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오전 출퇴근시에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나는 며칠전 오전 연습을 마치고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퇴근길에 있는 통닭집으로 갔다.

바베큐 닭 반마리에 2 유로를 하기에 큰 부담없이 한번씩 이곳에서 닭 반마리를 사고 집으로 돌아간다.
특히나 샤론이도 닭고기를 잘 먹기에, 또한 간혹이라도 아내의 반찬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내가 닭고기 먹고 싶어서 샀다는 진실을 잠시 덮어둔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닭고기가 든 비닐봉지를 주면 샤론이가 "아빠, 닭고기네~"라고 말하는 소리가 더 듣고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오전근무 후 낮시간에 퇴근할 때에는 이제 내가 더이상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된다는 규칙이 새로 생겼다.
내가 벨을 누르면 샤론이가 쫒아나와서 현관문을 열고, 내가 현관 안으로 들어오면 샤론이가 현관문을 닫아야 하는 그런 무언의 약속이 생겼다.

하루는 평소와 다름없이 닭고기를 안 사고 퇴근해서 현관앞에서 벨을 눌렀다.
샤론이는 쫒아나와서 문을 열어주더니 내게 말했다.
"아빠~, 닭고기는?"
왠지 샤론이가 닭고기를 먹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항상 퇴근길에 통닭집을 지나다보면, 샤론이 생각이 나게 된다.

이미 여러차례 닭을 사갔기에 통닭집 주인아저씨도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이라크 사람이라는 주인은 한달전에는 내게 이전까지 사용되던 이라크 지폐 한장을 선물로 주었다.
지폐에는 후세인의 얼굴이 그려져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돈이라고 말하면서...

그 지폐를 내가 사용할 수 있고 없음보다는 선물로 내게 주는 그 주인아저씨의 마음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며칠전 샤론이를 생각하며, 길가에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는 통닭집으로 들어갔다.
평소와 다름없이 간단히 안부 인사를 묻고는 "닭 반마리 주세요"라고 했다.
주인아저씨는 그 전에 다른 사람이 사가고 남은 닭 반마리를 주지 않고, 바베큐에 돌아가고 있던 닭을 한마리 빼내어서 새로이 반마리를 잘라서 내게 주었다.
그리고는 내게 물었다.
"여기 이 좀 작은 조각(다른 사람이 사가고 남은 조금 작은 닭 반마리)도 줄까요?"
나는 흔쾌히 "공짜라면 좋지요~"라고 말하고는 받아왔다.

집에 와서 오랫만에 많은 양의 닭고기를 아내와 샤론이와 함께 나눠먹었다.
보너스로 받은 닭은 좀 말라서 약간 딱딱한듯한 느낌은 있었으나, 주인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씨때문에 아주 부드럽고도 색다른 맛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어제 오후에 출근하려는데, 아내는 내게 퇴근길에 피자를 사오면 좋겠다고 했다.
하루종일 집안일하며 샤론이 친구노릇을 하는 아내는 항상 '오늘 점심은 무얼할까. 오늘 저녁은 뭘 해서 먹지?'라는 생각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다.
아마 이는 모든 엄마의 공통적인 스트레스가 아닌가 한다.

요리를 못하는 나는 직접 요리하는 대신 피자를 사 주어서라도 약간의 위로가 되고자 하기에 오후 연습 후 피자헛에 가서 피자를 샀다.
피자헛에는 주문해서 먹는 피자도 있지만, 미리 준비된 조각피자도 있다.
나는 아내가 부탁한 두조각의 피자와 내가 먹을 세조각, 그리고 여분 한조각을 합하여 모두 여섯조각의 피자를 달라고 했다.
전시된 피자가 네가지였기에, 네가지 맛을 모두 보기위하여 골고루 시켰다.

그중, 한가지 피자는 두조각이 남아있었는데, 내가 그중 한조각을 시켰다.
자세히 보니 피자를 잘못 잘라서 그런지 한조각은 크고 한조각은 좀 작았다.

점원은 내게 큰 조각을 넣어 주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잠시 보더니, 그 작은 조각을 덤으로 주었다.


요즘 세상에 참 인정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이곳저곳에서 오는 온정의 손길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세상 사는 것이 그리 삭막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 오마니(211.245.208.104) 글을 읽으니 너희들 생활하는 머습이 눈에 선하구나 여자는 식사걱정 떠날날이없는데 그렇게라도 마음을 써는것이 고맙고 기틐하구나, 아무쪼록 서로를 생각하며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2003-12-22 15:40:38
- 석찬일(217.82.112.80) 감사합니다. 항상 식사 준비하는 아내를 보면 기본적으면서도 항상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식사준비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가족의 건강을 선두지휘하는 주방운전사이니까요. ^^ 2003-12-22 17:17:18
- 냉큼여사(24.84.35.91) 차니리가 닭띠라는 사실과 제일 좋아하는 간식중의 하나가 달괴기(할마마마식 발음으로)였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키는 좋은 글이었다 웅와!!! 2003-12-23 10:23:17