다.
선물꾸러미를 받은 샤론이는 기뻐했으며, 풍선을 좋아하는 샤론이를 위하여 무대 소품으로 사용되었던 풍선을 2개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려다가 호일이 가족을 만났다.
한나도 풍선을 가지고 싶어하자, 얼른 아내는 한나에게 풍선 하나를 주었다.

외투를 입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던 중 나는 샤론이에게 물었다.
"샤론아, 오즈의 마법사 재미있어?"
"아니, 재미없어, 무서워~"

이야기 내용에 푹 빠져서 정말로 많이 무서웠나보다고 생각했다.

하루가 지난 후 나는 다시 샤론이에게 물어보았다.
"샤론아, 우리 어제 본 오즈의 마법사 재미있었어?"
샤론이는 대답했다.
"응, 샤론이~ 오즈의 마법사 재밌어."

아마 그 때에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서운 느낌이 강해서 별 재미를 못 느꼈으나, 하루가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래도 재미있었나보다.
처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 한 관람이라서 더욱 뜻깊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자주 이런 기회를 가져야겠다.






- 오마니(211.245.208.104) 재미있는 그리고 뜻있는 시간을 가졌구나 잘했다 자주 샤론이와 애미를 즐겁게 해주려무나 ^^^ 2003-12-25 19:23:57
- 석찬일(80.134.185.13) 네, 부모님께서도 즐겁고도 뜻있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 2003-12-25 23:3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